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나라서 K리그 축제…초대받지 못해 뿔난 팬들

입력 2017-07-3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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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해외 개최로 국내 팬들 2년째 동참 못해
경기마저 패하며 여론 악화…비난 쇄도


말 많고 탈 많았던 K리그 올스타전이 막을 내렸다.

FC서울 황선홍 감독이 지휘한 K리그 올스타팀은 7월 29일(한국시간) 베트남 하노이 원정에서 홈팀인 베트남 SEA(동남아시안)게임 대표팀(22세 이하)을 상대해 0-1로 졌다. 결과를 떠나 여러 방면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동시에 올스타전이라는 축제의 존재 이유를 되새기는 기회이기도 했다.

우선 이번 K리그 올스타전은 장소를 베트남으로 정하면서 반대여론도 많았다. 국내리그 최대의 잔치를 정작 국내 축구팬들이 현장에서 즐기지 못한 아쉬움이 앞섰다. 팬들로선 이유 있는 항변이었다. 올스타전은 리그 최고의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사실상 유일한 하루다. 이날만큼은 선수와 팬 모두가 한마음으로 축제를 즐긴다. 볼거리 역시 풍부하다.

그간 K리그 올스타전에선 단순히 90분 경기뿐만 아니라 캐논슛 대결, 하프라인 이어달리기 등 여러 이벤트들이 더욱 축제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는 팬들이 올스타전을 찾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베트남 원정에선 이와 같이 즐길 거리조차 없어 K리그 팬들은 웃음기 빠진 잔치를 멀리서 지켜봐야 했다. 2년 연속 국내 올스타전 무산이라는 점도 아쉬움을 증폭시켰다.

K리그는 2016년 중국 슈퍼리그와 손을 잡고 올스타전 성사단계까지 이르렀지만, 한국과 중국이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에 편성되면서 행사를 취소했다. 이번 올스타전마저 해외에서 열리는 바람에 팬들은 2년 내리 별들의 잔치에 동참할 수 없어 허탈감이 컸다.

설상가상으로 K리그 올스타팀이 실망스러운 경기 끝에 패하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올스타전 무용론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는 축제와 경기를 구분하지 못하고 오직 승패만을 판단의 기준으로 보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올스타전은 승패보다는 잔치에 방점이 찍히는 무대다. 올해 이벤트가 국제경기 성격을 가졌다고는 하더라도 빡빡한 일정 속에서 원정을 떠난 선수들에게 반드시 이기고 오라고 강요하고 패배의 잘못을 돌릴 수 없는 이유다.

다만 이번 올스타전에서 쓴맛을 경험한 선수단 역시 느낀 것이 많았을 것이다. ‘마음가짐’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가 경기에 미치는 힘을 체감했을 것이다. 의도와 과정이 어떻건 지면 비난이 쏟아지는 것이 스포츠고 그 화살은 선수들이 받는다. 2018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이 교훈은 우리 선수들에게 좋은 예방주사로 남기를 바란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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