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타차 역전 드라마…이미향 “나도 얼떨떨”

입력 2017-08-0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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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향이 7월 31일 스코틀랜드 노스 에어셔 던도널스 링크스에서 열린 미 LPGA 투어 애버딘 에셋 매니지먼트 레이디스 스코티시 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뒤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LPGA 스코티시오픈 깜짝 우승

대회 4라운드 6타 뒤진 공동 6위로 시작
웹 17번홀 벙커 참사…이미향에겐 행운
총 282타…상금 2억5000만원 손에 쥐어


스코틀랜드에 부는 변화무쌍한 바람처럼 역전 드라마는 예고도 없이 왔다.

이미향(24·KB금융그룹)이 선두와 6타 격차를 따라잡는 맹추격전 끝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7월 31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노스에이셔주 던도널스 링크스코스(파72·6390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에버딘에셋매니지먼트 레이디스 스코티시오픈 4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기록하고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로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상금 22만5000달러(한화 약 2억5000만원)도 함께 품었다.

무서운 뒷심이었다. 이미향은 4라운드 출발까지 선두그룹에 6타 뒤져 있었다. 호주의 베테랑 캐리 웹(43)과 김세영(24·미래에셋자산운용)이 6언더파 210타로 나란히 선두를 달렸다. 크리스티 커(40·미국)가 2타 뒤진 3위로 챔피언 조에서 경기를 했다. 이미향은 이븐파 216타 공동 6위였다.

이미향.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출발이 산뜻했다. 1∼2번 홀 연속 버디를 했다. 4번 홀 보기는 5∼7번 홀 3연속 버디로 만회했다. 전반 마지막 홀까지 버디를 잡고 선두와 격차를 지워냈다. 하지만 웹과 공동선두로 출발한 후반부에선 버디 행렬이 멈췄다.

지루한 기다림의 연속. 파4 17번 홀까지 버디 없이 파 행진이 계속됐다. 이미향이 주춤거리는 사이, 웹은 14번 홀에서 환상적인 칩인 이글 덕분에 2타차 단독선두가 됐다. LPGA 개인통산 우승이 한 차례에 불과한 24살 골퍼는 17번홀에서 기막힌 어프로치 샷으로 우승의 희망을 이어갔다.

세컨드 샷이 그린을 넘어 가지 않아야 할 지역에 갔다. 러프에서 환상적인 플롭샷으로 언덕처럼 솟은 그린 위로 공을 띄워 버디 같은 파를 잡았다. 이미향에게는 행운의 홀이 웹에게는 대참사의 홀로 변했다. 16번 홀에서 쉬운 어프로치샷 미스로 보기를 기록한 웹은 그 영향 탓인지 17번홀 드라이브 샷을 또 실수했다. 페어웨이에 있는 항아리 벙커로 공이 들어갔다.


벙커는 깊었다. 앞으로는 칠 엄두가 나지 않았다. 170야드가 남은 상황에서 뒤로 공을 빼내야 했다. 200야드로 거리가 멀어졌다. 웹은 우드로 그린을 노렸으나 또 공이 벙커에 빠졌다. 이럴 때 보면 골프는 정말 잔인한 경기다. 흔들린 웹이 벙커탈출 뒤 2퍼트로 홀아웃, 더블보기를 기록하자 이미향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모아졌다.

이미향은 파5 18번 홀에서 2번째 샷을 그린에 올렸다. 여유 있게 버디를 추가한 뒤 경기를 마쳤다. 이미향을 추격하던 웹은 연장돌입에 필요한 이글에 실패하면서 우승이 확정됐다. 클럽하우스에서 대기했던 이미향은 대회 관계자들로부터 우승 소식을 듣고 감격에 젖었다. 2014년 11월 미즈노클래식 제패 이후 2년 8개월만의 LPGA 정상이 마침내 현실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스코틀랜드의 바람처럼 그야말로 우승은 예고 없이 왔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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