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 Law Story] 야구공 잡으면 기념품 되는데 축구공 가져가면 절도죄…왜?

입력 2017-07-2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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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볼이나 파울볼을 관중이 갖는 것은 팬서비스이자 관습이 됐다. 야구공은 홈구단의 소유지만, 타격 이후 펜스 밖으로 공이 넘어간 순간 구단이 소유권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파울볼을 잡으려고 경쟁하는 관중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7000원짜리 야구공, 팬서비스로 제공
개당 20만원 비싼 축구공은 구단 소유

1921년 5월 16일 뉴욕 자이언츠의 팬 루벤 버만(Reuben Berman)이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다. 버만은 필드와 가까운 좌석에 앉아 있다가 날아든 파울볼을 잡았다. 잠시 후 홈팀 뉴욕의 보안요원이 찾아와 주운 볼을 돌려달라고 했다. 버만이 거절했음에도 보안요원은 계속 볼을 돌려달라고 했다. 화가 난 버만은 볼을 뒤쪽으로 던져버렸다.

이후 버만은 관중석에서 끌려나와 엄한 훈계를 들었다. 그리고 티켓을 환불받은 뒤 경기장에서 쫓겨났다. 공개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한 버만은 구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관중석으로 넘어온 볼의 소유권을 인정하고 2만 달러를 정신적, 육체적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하라는 내용이었다.

구단은 버만의 행위가 ‘무질서하고 신사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주장하면서 당연히 승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구단이 버만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으로 100달러를 주고, 파울볼은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게 하라는 판결이었다. 이 판결은 미국 법원에서 티켓을 끊고 들어온 야구팬이 파울볼을 가질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기념비적인 것이었다.

루벤의 소송 이후 각 구단의 정책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관중석으로 넘어온 공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경기에 사용된 볼을 얻는 것은 관중들에게 경기를 관전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팬들을 야구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 구단들이 이러한 점을 깨달은 것도 정책을 변화시키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 문제는 공의 가격

야구공은 한 경기에 180∼200개 가량 사용한다. 공 가격은 1개에 7000원 가량이다. 예전에는 한번 사용한 공을 재사용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1군 경기에서 재사용하진 않는다. 스크래치로 인해 공의 변화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K리그의 경우 한 경기에 10개의 축구공을 사용한다. 심판이 1개의 공을 가지고 들어가고 나머지는 볼보이들이 가지고 있다가 터치라인 아웃이나 골라인 아웃이 되면 즉시 교체해 넣어준다. 공 1개의 가격은 20만원이 조금 안 된다. 게임을 하다보면 거의 사용하지 않은 공도 있다 보니 일부 공은 다음 경기에 재활용한다.

KBL은 한 경기에 3개 정도의 공을 배정한다. 공기압이 잘못되는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처음 사용한 공을 계속 사용한다. 가격은 축구공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 다른 경기에 비해 재사용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실내에서 하는 운동이다 보니 스크래치가 잘 나지 않기 때문이다.

배구도 축구, 농구와 비슷하다. 한 경기에 5개의 공을 사용하는데, 개당 가격은 7만원 가량이다. 상태가 좋은 공은 다음 경기에 재활용하기도 한다. 몇 해 전 일부 구단에서 팬서비스 차원에서 관중석으로 날아간 공을 회수하는 대신 다른 공으로 바꿔주기도 했다. 경기 전 감독관이 공기압이나 외형 등을 살펴본 후 시합구에 사인을 해 인증하므로 시합구를 줄 순 없기 때문이다.


● 축구공은 가져가면 절도죄

야구의 경우에는 팬서비스 차원에서 관중들에게 기념품으로 가질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개당 7000원이라는 가격이 그런 정책을 취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준 것이다. 또 정책이 오래되다 보니 관중들도 의례히 가져갈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일종의 관습법이 된 셈이다.

따라서 야구공은 타격 전에는 홈구단의 소유지만, 타격 이후 펜스 밖으로 공이 넘어간 순간 구단이 소유권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무주물(無主物)이 되어 민법 제252조 제1항에 의해 주은 사람이 소유자가 된다. 베리 본즈의 73호 홈런볼이나 이승엽 선수의 55호 홈런볼 습득자가 주인이 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야구 이외의 경기에서 관중석으로 날아온 공은 원칙적으로는 여전히 홈구단의 소유다. 따라서 무단으로 가져가는 경우 ‘절도죄’가 성립한다. 공 가격이 비싼 편이어서 구단에서 기념품으로 주는 정책을 취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정책이 절대적이진 않다. 공이 좀 더 싸지거나 구단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기념품으로 제공한다면 달라질 수 있다. 경제적, 사회적 여건이 변하면 정책도 법률도 변하는 것이다.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 양중진 부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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