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피플] 고정락 관장 “세계 최초 ‘나이트 아쿠아리움’ 준비 중”

입력 2017-07-1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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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생물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국내 첫 나이트 아쿠아리움 등을 통해 바다를 이해하고 생물이 성장하는 시간을 느끼는 공간을 만들려 애쓰고 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상징인 메인 수조 앞에 선 고정락 관장. 그는 수족관을 단순한 구경거리로 여기던 것에서 이제는 바다를 배우고 공부하는 연구·학술 공간으로 인식이 바뀌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고정락 관장

밤바다처럼 오후 6시부터 조명 어둡게
생물 라이프사이클에 맞게 환경 조성
시즌별 6∼8개씩 교육 프로그램 운영


서울 잠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하 롯데 아쿠아리움)은 650종 5만5000여 마리의 해양생물을 보유한 대형 수족관이다. 2014년 10월 문을 연 롯데 아쿠아리움은 개장 2년여 만에 연간 140만 명 가까이 찾는 명소가 됐다. 단기간에 인기 관광지로 자리잡은 것도 대단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수족관을 일회성 볼거리가 아닌 해양 생태계를 배우고 연구하는 ‘환경 박물관’으로 인식을 재정립한 노력도 평가받고 있다. 롯데 아쿠아리움은 현재 국내 최다의 해양생물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2011년 개관 준비 때부터 지금까지 아쿠아리움을 책임지고 있는 고정락(50) 관장이 아니었다면 어려웠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름방학 시즌 준비로 한창 바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고정락 관장을 만났다.


- 아무래도 아쿠아리움은 여름방학이 한창 바쁜 때일 것 같다.

“교육 프로그램으로 지난해부터 실시한 찾아가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지역사회 학교를 찾아가 바다의 중요성을 깨닫도록 교육하는데, 작은 수조를 선물해 생물을 키우며 학습하도록 돕고 있다. 30명 정원 1개반으로 운영하는데, 경쟁률이 5대1에 달한다. 생물전시는 세계 최초로 ‘나이트 아쿠아리움’을 시도한다. 생물복지 차원에서 라이프 사이클에 맞게 오후 6시부터 조명을 어둡게 해 실제 밤바다처럼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방문객에게 플래시를 대여해 자연스런 밤바다 생태계를 보여줄 것이다.”


- 2014년 10월 문을 열어 개관 3년차다. 현재 하루 평균 방문객은 어떻게 되나.

“주중에는 하루 2000명, 주말에는 5000∼6000명 수준이다. 연간으로 따지면 140만명 가까이 된다. 현재 아쿠아리움은 안정기에 접어든 단계다. 서식 환경이나 수질에서 초기에 변동이 심했지만 많이 안정됐다. 이를 수치로 보여주는 것이 폐사율이다. 아쿠아리움 초기에는 대략 40%에 달하는데, 안정기에 들어서면 10∼20% 수준이 된다. 우리는 지난해 11%였고, 올해는 현재까지 7% 정도이다.”


- 개관 이후 3년여를 지내오는 동안 가장 어려웠거나 힘든 고비가 있었다면.

“개관 초 누수사고와 수족관에 대한 인식 부족, 오해로 고민이 컸다. 수족관을 단순히 엔터테인먼트 시설로 보는 시각부터 벨루가 폐사 때 동물보호단체의 항의 등 풀어야할 과제가 많았다. 이제는 차수문, 누수감지 센서 등 안전장비 관리 보수를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수준이 됐고, 생물폐사의 갈등도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수족관이 아니면 어디서 해양생물을 연구할 수 있느냐’는 인식공유를 하고 있다.”


- 초기에는 벨루가를 떠올렸지만, 지금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더 인상적이다.

“교육 프로그램은 총 36개로 이를 시즌별로 6∼8개 운영한다. 그때그때 사회적, 환경적 요인에 맞춰 선택적으로 운영한다. 다른 곳과 달리 교육 파트를 따로 떼어 해양생물센터에서 운영한다.”


- 롯데 아쿠아리움 전에는 수족관은 단순히 진기한 해양생물을 구경하러 가는 곳이었다. 지금은 바다를 배우고 연구하는 곳이라는 인식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수족관 역할에서 바다를 연구하는 것은 중요한 기능이다. 처음 오픈했을 때 수중 생물의 크기가 작아 보기 어렵다는 관람객의 불만이 많았다. 다른 곳은 전시를 위해 큰 개체 위주로 도입한다. 보기는 멋있지만 폐사율이 높아진다. 우리는 처음에 작은 생명체를 도입해 수조 생태계에 적응하면서 커가는 방식을 선택했다. 아쿠아리움도 동물원, 박물관처럼 자연의 시간을 보여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논문으로 발표해 호평을 받았다. 지금은 한국어류학회가 학술대회를 개최할 때 테스트 베드로 수족관을 제공하고 있다.”


- 해외 아쿠아리움은 하고 있는데, 우리는 못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시설의 해외 의존도가 높다. 물고기를 관리하는 탱크 안에 환경을 만들어주는 각종 장치나 시설 국산화가 안됐다. 만드는 것부터 운영, 리모델링, 자재까지 다 해외에서 가져와야 한다. 아직 그게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일본만 해도 수족관협회에 시설이나 장비를 제작하는 업체가 모인 시스템과 하드웨어 분과가 있다.”


- 1월 발족한 한국수족관발전협회 초대 회장을 맡았다. 구상하는 계획이나 사업이 있다면.

“기존 패러다임을 바꿔 새로운 수족관의 길을 찾아보는 것이 목표다. 생물 연구는 가장 기본적인 당연한 역할이고, 앞으로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관람객과 공유하고 그것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려고 한다. 특히 생물 관리에 대한 모든 자료를 빅데이터로 만들고, 누구든지 그 자료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그렇게 하면 생물에 대한 접근방식이 달라진다.”

● 고정락 관장

▲1967년생 ▲부경대학교 해양생물학 박사 ▲미국 텍사스주립대 분자계통학 포스트 닥터 ▲1997년∼2010년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 연구관 ▲2011년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관장 부임 ▲한국동물원수족관협회(KAZA) 부회장 ▲건국대 수의과대학 겸임교수 ▲한국수족관발전협회 회장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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