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현장] ‘살인자의 기억법’ 설경구-김남길-설현, 극한 도전기 (ft.알쓸신잡)

입력 2017-08-08 11: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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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인자의 기억업’이라 쓰고 ‘극한 도전기’라 읽는다. 설경구는 극도로 체중을 감량하고 오히려 김남길은 두 자리 수로 늘렸다. 설현은 아이돌 이미지를 내려놓고 맨발로 몸을 내던졌다. 세 사람이 ‘살인자의 기억업’을 통해 예고한 혼신의 열연에 기대감이 절로 커진다.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제작보고회. 이날 행사에는 ‘살인자의 기억법’ 주연 배우 설경구 김남길 김설현 오달수 그리고 원신연 감독이 참석했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새로운 살인범의 등장으로 잊혀졌던 살인습관이 되살아나며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 극을 이끄는 연쇄살인범 병수 역할은 믿고 보는 설경구가 연기했다. 설경구는 50대 후반으로 연령대를 낮추겠다는 감독의 제안을 거절하고 소설과 동일하게 70대로 설정했다. 캐릭터 구현을 위해 극도의 체중 감량을 시도했다.

설경구는 “‘나의 독재자’ 때 특수분장을 해봤는데 내 피부가 아니어서 불편했다. 진짜 늙어보겠다는 마음으로 살을 뺐다. 젊을 때는 잘 뺐는데 나이 드니 잘 안 빠지더라”면서 “목젖부터 늙어가더라. 테스트 촬영하는데 감독님이 ‘진짜 늙었다’고 해서 다행이다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촬영 전에 68kg를 찍었다. 이후부터는 숫자에 매달릴까봐 측정을 안 했다. 날씨가 추워서 살이 잘 안 빠지더라. 새벽 5시까지 현장 도착하면 그보다 일찍 1시에 일어나서 줄넘기를 하면서 살을 뺐다”고 밝혔다. 설경구는 “어느날 거울을 보는데 그 안에 내가 갇힌 느낌을 받았다. 폐소공포증을 느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옆에 있던 김남길은 “다들 설경구 선배의 건강 우려를 많이 했다. 새벽부터 줄넘기 소리가 들리는 등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단하다’ 싶었다”고 증언했다. 설현 또한 “나도 다이어트를 정말 많이 해봤지만 탄수화물을 안 먹으면 머리도 안 돌아가고 힘도 없고 예민해진다. 그 와중에도 액션도 하고 긴 대사도 외워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거들었다.

더불어 오달수가 연쇄살인범을 쫓는 파출소 소장이자 ‘병수’의 오랜 친구 ‘병만’을 열연했다. 원신연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 때부터 오달수를 병만 역할로 내정했다. 그는 “눈을 가만히 지켜보면 으스스한 느낌이 정말 많이 느껴진다. 오달수야 말로 스릴러에 최적화된 배우”라고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다. 오달수는 “설경구가 부른 자리에 나갔다가 낚였다. 시나리오도 못 본 상태에서 하게 됐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예전에도 이렇게 낚인 적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병수와 대립되는 관계로 병수가 자신과 닮은 연쇄살인범이라고 추리하는 태주는 김남길이 맡았다. 병수의 살인 습관을 깨우는 의문의 남자, 태주는 평범한 경찰이지만 어딘가 모를 섬뜩한 기운을 뿜어내는 인물이다. 김남길은 역할을 위해 14kg을 증량했다. 그는 “처음에 날카로운 이미지를 생각했는데 감독님과 설경구 형님이 ‘살이 쪄서 웃을 때 서늘한 느낌이 있으면 좋겠다’고 아이디어를 줬다. 운동을 하면서 벌크업으로 체중을 늘렸다. 원래 잘 먹어서 평소처럼 잘 먹으면서 늘렸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영화 ‘강남 1970’(2015)을 통해 스크린에 도전한 김설현이 ‘살인자의 기억법’ 은희를 연기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은희는 병수를 지극적성으로 간호하다 지쳐가는 와중에 태주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캐릭터다.

설현은 “대중에게 고정된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내 자신을 들여다보니까 내가 그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외면으로나 내면으로나 무언가를 정해놓고 벗어나지 않으려는 게 보였다”고 털어놓으면서 “많이 내려놓고 촬영하려고 노력했다. 하루하루 도전하는 느낌으로 촬영했다. 많이 노력했으니 예쁘게 봐주고 기대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원신연 감독은 “깊이가 있다. 설현은 백도화지 같더라. 점을 찍으면 정말 잘 드러나는 배우”라면서 “처음에는 불안했다. 시골 소도시에서 농협에 다니는 20대 초반의 여자가 저렇게 예뻐도 되나 싶었다. 그런데 설현이 본능적인 연기로 커버하더라. 스스로를 눌러가면서 균형을 잡는 모습을 보면서 ‘예쁘다’ 싶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살인자의 기억법’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작품이라는 것에 있다. 최근 tvN ‘알쓸신잡’ 출연으로 화제가 된 김영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소재로 한 것. 원신연 감독은 원작 소설을 40분 만에 읽고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원신연 감독은 “‘용의자’ 등 액션 중심 영화를 하고 나서 깊이 있는 주제의 영화를 하고 싶어졌다. 그 와중에 원작 소설을 읽었다. 장르적으로나 주제적으로나 깊이 있고 호흡이 빠르면서 서스펜스와 결합된 유머도 있어서 좋았다. 영화화되지 않는 게 더 이상할 정도로 매력적인 소설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소설의 감동이 영화에 ‘그대로’ 나타나면 소설 팬들에게 아쉬울 수도 있겠다 싶더라. 소설을 읽은 분도 안 읽은 분도 재밌게 볼 수 있게 캐릭터나 감성에 영화적인 ‘창작’을 흥미롭게 더 넣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범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설경구 김남길 오달수 등 연기파 배우들의 호연, ‘연기 신인’ 김설현의 도전으로 기대를 모으는 ‘살인자의 기억법’은 9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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