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군함도’ 류승완 감독♥강혜정 제작사 대표, 그들이 부부로 사는 법

입력 2017-08-07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영화 ‘군함도’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오른쪽)과 제작자인 강혜정 대표. 2005년 영화사 외유내강을 설립한 부부는 ‘베를린’, ‘베테랑’의 성공 뒤 ‘군함도’까지 합작을 이어가고 있다. 바깥일은 남편인 감독이, 안 살림은 아내인 제작자가 맡는다는 뜻에서 영화사 이름을 정했다. 사진제공|외유내강

‘군함도’ 류승완 감독과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

■ 남편 류승완 감독

‘군함도’ 찍다가 돌아가면서 원형탈모
귀가 때마다 반겨주는 아이들이 큰 힘
내가 엄청 부유한 강대표 꼬셨다고?
우린 영화판 막내로 함께 꿈 키운 동지

■ 아내 강혜정 대표

촬영 내내 ‘이제 영화 그만 하자’고 말해
감독은 예민한 직업…인간적으로 존경
다른 감독? 힘든 경험 남편 하나로 족해
日 우익 공격 땐 ‘정신차리자’ 서로 토닥


영화 ‘군함도’가 6일 누적관객 600만 명을 넘어섰다. 어느 해보다 경쟁이 치열한 올해 여름 극장가에서 가장 먼저 ‘승전보’를 울리고 있다. 영화는 1945년 일본 하시마(군함도)에서 자행된 조선인 강제징용 실화에 상상을 더한 대탈출 이야기. 작품을 둘러싼 평가를 넘어 사회를 향한 다양한 메시지도 내고 있다. ‘군함도’는 감독인 남편과 제작자인 아내의 합작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1998년 결혼한 류승완(44) 감독과 강혜정(47) 대표는 2005년 각자의 성을 따 영화제작사 ‘외유내강’을 세웠다. 밖의 일은 남편이, 안살림인 아내가 맡는다는 의미도 있다. 최근 5년간 이들 부부가 이룬 성과는 한국영화 흥행사와 겹친다. 2년 전 ‘베테랑’으로 1300 만 관객 동원에 성공했고, 2012년 ‘베를린’을 통해 716만 관객의 성공도 맛봤다. ‘군함도’는 부부가 도전한 최대 규모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영화와 살아가는 부부이지만 세 자녀와 함께 하는 일상에서는 여느 부모와 다름없다. 류승완 감독은 “녹초가 돼 집에 갔을 때 나를 둘러싸는 아이들을 보면 든든한 성벽이 생긴 기분”이라고 했다.


-‘군함도’의 배우 송중기는 류승완 감독을 ‘영화에 미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류승완(이하 류) “대부분 ‘영화’보다 ‘미친’에 방점이 찍히지. 하하! 지금도 머리 몇 곳에 원형탈모가 있다. ‘군함도’ 찍을 때 돌아가며 생기더라. 그래도 영화는 내 일이잖아. 게다가 난 내가 하고 싶은 꿈으로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얼마나 특별한가. 일에 충실하지 않고 어슬렁대는 건 못된 일이다.”


-류 감독이 ‘군함도’를 하겠다고 했을 때 흔쾌히 동의했나.


강혜정(이하 강) “고민은 안했다. 군함도 사진을 갖고 와 ‘여기서 사람들이 탈출하고 성공하는 얘기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사실과 영화적 상상을 더해서 말이다. 그 안에서 무고하게 죽어간, 강제징집 조선 노동자들에 위로가 될 수 있을 거란 말도 했다. 와 닿았다. 이 때 아니면 언제 해보겠나 싶었다. 나도 나이 들어서인지 점점 피가 끓는 횟수가 준다.(웃음)”


-순제작비 220억원이다. 자본 압박이 컸을 텐데.

류 “‘베를린’ 때 100억 원대 제작비를 처음 경험하며 압박이 컸다. 이번엔 더 커지니까 오히려 제작과 연출이 확실히 분리되더라. 자칫 모두에 피해가 될 수 있으니 ‘오늘만 산다’는 심정으로 달렸다.”


-제작자로서 바라본 감독은 어땠나.

강 “감독님은 나와 얘기한 것 전부를 지켜줬다. 위안부 피해를 보여주되 성적인 장면은 없어야 한다는 것, 비록 위안부로 끌려왔지만 강인한 조선 여인으로 그려달라는 것. 현실 대화도 많이 나눴다. 꼭 ‘군함도’ 뿐 아니라 아직 청산되지 않은 여러 문제들이 지금 우리 아이들에 어떤 고통을 주는지, 근현대사는 아직 할 이야기가 많고, 어떤 부분에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라고 느껴진다.”

