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토픽] ‘결전 앞둔’ 신태용호, 인상적인 4가지 관리

입력 2017-08-2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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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우즈베키스탄으로 이어질 운명의 2연전을 앞둔 태극전사들이 8월 24일 파주NFC에서 진행된 훈련에서 서로의 등을 밀면서 스트레칭을 겸한 체력훈련을 하고 있다. 대표팀은 부상, 리듬, 심리, 변수 등 4가지를 집중 관리하면서 분위기를 다지고 있다. 파주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대표팀의 부상·리듬·심리·변수 관리

23일 실내훈련한 것도 특수장비 신호 때문
오후 9시 이란전 대비 수면·식사 시간 늦춰
자신감 심기 위해 유쾌한 훈련 분위기 조성
평가전 모든 영상 분석·우즈벡 원정도 대비


상황이 그리 낙관적이지 않지만 한국축구는 통산 10회,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을 꿈꾼다. 현재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2위(4승1무3패·승점 13)다.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의 추격이 부담스럽다.

이런저런 불편함을 피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8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질 이란과의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홈 9차전과 9월 5일 타슈켄트에서 벌어지는 우즈베키스탄 원정 10차전을 모두 잡으면 된다.

특히 이란과의 첫 단추를 잘 꿰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팀은 8월 21일부터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강화훈련을 시작했다. 열흘의 준비기간 가운데 벌써 4일째 손발을 맞췄다. 선수단 분위기도 좋고, 훈련 내용도 훌륭하지만 신태용 감독(47)이 준비하는 관리의 힘도 승패의 중요 변수다. 부상, 리듬, 심리, 변수 등 4가지의 관리다.

를이란(8월 31일), 우즈베키스탄(9월 6일)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앞둔 한국 축구대표팀이 24일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을 가졌다. 대표팀 선수들이 체력 훈련을 하고 있다. 파주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부상관리

태극전사들은 첫날 훈련부터 특수 장비를 가슴 부위에 착용하고 구슬땀을 흘렸다. 인공위성과 연결된 GPS 기능이 탑재된 언더웨어를 훈련복 안에 입었다. 기능이 많다. 심박수를 측정하고, 운동량에 따른 체열의 오르내림을 감지한다. 활동거리와 주요 이동루트도 전부 체크된다.

훈련을 하며 이뤄지는 평균속도와 순간 스피드 등도 함께 나타난다.

당연히 선수들의 몸 상태와 컨디션이 그대로 수치화된다. 이에 맞춰 훈련 프로그램을 조정하거나 선수 개개인에 맞춘 운동량에 변화를 줄 수 있다.

8월 23일 3일차 훈련을 그라운드가 아닌 센터 내 웨이트트레이닝 시설에서 한 것도 특수 장비에서 보내온 신호 때문이다. 몸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운동을 하면 악영향이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일체 휴식은 아니더라도 각자가 체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했다.

오직 부상방지를 위한 특수 훈련도 진행 중이다. 최근 3년 간 각급 대표팀이 ‘비 충돌 상황’에서 나왔던 나 홀로 부상의 주요 부위와 빈도를 종합해 대한축구협회 의무 팀이 총 11가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운동에서 가장 치명적인 부상은 별다른 충돌 없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나온다. 이미 주요 연령별 대표팀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한 가운데 A대표팀이 본격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11가지 훈련 전부를 하는 것은 아니다. 꼭 필요한 2∼3가지만 본격적인 풀 트레이닝 전에 진행한다.

태극전사들은 최첨단 과학을 입는다. 특수 속옷을 착용하고 각자 운동량을 점검한다. 팀 전반의 몸 상태를 체크해 다음 훈련에 반영한다. 파주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리듬관리

신체 사이클도 굉장히 중요하다. 한국-이란전은 오후 9시 킥오프 예정이다. 그에 맞춰 훈련 시간대를 조정했다. 뭔가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매일 오후 6시 30분 팀 훈련을 시작하기로 했다. 정확히 이행하고 있다.

그래서 일과 전체가 바뀌긴 했다. 수면, 식사 등이 전부 평소보다 1∼2시간 늦춰졌다. 감수해야 한다. 몸이 가장 활발히 깨어있는 시간을 바꾸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 대표팀은 오후 8시 훈련도 진지하게 고민했으나 큰 무리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 포기했다.

식사∼미팅∼훈련 등 공식 일정을 제외한 나머지는 철저히 자유다. 개인훈련을 하든, 잠을 더 보충하든 일체 간섭하지 않는다. 자신의 임무 등 그때그때의 과제만 해결하면 된다. 신 감독은 20세 이하(U-20) 대표팀을 이끌었을 때도 “각자의 사이클에 맞게 생활하라”고 주문했다. A대표팀이라고 해서 달라지지 않았다.

를이란(8월 31일), 우즈베키스탄(9월 6일)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앞둔 한국 축구대표팀이 24일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을 가졌다. 대표팀 이근호와 김진수가 볼패스를 하고 있다. 파주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심리관리

지금 대표팀에 없는 한 가지가 ‘위닝 멘탈리티’다. 어느 순간 이기는 방법을 잊었고, 가슴 벅찬 승리의 쾌감을 거의 느껴보지 못했다. 올 들어 치른 4차례 최종예선 경기에서 1승(1무2패) 밖에 얻지 못했다. 신 감독은 소집 기자회견에서 “자신감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말을 확실히 했다.

그래서 모두의 자신감을 끌어올리려고 한다. 활기찬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대표팀 모든 구성원들이 사력을 다한다. 스스럼없이 다가서는 선장 덕에 대표팀 훈련캠프에는 유쾌한 농담과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대표팀 훈련 전부터 심리 관리가 시작됐다. 신 감독은 엔트리 선정을 위해 K리그 현장을 누볐는데, 당시 “최대한 많은 K리그 선수들을 선발하겠다. 이동국(38·전북현대)도 뽑을 수 있다”는 말로 베테랑을 중심으로 모두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줬다.

를이란(8월 31일), 우즈베키스탄(9월 6일)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앞둔 한국 축구대표팀이 24일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을 가졌다. 대표팀 이동국이 체력 훈련을 하고 있다. 파주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변수관리

둥근 공으로 진행하는 축구는 이변이 많은 스포츠다.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어도 최대한 변수를 최소화해야 좋은 결실에 좀더 가까워질 수 있다.

상대국 분석은 아주 오래 전부터 해왔다. 최종예선은 물론, 주요 평가전 영상을 모조리 확보했다. 지금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주요 장면들을 압축, 편집하는 과정이다. 주요 패턴과 공격루트, 수비 방법 등 우리가 못한 부분보다 상대가 잘한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9월 1일부터 시작할 타슈켄트 원정에 대비해 대한축구협회는 8월 초 우즈베키스탄 출장도 다녀왔다. 훈련장은 이미 확보했고, 안락한 휴식을 제공할 숙소도 정했다. 홈 어드밴티지에서 비롯되 ‘꼼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것을 꼼꼼히 살폈다.

2014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때는 우즈베키스탄이 선수단 숙소에서 거의 1시간 이상 떨어진 외곽 지역에 훈련장을 제공해 낭패를 겪었다.

대표팀 관계자는 “어차피 극진한 손님대접은 바랄 수 없다. 다만 직접 눈으로 보고 선정한 만큼 착오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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