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어떻게 ‘단발머리’ 틀었나

입력 2017-07-20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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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택시운전사. 사진제공|더램프

영화 삽입곡에 노래 사용 원치 않던 조용필
송강호의 ‘변호인’ 연기에 감명 흔쾌히 허락

‘그 언젠가 나를 위해 꽃다발을 전해주던 그 소녀/오늘따라 왜 이렇게 그 소녀가 보고 싶을까/….’

‘가왕’ 조용필의 노래 ‘단발머리’의 노랫말 중 일부다. 1979년 그의 1집 ‘창밖의 여자’에 담긴 노래는 해당 앨범의 거의 모든 곡처럼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뿅뿅뿅∼’, 신시사이어저가 내는 소리는 이전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새로움을 안기며 멜로디와 리듬에 경쾌함을 더했다.

조용필의 ‘단발머리’가 영화 ‘택시운전사’(제작 더램프)의 도입부에 삽입되면서 새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이를 취재하려는 독일 기자와 그를 광주로 태우고 간 택시운전사의 이야기. 평범한 택시운전사인 주인공 송강호가 차 안에서 노래를 켜놓고 따라 부르는 장면에 담겼다. 시대적 분위기를 더하는 노래로서 맞춤하다.

하지만 제작진은 ‘단발머리’를 영화에 삽입하기까지 걱정에 사로잡혔다. 연출자 장훈 감독 등은 영화계 안팎에서 “조용필이 자신이 노래를 영화나 드라마 삽입곡으로 사용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말을 들은 탓이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에도 문의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장 감독은 그래도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4월 영화의 대략적인 개요와 시나리오, 송강호 출연 사실 등을 조용필의 매니저를 통해 설명했다. 이를 접한 조용필은 “노래를 사용해도 좋다”는 답을 흔쾌히 내놓았다. 제작진의 한 관계자는 “송강호가 주연한 ‘변호인’을 조용필이 인상 깊게 봤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노래를 삽입곡으로 사용하게 해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조용필의 이 같은 애정은 이미 1980년대에 발휘되기도 했다. 그는 톱스타로 군림하던 1980년 영화 ‘그 사랑 한이 되어’의 주연으로 활약했다. 또 이 영화의 음악을 맡았고, 자신의 노래를 영화 제목으로 삼은 ‘창밖의 여자’(1980년), ‘돌아와요 부산항 80’(1980년) ‘미워 미워 미워’(1982년)의 주제가를 불렀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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