사진제공|CJ 엔터테인먼트


부부는 드라마틱한 러브스토리로도 유명하다. 두 사람은 1993년 독립영화협회 워크숍에서 처음 만났다. 대학(고려대 가정학과)을 갓 졸업한 강 대표는 평소 관심 있던 영화 관련 수업을 경험하기 위해서였다. 이미 영화에 푹 빠져있던,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3살 연하의 류 감독은 당시 워크숍 조교로 일하고 있었다. 5년간의 교제 끝에 결혼해 2남1녀를 두고 있다.


-지금의 류승완은, 강혜정이 있어 가능하다는 평가가 있다.

류 “그럼.(웃음) 그런데 우리가 여기까지 온 걸 잘 모르는 사람들은 강 대표가 엄청 부유한 환경이고, 내가 그런 제작자를 잡은 줄 안다. 하하! 우린 촬영현장 막내로 들어오기 전부터 영화에 대한 꿈을 키우면서 차근차근 올라왔다. 우린 굉장히 험난한 과정을 거치면서 여기까지 왔다. 원칙도 있고 그걸 지키려 한다. 비싼 돈 내고 우리 회사 사려는 곳도 많았지만 다 거절했다. 외유내강이라는 이름은 팔수 없으니까.”


-‘군함도’ 촬영을 견딘 남편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

강 “우리 남편한테 촬영 내내 ‘이제 영화 하지 말자’고 했다. 너무너무 힘들어하니까. 매일 밤 잠도 못자고 촬영 들어가는 걸 봐야했다. 어느 날 보니 얼굴에 괴로움이 흘러내리고 있더라. ‘이러다 죽겠어’라고 하니, ‘이미 단명 중이야’라더라.(웃음) 인간으로서 응원하고 싶다. ‘군함도’ 이후 류승완에게 여전히 기대하는 바가 크다. 존경하고 존중한다.”

영화 ‘군함도‘의 류승완 감독(오른쪽)과 아내인 제작자 강혜정 대표 사진제공 | 외유내강



-부부로서 아내가 매력적으로 보일 때가 있나.

류 “와…. 진짜 오글거린다. 하하! 작년 폭염 속에 촬영할 때다. 모두 지쳤을 때 강대표가 의사를 모셔와 전체 스태프와 조, 단역까지 영양주사를 놔줬다. 촬영 기간 추석이 겹쳤는데 전체에게 작은 선물도 챙겨 보냈더라. 센스가 정말 멋있다.”


-부부싸움도 할 텐데.

강 “하긴 하는데, 예민한 상태에선 옆에 가지 않는다. 일단 피한다.(웃음)”


-바쁜 감독인데, 혹시 집안일도 하나.

류 “내가 설거지와 분리수거 얼마나 잘 하는데.”


-자녀들과 영화 얘기도 많이 하나.

강 “우리가 하는 영화가 어떤 결과가 되는지 과정도 말해준다. 아무리 영화인이라도, 어떤 부분에서는 엄마로 확 들어간다. 이번에 ‘군함도’ 개봉하고 여러 말이 나오니까 아이들이 오히려 부모 걱정도 한다. 둘째가 중학교 2학년인데 내 어깨를 두드리며 ‘2주만 버텨!’라고 하더라. 하하!”


-류승완 아닌 다른 감독과 작업하고 싶진 않나.

강 “당연히 없다. 뻔하니까. 감독은 전부 극도로 예민한 걸 아니까. 다른 경험을 굳이 하고 싶진 않다.”


-그렇다면 감독의 생각은?

류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아주 좋은 기획을 갖고 있다면 안 할 이유는 없지.”

외유내강을 설립한 뒤 부부는 5편의 영화를 함께 했다. 그 중 ‘베테랑’으론 흥행은 물론 열광적 인기도 맛봤다. 하지만 이번 ‘군함도’를 통해서는 외적인 이슈에도 휘말리고 있다. 개봉 첫 날에는 2000개가 넘는 스크린을 확보하면서 독과점 논란에 불을 지폈고, 군함도 강제징용 실화가 일본 우익의 공격 대상도 됐다. 표현을 하지 않지만 창작자로서 마음고생심한 부부는 “정신 바짝 차리자는 마음”이라고 했다.


-답답한 마음도 있겠다.

강 “모두 당황했다. 일방적인 구조 안에서 ‘군함도’가 중심이 됐다. 제작과 배급, 유통에서 어떤 상징이 되는 것 같다. 속상하지만 이번 기회에 영화계 안에서 구체적인 논의와 가이드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매년 반복되는 문제이니, 이 참에 바꿀 수도 있지 않겠나.”


-이젠 좀 쉬어야 하지 않나.

류 “요즘처럼 시야가 좋은 날이면, 차를 타고 가다가도 ‘아, 지금 찍어야 하는데’ 싶다. 집에 가면 아이들이 막 달려든다. 둘째는 벌써 나보다 덩치도 큰데, 셋이서 나를 둘러싸면 정말 든든하다. 요즘 모든 일에 덤덤해지는 나를 자극시키는 건 아이들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