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세이브왕의 귀환?’ 김세현 “난 아직 마무리투수가 아니다”

입력 2017-07-2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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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마무리 김세현이 돌아왔다. 그는 지난해 36세이브를 기록하고 세이브왕에 올랐지만 올 시즌들어 고전했다. 그러나 19일 고척 KIA전에서 76일 만에 세이브를 기록하면서 필승마무리의 복귀를 널리 알렸다.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프로야구선수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의 이름 앞에 ‘1위’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싶어한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인 만큼 개인이 획득 할 수 있는 타이틀이 타 종목보다 많다. 선수들은 해마다 열리는 시상식에서 그해 각 부문 타이틀 홀더로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린다.

넥센 김세현(30)은 지난해 마무리투수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쳐 세이브왕에 올랐다. 자신의 이름 석자를 정확하게 야구팬들에게 알리는 계기였다. 62경기에서 방어율 2.60, 36세이브를 기록해 당당히 2016 KBO리그 세이브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모든 타이틀이 의미를 지니지만 그가 획득한 구원왕의 의미는 유독 남달랐다. 세이브 개수가 곧 팀의 승리를 의미하는 특성 때문이었다. 넥센은 지난해 시즌 전 프리뷰에서 10개 구단 중 최약체로 꼽혔던 팀이다. 김세현은 꼴찌 후보 팀에서 마무리 보직을 맡아 무려 팀의 36승을 매듭지었다. 덕분에 넥센은 예상을 깨고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대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팀, 개인으로서 더 할 나위 없는 시즌이었으나 이후 김세현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그는 올해에도 지난해에 이어 마무리투수로 시즌을 시작했다. 4월에만 7세이브를 거두며 순항하는 듯 했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짧은 이닝을 책임지며 실점하는 경기가 점점 늘어났다. 방어율은 4점대까지 치솟았다. 결국 그는 마무리투수 보직을 팀 동료 이보근과 김상수에게 넘겼다.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는 굴욕까지 맛봤다.

그는 절치부심하며 구위 회복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해의 좋았던 모습을 다시 꾸준히 반복하며 컨디션이 올라오길 기다렸다. 그리고 19일 고척 KIA전에서 1이닝 퍼펙트로 시즌 9세이브를 올리며 마무리투수 자리에 복귀했다. 무려 14경기 만에 거둔 세이브. 마무리투수 보직을 되찾은 것보다 기쁜 것은 팀 승리의 방점을 다시 자기 자신이 찍었다는 것이었다.

넥센 김세현. 스포츠동아DB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투수로 복귀했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특별한 감흥은 없다. 이제부터가 중요한 것 아니겠나. 지난해의 좋았던 모습을 다시 떠올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올해에는 구위 자체가 너무 안 좋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신중하게 연습했고, 무엇보다 꾸준히 구위 회복에 힘썼다.”


-그래도 지켜보는 가족은 생각이 달랐을 것 같다.

“말은 안 해도 분명 속상했을 것이다. 내가 기존에 맡았던 보직에서 물러났으니까. 미안하지만 내가 어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면 해결책도 나올 것이라 굳게 믿었다. 좋은 모습을 빨리 보여주고픈 마은 뿐이었다.”


-팀에서는 이보근과 김상수가 그동안 고생해줬다.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호투를 바랐다. 항상 멀리서 응원했는데, 솔직히 미안한 감정이 더 많았다. 내가 제 몫을 못하다 보니 둘의 부담이 늘어난 모습이었다. 특히 (김)상수는 최근 페이스가 조금 떨어진 모습인데 이는 전부 내 탓이다.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언제든 대기할 생각이다. 무리를 하지 않으면 금방 좋은 모습을 되찾을 것이다. 다 같이 완전한 필승조를 꾸려 팀을 5강 이상의 순위로 올려놨으면 한다.”


-좋은 불펜진의 일원이라는 것이 동기부여가 되나.

“물론이다. 선수들 모두 자기 자신보다 팀을 위해 뛰고 있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 선수들이다. 팀 순위를 지금보다 높은 곳으로 올리기 위해 모두 최선을 다 하고 있다. 그런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다 보니 개인성적도 모두 저절로 좋아지는 것 같다.”

넥센 김세현. 스포츠동아DB



-마무리투수로 복귀한 것에 부담은 없나.

“특별히 성적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작년에 구원왕이 됐다고 해서 올해도 그 타이틀을 지켜야한다는 강박관념은 없다. 세이브 상황이 주어지면 그것을 좋은 결과로 만들기 위해 공을 던질 뿐이다. 지난해에도 그런 생각으로 공을 던지니까 타이틀이 따라왔다. 최우선은 팀이 이기는 것이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계속 안경을 안 쓴다. 징크스 같은 건 없나.

“작은 것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 한다. 안경을 써서 좋고, 머리가 짧다고 해서 공을 잘 던지는 것은 아니더라. 안경은 그저 잘 보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지금은 습기 차는 게 불편해 쓰지 않는다. 그 부분에 계속 신경을 쓰다 보니 집중력이 분산되더라. 던지는 것에만 집중하고 싶다.”


-박빙의 상황에서 공을 던질 기회가 많다. 특별히 마인드컨트롤을 하나.

“잡생각을 하지 않으려 한다. 타자를 상대하는 그 상황에만 집중한다. 마운드에 올라가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이미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후반기에 세운 목표가 있나.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직 마무리투수가 아니다. 진짜 마무리투수는 오승환, 손승락 같은 선배들이다. 몇 년씩 꾸준히 마무리투수로 던져야 자기 능력을 알 수 있다. 나는 이제 1년을 던졌을 뿐이다. 할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해보고 몇 년 뒤에 팬들에게 평가를 받고 싶다. 그때도 내가 마무리투수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그때 내가 직접 ‘나는 마무리투수’라고 당당히 말하고 싶다.”


● 넥센 김세현은?

▲1987년 8월 7일생
▲도신초~우신중~덕수정보고
▲우투우타
▲키 188㎝, 몸무게 98㎏
▲2006년 현대 유니콘스 입단(2차 2라운드 16순위 지명)
▲2017년 연봉 2억7000만원
▲2016년 KBO리그 세이브 1위(36세이브)
▲2017년 성적=24경기 1승1패9세이브7홀드(26.1이닝 18자책점), 방어율 6.15(19일 현재)

고척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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