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가 떴다] 이태희·권보민 부부 “아내·아이와 함께하는 우승 세리머니 꿈꾸죠”

입력 2017-06-2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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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골퍼 이태희(오른쪽)와 프로골퍼들의 매니저로 활동해온 권보민 씨 부부가 26일 경기도 용인 88골프장에서 하트 모양의 골프공 앞에서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편 이태희는 “아내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힘이 된다”며 자랑했다. 용인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프로골퍼·매니저 부부 이 태 희·권 보 민

■ 프로골퍼 남편 이태희

결혼하니 아내를 언제든지 볼 수 있어 좋아
먹고 싶은 거 다 해줘…희한하게 다 맛있어
아내의 조언 귀담아…매니저 경험 큰 도움

■ 매니저 아내 권보민 씨

연습벌레 남편…연애 시절 데이트도 뒷전
자기 일 푹 빠져 열심히 하는 모습에 반해
빨리 2세가 생겼으면…남편은 딸이 좋다고


‘훈남 골퍼’ 이태희(33·OK저축은행)는 지난해 12월 든든한 평생의 지원군을 얻었다. 스포츠매니지먼트사에서 프로골퍼들의 매니저로 활동해온 권보민(29) 씨와 화촉을 밝혔다. 두 사람을 연인으로 만들어준 연결고리는 ‘골프’였다. 권 씨는 프로골퍼 김대섭(36)의 매니저로 일했다. 그러던 중 김대섭의 주선으로 이태희와 자연스럽게 만났다. 골프라는 공통분모 덕분에 둘은 금방 친해졌고, 연애 시절에도 골프가 단골 소재였다. 그런 부부가 이제부터는 필드에서도 사랑을 나누게 됐다. 권 씨가 7년간 해온 일을 그만두고 오직 남편만을 위한 전담 매니저가 되기로 했다. 26일 이태희-권보민 부부를 경기도 용인의 88골프장에서 만났다. 29일 개막하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카이도시리즈 NS홈쇼핑 군산CC 전북오픈 출전을 앞두고 맹렬히 연습 중인 이태희의 뒤에 서 있던 권 씨는 “조금 쉬면서 연습해”라며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이태희-권보민(왼쪽)부부. 용인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골프장에서 만나도 눈치 보며 데이트

골프경영학을 전공하고 프로골퍼의 매니저로 활동하던 권보민 씨와 이태희의 데이트 장소는 아니나 다를까 골프장이었다. 그러나 마음 놓고 데이트를 즐길 수는 없었다. 권 씨는 김대섭, 박준원(31)의 매니저로 활동했다. 그러다보니 대회장에 가서도 소속선수들을 지원하느라 남자친구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오히려 둘의 연애 사실을 알고 있는 선후배들은 놀리기 바빴다.

권 씨는 “대회장에 가면 남편(당시에는 남자친구)의 경기가 궁금한 것은 사실이었다. 성적은 어떤지, 경기를 잘하고 있는지…. 하지만 소속선수들의 눈치를 보느라 대놓고 경기를 따라가진 못했다. 종종 남자친구의 경기에 대해 물으면 장난을 치며 약을 올렸다. 겨우 앞이나 뒤에서 경기를 할 때 힐끔힐끔 남자친구의 경기를 볼 정도였다”고 힘들었던 연애시절을 떠올렸다.

골프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지만, 의외로 함께 골프를 쳐본 적도 많지 않다. 이태희는 “1년 6개월 정도 사귀었는데, 그 사이 함께 골프를 쳐본 것은 2∼3번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 결혼 후에는 한 번도 같이 라운드를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사실 부부가 자주 골프를 치지 않은 데는 남편을 위한 아내의 배려가 깔려있다. 권 씨는 “늘 골프에만 푹 빠져 살아온 남편인데, 나와 함께 있는 시간만큼은 골프에서 벗어나 있기를 바랐다. 그래서 가능하면 골프와 관련된 얘기도 많이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예비남편을 위한 내조의 출발이었던 셈이다.

골프밖에 몰랐던 남편으로 인해 생긴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권 씨는 “처음 연애를 시작했을 때다. 한 번은 토요일에 만나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기다려도 연락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먼저 전화를 했다. ‘오늘 몇 시에 만날까’라고 물었더니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당황스러웠는데 결국 그날 저녁이 돼서야 만날 수 있었다. 보통 데이트를 하면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는 기대를 하기 마련인데,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남편의 모습이 좋아 보이기 시작했다.”

