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 일당 5만원…아무나 못받는 가슴 벅찬 ‘명예페이’

입력 2017-08-2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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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전사들은 일당 5만원을 받는다. 엄청난 몸값을 감안할 때 푼돈처럼 비쳐질 수 있지만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명예로운 돈이다. 스포츠동아DB

한국축구대표팀 개인당 총액 90만원씩 지급
적은 금액이지만, 선수들 나라를 위해 헌신
이동국 “대표팀, 아무나 들어오지 못하는 곳”


일당 5만원의 헌신이다. 하지만 그 가치는 돈의 액수로 따질 수 없다. 유니폼 가슴에 달린 태극마크와 대한민국 축구를 상징하는 호랑이는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다. 그래서 열정페이가 아니라 명예페이다.

신태용(47)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8월 21일부터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강화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8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이란과의 홈 9차전, 9월 5일(한국시간) 타슈켄트에서 예정된 우즈베키스탄 원정 최종전(10차전)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8월 26일 입국한 이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무패, 무실점 전적으로 대회 본선에 오르기 위해 사력을 다하겠다”면서 점잖게 우리의 염장을 뒤집는 소리를 했다. 우리와 승점 1점 차로 경합 중인 우즈베키스탄 역시 막판 뒤집기를 목표하고 있다. 2연전이 쉽지 않은 여정이 될 전망이다.

반드시 결실을 맺어야 하는 운명의 대결의 위해 ‘억’소리 터지는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한국 최고의 축구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인 만큼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다.

스포츠동아DB


이들 태극전사들에게는 딱히 금전적인 보상이 없다. 대한축구협회 규정(국가대표 축구단 운영규정)에 따르면 불의의 부상·사고·질병에 대비한 보험가입 이외에 선수 개인당 약 5만원을 일당으로 주는 것으로만 알려졌다.

물론 월드컵 본선 준비 기간에는 일당이 15만원 정도로 늘지만 이마저도 평소 대표선수들이 소속 팀에서 받는 주급이나 월급, 수당과 비교하면 결코 많은 액수는 아니다. 이번 대표팀 캠프는 우즈베키스탄 원정에서 귀국할 9월 7일까지, 정확히 18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이를 일당 총액으로 따지면 개인당 90만원을 받는 셈이다.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급여와 각종 수당을 받는 특급 선수들에게 일당 5만원, 총 90만원은 그야말로 열정페이와 다름없다. 그래도 선수들의 생각은 다르다.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높은 가치를 자랑하는 명예페이다. 2년 10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달고 파주NFC에 입소한 베테랑 공격수 이동국(38·전북현대)은 “누구나 들어올 수 있지만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곳이 바로 대표팀”이라는 짧고 굵은 한마디를 남겼다. 모두에게 문은 열려 있지만 희생정신과 애국심, 실력이 없는 선수는 대표팀의 자격이 될 수 없음을 표현한 결연한 의지다. 지구촌 최대 스포츠 이벤트를 향한 우리 전사들의 명예로운 전투가 이제 눈앞으로 다가왔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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