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베이스볼] NC 김태군 “포수는 빛이 나면 안 되는 자리”

입력 2017-07-0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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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김태군은 자신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전형적인 ‘희생형 포수’다. “포수는 빛이 나선 안 되는 포지션”이라고 말하는 그의 자세가 이를 증명한다. 이러한 안방마님의 정신력 덕분에 NC는 1군 진입 이후 별다른 포수 걱정 없이 험난한 정글의 세계를 헤쳐 나가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흔히 야구는 기록 스포츠라고 말한다. 그러나 통계만큼 사람을 현혹시키는 것도 없다. 가령 현재 KBO리그는 수비능력을 제대로 수치화하지 못한다. 이런 탓에 공격형 포수의 가치는 고평가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수비형 포수의 적정 가치는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포수 김태군(28)은 NC의 정신이 집약되어 있는 선수라고 할 수 있다. 평범함 속에서 비범함을 구하려는 자세가 그렇다.


●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는 노력의 산물

-6월30일 롯데전 3회 무사 1·2루에서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로 안타를 만들어낸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번트 사인이 났는데 ‘강공을 해도 좋다’는 지시였다. 이럴 때 보통은 우익수 쪽으로 밀어치려고 하는데 3루수도 앞에 와 있더라. 그래서 당겼는데(타구 바운드가 커서) 운이 좋았다.”


-김경문 감독에 따르면, ‘김태군은 그런 연습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

“두산 (양)의지, 롯데 (강)민호 형처럼 내가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가 아니다. 스프링캠프에서 번트와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 같은 팀플레이를 중점적으로 연마했다.”


-병살타를 예방하려는 노력으로 비친다.

“아무래도 그렇다. 발이 느리니까 주자 있을 때 땅볼이 나오면 병살타 확률이 높은 걸 알고 있다.”


-2017시즌 들어 공격 데이터가 부쩍 좋아졌다.

“작년에 팀이 준우승했다. 포수로서 팀이 많이 성장했음을 실감한다. 다만 개인적으로 수비에 비해 공격이 많이 떨어졌다. 생각이 많았다. 운 좋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발탁되며 형들이랑 연습할 기회가 생겼다. 돌이켜보면 양의지 형과 같이 한달이란 시간을 보낸 것이 좋았다. 팀에 돌아왔을 때 감독, 코치님이 책임감을 많이 느끼게 배려해주셨다. 그런 것들이 모여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것 같다.”


-홈런(6월27일 마산 넥센전) 친 다음에 김경문 감독을 포옹했다. 약속을 했어도 막상 하려니 김 감독이 어려우니까 쉽지 않았을 텐데.

“감독님은 (손)시헌, (이)종욱이 형도 어려워하는 분이다. 그 중에서 유일하게 감독님이 ‘너는 눈치 좀 봐라’고 말하신다.(웃음) 사실 나도 어렵다. 그러나 팀의 포수고, 이런 모습 보였을 때, 팀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왕 하는 거 시원하게 해보자’ 마음을 먹고, 눈 딱 감고, 했다. 화면을 나중에 봤는데, 감독님이 해맑게 웃으시더라. 나쁘진 않았겠구나 싶었다. 형들이 대단한 캐릭터라고 하더라. 손시헌 형, (김)성욱이, 나, 셋이 홈런이 없었다. 그 중에서 첫 홈런을 치는 사람이 포옹을 하기로 약속한 것인데 ‘하라고 진짜 하느냐’고 하더라. 다시 하라고 하면 힘들 것 같다.(웃음)”


-좌투수한테 굉장히 강하더라.

“전력분석팀에서도 그런 얘기해줘 알고 있다. 지난해는 언더 피처에 더 강했다. 올 시즌부터 스윙 궤도가 조금 달라졌는데 왼손피처한테 잘 맞는 것 같다.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NC 김태군. 사진제공|NC 다이노스



● NC는 미친 듯 노력하면 신분 가리지 않는 팀

-김태군의 야구 인생은 NC 이적 전후로 나뉠 것 같다. NC로 와서 많은 것을 얻었을 것 같다.


“김 감독님을 만났다. 주문하신 것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였다. 최기문 배터리코치님도 편하게, 능력발휘하게 해주셨다. ‘눈치 보지 말고 하라’는 뜻으로 해석했다. 해가 거듭될수록 얻어가는 것이 있는 것 같다. 첫해 신생팀으로서 좋은 성적을 냈다. 두 번째 가을야구를 했고, 세 번째는 플레이오프까지 갔다. 그 다음은 한국시리즈까지 갔다. 또 야구하며 인생을 함께 할 수 있는 와이프와 딸을 얻었다. 얻는 것이 많았고,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 앞으로도 얻어가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NC란 팀이 강자의 지위를 잃지 않고 있다. 강팀의 포수는 어떤 조건을 가지고 있어야 하던가?

