[종합] ‘군함도’ 비처럼 쏟아진 3000명 환호…장충체육관 들썩

입력 2017-06-26 22:44: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군함도’의 인기는 역시나 뜨거웠다. ‘군함도’를 응원하기 위해 모인 3000명의 환호는 흡사 아이돌 콘서트를 방불케 했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동호로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영화 ‘군함도’ 쇼케이스. 이날 ‘군함도’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과 더불어 출연 배우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김수안이 참석해 팬들을 만났다. ‘군함도’ 전국민 알리미 발대식 콘셉트로 마련된 행사에는 약 3000명의 팬들이 모여 인기를 실감케했다. MC는 믿고 보는 박경림이 맡았다.

류 감독은 “‘베테랑’을 하기 전이었다. 군함도가 유네스코에 등재되기 전에 사진을 봤다. 당시 역사적인 책임감보다는 본능적으로 그곳에 카메라와 배우들이 가서 펼쳐질 많은 일을 상상했다.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에서 시작된 작품”이라고 영화화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베를린’ 작업 후반부 ‘신세계’를 찍고 있던 황정민을 찾아가 군함도 사진을 보여주며 영화를 제안했다고. 황정민은 “당시 사진을 보면서 류 감독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직 우리가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베테랑’을 먼저 하고 나서 ‘군함도’를 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황정민은 ‘군함도’ 촬영에 앞서 홀로 군함도에 취재를 다녀오기도 했다.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 일본 군함도(하시마, 군함 모양을 닮아 군함도라 불림)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베테랑’으로 1341만 명을 동원한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다.

류 감독은 “군함도에 실제로 갔을 때 공포감을 느꼈다. 자연을 이겨낸 형태를 가진 기괴함에 이상한 감정이 들더라.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입장에서 군함도를 재현할 수 있을지도 공포감이 들더라”고 털어놨다. 그는 “미술팀에서 정말 고생하면서 만들었다. 운 좋게 춘천시의 협조를 얻어서 부지도 얻었다. 완성된 세트장에 갔을 때는 해볼 만하다 싶었다. 그러면서도 인생에서 겪어보지 못한 험난한 여정이 될 것 같았다. 다행히 잘 마쳤다. CG팀에서 땅 위에 지어진 세트장을 바다 위 군함도처럼 재현했다”고 덧붙였다.

한국 영화 역사상 최대 규모로 꼽히는 ‘군함도’ 세트장은 실제 군함도의 3분의2 사이즈로 재현됐다. 거대한 세트장의 첫인상에 대해 김수안은 “무섭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세트장에서 시작해 탈출 시퀀스와 조선인, 생존 등에 대한 토크가 펼쳐졌다. 한달 넘게 촬영했던 탈출 시퀀스에 대해 황정민은 “김수안이 그나마 가벼워서 다행이었다.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 했다”고 농담으로 웃음을 이끌어냈다. 광복군 소속 OSS 요원 ‘박무영’ 역을 연기한 송중기는 “딱딱한 군인 캐릭터를 생각했는데 중요한 건 생존이더라. 생존에 맞춰서 많이 준비했다. 화려하고 멋진 액션보다는 처절하게 살아남으려는 ‘실제로 쓸 수 있는’ 액션을 많이 생각했다”고 말했다.

캐릭터의 리얼리티를 위해 43kg에서 36.5kg까지 체중을 감량하고 탈출 장면에서는 5kg에 달하는 총격 액션까지 소화한 이정현. 그는 “군함도 사진을 보면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의 모습은 마른 상태”라고 설명하면서 “살 빼는 건 배우니까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뿐 아니라 모든 배우가 동참했다. 촬영 당시에는 힘들고 괴로웠지만 촬영이 다 끝난 후에 영상으로 볼 때는 뿌듯함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이정현은 “류승완 감독이 정확한 디렉션을 줘서 연기할 때 많이 편했다. 상대역이나 조단역 분들도 하나가 되어서 정말 열심히 했다. 뒤에 계신 분들까지 연기를 정말 잘한다. 함께 연기하면서 뿌듯하고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조선인’ 키워드 토크에서 류승완 감독은 지난 주말 논란이 확산됐던 누리꾼의 글에 대해 간접 해명하기도 했다. 해당 발언에 꽤 오랜 시간을 할애하며 진심을 꾹꾹 눌러담아 전했다. 앞서 온라인상에서 자신을 ‘징집된 조선인으로 [군함도]에 고정출연한 배우’라고 소개한 누리꾼은 ‘군함도’ 촬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글은 삭제됐고 현재 누리꾼이 실제 ‘군함도’의 보조 출연자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쇼케이스에서 류 감독은 “실제 군함도 사진을 보면 조선인들의 모습은 굉장히 앙상하다. 이 리얼리티를 재현하기 정말 힘들었다”는 고백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보조 출연자도 엑스트라라고 하지 않고 함께하는 ‘연기자’로 접근했다. 조선인 징용자 캐릭터 80여명은 미리 캐스팅했다. 이들은 고생스러운 식단 조절을 주연 배우들과 함께했다. 단 음식이나 탄수화물을 못 먹었다. 굉장히 험한 공간이었고 의상도 불편했다. 험한 분장을 해야 했다. 이렇게 연기해준 분들이 전체 회차에서 7000명이 넘는다. 모두 힘든 환경을 거치면서 촬영했다. 보조 출연자 가운데 황정민보다 더 많은 회차에 출연한 분도 있다. 끝까지 출연한 38명에게는 촬영 후 감사의 표시도 했다”고 밝혔다.

류 감독은 “영화를 보면 배우 한 명 한 명이 혼신을 다해 연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며 “좀 더 편한 환경을 제공했으면 좋았겠지만 워낙 힘든 환경이었다.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하다. 좋은 작품을 만들어준 출연자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뜻을 전했다.

또한 류 감독은 “우리 영화가 선동하는 영화처럼 보일까봐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는 “내가 중점을 둔 건 역사 속의 개인이다. 어쩔 수 없는 역사의 흐름과 개인이 충돌했을 때 만들어지는 드라마틱한 상황과 박진감, 서스펜스를 통한 영화적인 체험이 중요했다. 오래 기억되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더불어 그는 “한일 관계가 더 좋아졌으면 바라는 사람이다. 나는 이 영화를 가지고 민족주의 감정을 건드려서 영화를 흥행시키고 싶은 사람은 아니다. 다만 좋은 질문 하나를 던졌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며 “결국 ‘군함도’는 전쟁에 반대하는 영화다. 전쟁이 사람을 얼마나 괴물로 만드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류 감독과 배우진들은 팬들의 물음에 질의응답하면서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류 감독과 배우들의 진솔하고 진심 어린 멘트에 3000명의 팬들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답했다. 장충체육관을 넘어 극장가에 상륙해 올해 여름대전을 이끌 기대작 ‘군함도’는 7월 26일 개봉 예정이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