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디자인+럭셔리 품격…“왕세자급이군”

입력 2017-08-2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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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지로버 ‘벨라’가 미니멀리즘의 극치를 보여주는 새로운 실내외 디자인과 온·오프로드를 아우르는 극강의 주행 능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제공|재규어 랜드로버

온·오프로드를 아우르는 주행 능력
실내외 디자인 미니멀리즘의 극치
1억대 불구 반자율주행 기능 없어


‘고급스럽고 도시화된 오프로더’.

럭셔리 SUV 브랜드인 랜드로버의 최상위 라인 레인지로버 시리즈를 아우르는 문구이자, 레인지로버 가문을 이끌 새로운 왕세자 ‘벨라’(VELAR)를 정의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표현이다.

벨라는 기존 레인지로버에서 볼 수 없었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탄생했다. 온로드에서는 고급 세단 수준의 승차감을 오프로드에서는 타 브랜드가 넘볼 수 없는 강력한 험로 주행성능을 갖춘 팔방미인이다.

가장 대중적인 크기의 중형 SUV로 포지셔닝했지만 가격은 결코 대중적이지 않다. 주력 모델들은 9850만원∼1억2600만원대다.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레인지로버 벨라를 시승했다.

레인지로버 벨라 실내 인테리어. 사진제공|재규어 랜드로버

● 혁신적 실내, 터치 프로 듀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벨라를 마주하면 우선 미니멀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설명해주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 벨라의 디자인이 곧 레인지로버가 지향하는 디자인의 미래다. 강렬하지만 군더더기 없는 전면 그릴과 긴 보닛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도어 핸들도 기존의 차량에서 볼 수 없던 플러쉬형 도를 채택하고 있다. 도어의 잠금을 해제하면 숨어있던 도어 핸들이 스르륵 튀어나오고 주행을 시작하면 자동으로 모습을 감춘다. 디자인 요소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기저항을 줄여주는 역할도 한다. 벨라의 공기 저항 계수는 0.32cd에 불과하다. SUV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실내로 들어서면 누구라도 감탄할만한 인테리어가 펼쳐진다. 핵심 요소는 ‘터치 프로 듀오’(Touch Pro Duo)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차량 중앙에 고화질 10인치 터치스크린 두 대가 자리하고 있다. 상단 스크린으로는 내비게이션과 미디어를, 하단 스크린으로는 각종 공조 기능과 차량 기능을 통제할 수 있다. 하단의 공조 기능까지 아날로그 방식이 아닌 디지털 계기판으로 처리한 것이 이채롭다. 얇은 정전식 폴리카보네이트(capacitive polycarbonate) 계기판은 터치감도 좋고, 설명서를 읽지않고 바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이다. 차량 계기판도 디지털이다. 차세대 12.3인치 TFT 계기판을 사용해 화질과 밝기가 기존 대비 50% 이상 향상됐다. 한여름의 강렬한 햇살아래 주행을 해도 시인성이 뛰어나다.

●고급스러운 주행감성, 첨단 안전 사양은 부족

이번 시승차는 1억1530∼1억2620만원인 D300 R-Dynamic 모델이다. 1억원대의 SUV는 승차감과 정숙성에서 3000∼4000만원대 국산 중형 SUV와 얼마나 차이가 날까? 승차감을 객관적인 수치로 나타낼 수는 없지만, 전체적인 정숙성과 고속 주행시의 안정감을 비교해보자면 쏘나타와 제네시스의 차이 정도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온로드 주행시의 감성만 비교하자면 그렇다.

어떤 속도에서 코너를 과격하게 돌아나가도 허둥대지 않는 묵직함, 스포츠카에 가까운 제로백 6.5초의 가속성능, 1500rpm에서 71.4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강렬한 힘은 완전히 다른 수준의 SUV 승차감과 성능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코너링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토크백터링 기능과 스티어링휠이 정면 위치로 돌아갈 때 더욱 자연스러운 회전을 도와주는 액티브 리턴 기능도 거대한 차체를 더 쉽고 빠르게 운전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오프로드 능력은 국산 SUV가 넘볼 수 없는 영역에 있다. 시승 코스가 온로드 위주로 이루어져 벨라의 오프로드 능력을 경험할 수 없었던 것이 아쉽지만, 레인지로버 스포츠나 이보크를 경험한 바에 의하면 그렇다.

벨라 역시 강력한 오프로드 능력을 지니고 있다. D300모델에는 기본 적용되는 에어 서스펜션은 주행 환경에 따라 최저 지상고를 251mm까지 높일 수 있고, 최대 650mm의 물길을 지나갈 수 있는 도강 능력을 자랑한다.

사실 레인지로버는 일반도로 주행보다 눈길, 자갈, 암석 등 극한의 험로에서도 차체가 삐걱이는 소리 하나 없이 조용히 빠져나가는 험로 주행 능력을 한 번 경험해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1억원의 가치는 일상적인 도로 주행에서는 느낄 수 없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1억짜리 차에 통풍 시트나 하이패스도 달려있지 않으며, 이 가격대의 차량에 당연히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첨단 안전 사양인 차선유지 보조 시스템이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 등이 없다는 점은 분명 아쉽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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