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피플] 성주명 교수 “집중적, 전문적으로 백혈병 환자 돌봐야”

입력 2017-07-2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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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화백혈병센터장 성주명 교수

성주명 이화백혈병센터장은 “환자들이 완치되는 모습을 보면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 심장이 뛰고 호흡하며 사는 것이 순간순간의 기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백혈병을 좀더 알아가고 완치율을 높이는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골수이식환자를 검진하거나 이식할 때 입는 무균진료복이 성주명 센터장에게 더욱 잘 어울려 보인다.


치료부터 사회복귀까지 도움 주고파
외부 NGO 통해 비용부담 최소화 노력
백혈병 정복 위한 다양한 연구 진행

“무서운 병입니다.” 백혈병은 어떤 질환이냐는 물음에 대한 성주명 교수의 첫 대답이다. 이어진 말이 “과거에 비해서는 완치율이 많이 높아졌습니다”였기에 덜컥 불안했던 심정을 다소 진정시킬 수 있었다. 4일 이대목동병원 이화백혈병센터가 문을 열고, 성 교수가 초대 센터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1997년 국내 최초로 항암제 투여를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안전하고 독성이 적게 골수 이식을 할 수 있는 ‘미니 골수이식법’을 개발했다. 백혈병과 골수이식은 아직까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성 교수의 획기적인 치료법으로 무균실이 아닌 일반 병실에서도 골수이식이 가능해졌고, 현재 대부분의 국내 대학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다. 성주명 센터장을 만나 이화백혈병센터와 백혈병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본다.


-이화백혈병센터의 역할에 대해 설명해 달라.

“골수이식부터 재활까지 전문적으로 돌보고 싶어 하는 의료진과 이화의료원의 마음을 담았다. 백혈병 확진이나 의심증상이 있는 환자들에게 열려 있다. 이화학당 창설자 메리 F. 스크랜튼 여사의 개교 이념처럼 ‘섬김과 나눔’이라는 병원설립 이념을 추구한다. 이에 걸맞게 환자들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도 찾고 있다.”

-경제적 도움이 꼭 필요할 정도로 백혈병 환자의 비용 부담이 많은가.

“중증 질환은 나라에서 95%를 지원한다. 백혈병 진단을 받아 병원에서 중증 등록을 하면, 입원의료비의 5%만 부담하면 된다. 하지만 워낙 큰 비용이 필요해 5%도 부담은 크다.”


-환자가 부담하는 5%의 비용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가.

“타인 골수이식을 위해 골수은행에서 골수를 가져오는 비용만 해도 환자가 부담하는 5%가 국내 골수은행일 경우 최하 800만원이다. 만약 맞는 골수가 없어 해외에서 가져올 경우에는 환자 부담이 무려 2500만원으로 늘어난다. 이를 덜어주려는 것이 이화백혈병센터의 설립취지라 할 수 있다. 환자 모두에게 혜택을 제공할 수는 없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에게 이대목동병원 사회사업과와 외부 NGO 등을 통해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단순히 치료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들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화백혈병센터가 추구하는 것들이 있다면.

“해외에 기술적으로 앞서있다고 검증된 선도적 연구기관들의 신약 치료제 등도 연계하려 한다. 미국 FDA에서 승인한 약을 공식채널을 통해 들여올 예정이다. 해외 유수 의료연구기관과의 MOU도 준비 중이다. 서울 마곡지구에 ‘이대서울병원’이 개원하는 2019년 초에는 더 많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FDA에서 승인한 신약뿐 아니라 효과가 검증된 3상 임상시험 약품도 빠른 시기에 연계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백혈병 정복을 위해 하는 일들을 좀더 설명해 달라.

“첨단 분자생물학을 통한 진단과 중개 연구 등 백혈병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백혈병 세포를 좀더 효과적으로 퇴치하는 방법이나 신약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실험 등이다. 이러한 것들을 완성시키는 것이 이화백혈병센터의 목표다.”


-유전자검체은행과의 공조란 무엇인가.

“환자 혈액이나 골수를 본인 동의를 얻어 보관해 신약 검증이나 치료예측 등에 사용한다. 독성은 줄이고 효과는 올리기 위한 연구들이다. 진단의학과 혈액병리학 등 기초연구팀과 함께 치료에 도움을 주기위한 방법의 하나다. 기초학 병리학 분야의 의사들과 유기체적인 연구도 시행할 계획이다. 역시 치료에 유익한 방법을 찾는 일이다.


-아직도 일반인들에게 백혈병은 난치병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물론 무서운 병이지만 과거보다 완치율이 많이 높아졌다. 급성골수성백혈병은 완치율이 40∼50%, 만성골수성백혈병은 85∼90%에 이른다. 소아백혈병도 90%, 성인 백혈병은 40∼50% 정도의 완치율을 보이고 있다.”


-백혈병 원인은 무엇인가.

“유전되는 병이 아니다. 극소수를 제외하고 아직까지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벤젠이나 휘발유, 방사선에 많이 노출되거나 특정 바이러스에 노출된 경우가 원인으로 밝혀져 있다. 하지만 아직도 전체 증상의 97∼98%는 원인을 모른다.”


-주의할 점이 있다면.

“빈혈이 악화되거나 감기 몸살이 오래가고, 쉽게 멍드는 증상이 있다면 바로 병원을 방문해 진료 받는 것이 좋다. M3백혈병은 비만인 사람이 걸릴 확률이 다소 높아 과체중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환자나 보호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완치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졌지만, 백혈병은 여전히 어려운 병이다. 신약이나 많은 연구가 활발한 만큼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치료해야 한다.”


-그밖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홀리스틱(holistic)을 말하고 싶다. 교감이 중요하다. 몸만 고치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환자 가족들에게 위로나 위안, 격려를 제공하는 심리적인 치료나 카운슬러 등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 치료 후 재활과 사회복귀 과정을 거치면서 우울증 등을 겪을 수 있다. 단순히 중병 질환 치료만이 아니라 환자들은 여러 가지 도움을 필요로 한다.”


● 성주명 센터장

▲연세대 의과대학 졸업 ▲미국 일리노이대 내과전문의과정, 텍사스대 M.D 엔더슨암센터 종양내과 전임의과정, 텍사스대 의과대학 혈액학 전임의과정 수료 ▲M.D 엔더슨암센터 골수이식센터 및 분자혈액학과 교수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및 조혈모세포이식센터장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장 및 이화백혈병센터장(2016∼현재)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 ▲대한혈액학회 정회원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정회원

정용운 기자 sadzo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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