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5·18 담다③] 광주영화는 계속

입력 2017-07-21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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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광주를 그린 단편영화 ‘칸트씨의 발표회’의 한 장면. 배우 조선묵, 김명수 등이 출연했다. 사진제공|인디컴시네마

칸트씨의 발표회…황무지…꽃잎…오! 꿈의 나라

사건이 지니는 엄청난 역사성만큼 영화로 이를 담아내려는 노력도 이어졌다. 절차적 민주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 최근은 물론 그 가해자들이 여전히 서슬 퍼런 폭압적 권력을 휘두르던 1980년대에도 광주는 스크린을 통해 큰 울림을 관객에게 안겨 주었다.

영화가 광주를 본격적으로 담아내기 시작한 건 1987년. 김태영 감독이 다양한 상징으로 아픔을 형상화한 16mm 단편영화 ‘칸트씨의 발표회’가 첫 시도였다. 김 감독은 이듬해 장편영화 ‘황무지’를 제작, 연출하며 진압군 병사의 시선으로 광주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권력은 ‘황무지’의 필름과 비디오테이프를 압수했고, 김 감독은 이를 광주에서 상영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 김 감독은 “당시 전 재산이었던 3500만원을 들여 제작했다. 결국 돈이 없어 벌금도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 원본 필름은 현재 없다. ‘칸트씨의 발표회’는 1994년 서울 아현동 가스폭발 사고로 김 감독의 집까지 화재 피해를 입으면서 사라졌다. 김 감독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1989년 말에서 1990년 사이 일본에서 ‘황무지’의 화질 향상 작업을 한 뒤 귀국하다 공항에서 빼앗겼다”고 돌아봤다.

1989년에는 영화제작소 장산곶매가 다큐멘터리 영화 ‘오! 꿈의 나라’를 제작했다. 고 홍기선 감독이 제작자로 나서 현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이은 회장과 ‘접속’의 장윤현 감독,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의 장동홍 감독이 연출했다. 서울 대학로 예술극장 한마당에서 상영됐다. 하지만 당국의 탄압 속에 홍 감독과 한마당 유인택 대표가 사전심의 거부 등을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유 대표는 훗날 ‘화려한 휴가’(2007년)를 제작한다.

본격 상업영화로서 광주를 그린 영화는 1996년 장선우 감독의 ‘꽃잎’이다. ‘15살 소녀’ 이정현을 세상에 알린 영화는 오빠와 엄마를 광주에서 잃은 소녀의 아픔과 이를 바라보는 공사장 인부 그리고 소녀의 오빠를 찾아 나선 그 친구들의 이야기로 광주를 말했다. 영화는 실제 항쟁의 ‘성지’였던 광주 금남로에서 무려 5000여명의 사람들이 참여해 진압군의 첫 발포가 있었던 5월21일의 상황을 담아냈다.

뒤이어 이창동 감독이 1999년 설경구를 주연으로 내세워 ‘박하사탕’을 세상에 내놓았다. 진압군으로 투입됐던 한 남자가 순수했던 청춘을 보내고 점차 세상 속에서 일그러져가는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광주는 그 중요한 모티브였다.

흥행작 ‘화려한 휴가’는 5월18일부터 27일까지 시민들의 저항과 전남도청에서 최후의 항전을 벌인 시민군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애국가가 흐르는 사이 진압군의 시민들을 향한 첫 발포 장면이 안긴 아픔이 생생했다.

이후 강풀의 웹툰을 원작 삼았던 ‘26년’이 2012년 개봉했다. 광주의 아픔을 지닌 희생자 유족들이 26년이 지난 뒤 가해의 총 책임자인 ‘그사람’을 처단하기 위해 나서는 이야기. 하지만 영화는 2009년 제작에 나서면서 제작비를 원활히 충당하지 못하는 아픔을 겪었다. 정치적 외압 때문이라는 소문이 충무로에 파다했다.

‘택시운전사’와 ‘포크레인’에 이어 내년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선보인다. 광주의 아픔에서 여전히 헤어나지 못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는 시민들의 제작비 모금을 통해 촬영을 마쳤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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