“일단 투수가 좋아야 한다. 그 다음에 수비력, 주루 그리고 공격 같다. KBO리그에서는 공격이 먼저라는 시선이 강한데 나는 좀 다르다. 우리 팀은 라인업을 봐도 다른 팀에 비해 어렵게 야구해서 기회 잡은 선수들이 많다. 그 선수들이 야구장에서 미친 듯 파이팅 하는 문화가 이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신인 드래프트 지명 순위가 어떻든지 열심히만 하면 기회가 올 수 있는 팀이 우리 팀이다.”


-NC에서 어디에 방점을 찍는 포수인가?

“싸울 수 있는 위치를 만들어주는 자리다. 우리 팀은 불펜이 강하다, 발 빠른 주자가 대기하고 있고, 한방을 칠 수 있는 타자도 있다. 그러니까 6회 중반까지 싸우는 배경을 깔아주는데 전력을 다한다. 볼 배합은 물론이고, 경기흐름을 읽는 것, 위기에서 어떻게 흐름을 끊어주는 것에 전념한다. 사소하지만 포수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통산 도루가 1개뿐이다.

“내가 할일은 홈 플레이트에 있다. 그 안에서는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일 자신 있다. 그 밖은 내가 신경 쓸 여유가 없다. 내가 먹고 살 수 있는 일은, 저 공간 안에서 결판난다. (달리기가 느리다고) 스트레스는 없다.”


-그래도 팀을 위해 병살타는 줄여야 될 텐데?

“그 부분이 취약하다고 생각하니까 다른 부분으로 커버하고 싶어서 연습 더 많이 했다.”

NC 김태군. 사진제공|NC 다이노스



● “포수는 빛이 나면 안 되는 포지션”

-포수로서 2015년 전 경기를 뛰었다. 지금도 NC는 포수 백업이 강하진 못하다.


“주위에서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절대 비켜주고 싶지 않다. 내 몸이 부러지지 않은 이상…. 이 기회를 너무 어렵게 잡았기 때문이다. 사람인지라 한번씩 ‘오늘 좀 쉬고 싶다’ 이런 생각이 없진 않은데 휴대폰에 애기와 와이프 사진 보면 ‘힘내야지’, 이런 생각이 절로 난다. 한 팀의 주전포수라는 네임(name)을 단다는 것이 평생 꿈인 선수도 있음을 알기에 놓고 싶지 않다.”


-입단 초기 투수는 귀족, 외야수는 상인, 내야수는 서민, 포수는 거지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지금도 유효한가?

“그렇다. 투수는 1경기를 이기기 위해서 모든 관리를 다 받아야 한다. 그래서 귀족이라 말한 것이고, 외야수는 플라이볼 잘 잡고, 배팅만 잘 치면 된다, 자기가 먹고 살 것만 하면 된다고 그때 당시는 생각했다.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내야수는 잔 플레이를 많이 해서 그렇게 표현했다. 포수가 왜 거지냐면 궂은 일 다 하는 자리다. 그 자리에서는 빛이 나면 안 된다. 포수라는 자리에서 스타플레이어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빛이 나는 순간, 그 팀 성적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안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내 야구관은 그렇다. 그래서 거지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야구관이 확고한 것 같다.

“고집이 센 편이다. 부산 사람이라서 그런지 남자다움을 중시하는 편이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철인(鐵人). 야구장 오면 무조건 포수는 김태군이라고 팬들이 생각하는 선수, 출장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포수이고 싶다.”


-국가대표가 된 것이 개인적으로 성취였을 것 같다.

“가문의 영광이다. 발탁됐을 때에도 ‘너의 공격력으로 어떻게 대표팀이 됐느냐’는 소리 들었지만 수비력으로 따지면 누구한테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선발 되고, 3일 동안 생각이 많았다. ‘내가 어떻게 대표가 됐을까, 이 팀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막상 가니까 어디서나 해야 할 일이 있고, 배울 점이 있더라.”

NC 김태군(오른쪽). 사진제공|NC 다이노스



● NC 김태군

▲1989년12월30일
▲양정초∼대동중∼부산고
▲우투우타
▲182cm 92kg
▲2008년 LG 3라운드 전체 17순위 지명∼2013년 신생팀 특별지명으로 NC행
▲2017년 WBC 대표
▲2017년 성적=73경기 타율 0.276(214타수59안타, 7월3일까지)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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