아내의 말을 듣고 있던 남편은 왠지 미안했던지 “그래서 어땠는데”라며 자꾸 되물었다. 권 씨는 “그날로 포기했지”라며 “본인이 좋아하는 일에 푹 빠져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이 남자에게 맞춰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날 이후 내가 상상했던 연애를 포기했다”고 털어놓았다. 프로골퍼의 삶이 어떤 것인지 매니저로 간접 경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태희-권보민(왼쪽)부부. 용인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프로골퍼 남편을 위한 매니저 출신 아내의 내조법

결혼 후 이태희에게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 중 가장 큰 변화는 ‘안정된 생활’이다. 이태희는 “솔직히 연애를 할 때는 ‘몇 시에 만나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어야 하나’라는 것을 생각하고 신경을 써야 하는 게 부담이 됐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걸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옆에서 볼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연애 시절에는 저녁 늦게 연습을 끝내고 여자친구를 만나러 다니는 것도 힘이 들었다. 용인에서 서울까지 왔다 갔다 하는 시간도 꽤 걸렸다. 이제는 그 시간에 연습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아내를 사랑스럽게 바라봤다.

그런 남편을 위해 아내는 자신만의 내조에 힘쓰고 있다. 그리고 하나씩 남편의 생활에 맞춰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따뜻한 ‘집밥’이다. 권 씨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외식을 하지 않는다. 가능하면 밖에서 사 먹는 것보다 집에서 함께 식사를 하려고 한다. 다행히 남편은 내가 해주는 음식을 맛있게 먹어준다. 그런 모습을 볼 때 고맙기만 하다”며 슬쩍 남편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자 이태희는 “솔직히 집에서 밥을 먹으면 김 하나만 줘도 맛있다”며 “뜻밖에도 아내의 음식 솜씨가 나쁘지 않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따로 배울 시간도 없었을 텐데, 해주는 음식을 먹어보면 다 맛있다. 그리고 먹고 싶은 걸 얘기하면 밥이 되든 죽이 되든 다 만들어준다. 그런데 희한하게 맛있다. 맛이 없었던 적이 없다”고 맞장구쳤다.

남편 이태희에게 아내가 해주는 최고의 내조는 바로 매니저로서의 경험이었다. 7년 동안 많은 프로골퍼들의 매니저로 활동해온 경험은 이태희에게 또 다른 힘이 되고 있다. 이태희는 “아내의 경험이 나에게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본격적으로 운동을 했던 적은 없지만, 옆에서 많은 선수들과 함께 생활해왔고 또 성공한 선수들과 일했던 경험, 또 그들이 어떻게 성공하게 됐는지 얘기해주면 귀담아 듣게 된다.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그런 남편의 말에 아내는 “다행히 남편은 내 말을 잘 들어주는 편이다. 어떻게 보면 듣기 싫을 수도 있는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 내가 고맙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태희-권보민(오른쪽)부부. 용인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아이, 아내 안고 우승트로피 들어올리고 싶다!”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이태희는 그래서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말을 아낀다. 그 대신 자신만이 간직하고 있는 한 가지 바람을 털어놓았다. 그는 “TV를 통해 PGA(미국프로골프) 투어를 보면서 우승한 뒤 아이, 아내를 안고 기뻐하는 선수들을 보며 가슴이 뭉클했던 적이 많았다. 보기만 해도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나 역시 그런 우승 세리머니를 해보고 싶다. 아직 아이는 없지만 우승하고 나서 그린으로 걸어오는 아이를 품에 안은 뒤 아내와 함께 우승의 기쁨을 만끽해보고 싶다.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에 권 씨는 “올해 안에 2세가 생겼으면 좋겠다. 남편은 딸을 좀더 원하는 것 같은데, 아들이든 딸이든 다 좋다. 빨리 좋은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며 수줍게 웃었다. 그러나 부부는 “2세에게도 굳이 골프를 가르칠 생각은 없다. 우선은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시킬 생각이다. 프로골퍼의 길이 얼마나 힘든 과정인지 알고 있기에 아이들에게까지 그 길을 걷게 하고 싶지는 않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 이태희

▲2006년 KPGA 코리안 투어 데뷔
▲2013년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 데뷔
▲2013년 KPGA 코리안 투어 평균퍼팅수 1위
▲2014년 KPGA SK텔레콤오픈 공동 2위, 한국오픈 공동 3위, KPGA 코리안 투어 상금랭킹 6위
▲2015년 KPGA 넵스헤리티지 우승, 상금랭킹 5위, KPGA 대상
▲2017년 KPGA 카이도드림오픈 준우승


● 권보민

▲경희대 골프경영학과 졸업
▲2011~2015년 스포티즌 프로골퍼 매니저 활동(장하나·전인지·이정민·김대섭 담당)
▲2015~2017년 BC카드 마케팅팀(BC카드 골프단) 매니저(장하나·김혜윤·이정민·김예진·배소현 담당)

용인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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