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했던 시절로의 회귀…‘태지 Boys→태지 Voice’…소녀들의 떼창은 그대로

입력 2017-09-04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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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서태지가 25년 활동의 역사를 2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에서 연 ‘사운드트랙 볼륨2 서태지 25’ 콘서트에서 펼쳤다. 40대 나이에도 무대 위 열정은 방탄소년단 등 후배들 못지않게 뜨거웠다. 사진제공|서태지컴퍼니

■ 서태지 25주년 콘서트 ‘시간여행’(Feat. 방탄소년단)


45세 서태지와 3만5000명 팬들의 재회
1995년 후 첫 콘서트…주마등같은 25년
팬들에게 처음 불러보는 은퇴곡 ‘굿바이’
감회에 젖은 팬들, 오히려 서태지를 위로
‘방탄소년단’과 꾸민 무대…미래의 약속


‘됐어 됐어 됐어 됐어/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화면에 자막이 깜빡거렸다. 4000여 ‘소녀들’은 ‘떼창’했다. 아이들은 깃발을 흔들었다. 스물셋 청년 서태지는 제복 차림으로 연단 위에서 “전국 수백만의 아이들”을 선동하듯 교육현실을 비판하는 연설 같은 랩을 쏟아냈다. 스래시메탈 밴드 크러쉬 안흥찬의 포효에도 ‘소녀들’은 열광했다. 1995년 1월11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펼친 콘서트 ‘다른 하늘이 열리고’였다.

‘떼창’은 이어졌다. 서태지도 제복을 입고 연단에 나섰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붉은 깃발을 함께 흔들었다. 서태지가 ‘타임 트래블러’라는 타이틀의 25주년 리메이크 앨범을 내놓고 2일 오후 7시20분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연 ‘롯데카드 무브:사운드트랙 볼륨2 서태지 25’ 콘서트. 이제 마흔다섯이 된 서태지와 3만5000여 팬들의 ‘시간여행’이었다.


● ‘난 알아요’부터 ‘굿바이(Good bye)’까지

1992년 4월11일 MBC ‘특종 TV연예’에서 좋지 않은 심사평(10점 만점에 7.8점)을 받은 데뷔곡 ‘난 알아요’. 랩이라는 낯선 장르와 꺼릴 것 없는 스타일은 기성세대에게는 탐탁치 않게 보였다. 하지만 ‘소녀들’은 달랐다. 파격적인 음악과 신선함에 열광했다. 그리고 빠져들었다. ‘신드롬’의 시작이었다.

서태지는 음악적 정체성을 드러내기 시작한 1994년 2집 ‘하여가’를 통해 ‘소녀들’의 시선을 더욱 빨아들였다. 록과 전통음악 요소를 활용한 실험은 태평소에서 절정을 이뤘다. 경쾌한 가락이 23년 뒤 다시 울려 퍼지자 ‘소녀들’은 또 열광했다.

4집 ‘컴백홈’을 내놓은 직후 1995년 10월6일 서울 여의도 MBC에서 서태지는 카메라 앞에 섰다. 거의 모든 매체 카메라가 그를 향했다. 그해 겨울 서태지는 대형 트럭 위에 올라 서울 강남 대로변을 내달리며 ‘게릴라 콘서트’를 펼쳤다. ‘필승’을 연주했다. ‘소녀들’도 떼 지어 달렸다. 서태지는 2일 “안전을 걱정하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오늘도 트럭으로 트랙을 돌려 했지만 기술적으로 되지 못한다”면서 아쉬워했다. ‘소녀들’은 ‘필승’을 목청껏 따랐다.

‘태지보이스’(Taiji Boys)에서 ‘태지보이스(Taiji Voice)’로

1996년 1월31일 서울 성균관대 유림회관. 생중계 기자회견에서 서태지는 “살을 내리고 뼈를 깎는, 새로운 음악을 만들기 위한 창조의 고통이 너무나 힘들었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떠나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자신을 향한 수많은 시선과 새로운 음악이라는 욕구를 미처 넘어서지 못한 채 숱한 고민을 했고, 결국 은퇴를 선언하며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소녀들’은 서울 연희동 그의 집을 찾아 철회를 호소하며 ‘눈물 시위’를 벌였다.

논란도 일었다. 4집 수록곡 ‘시대유감’의 노랫말이 1995년 9월15일 당시 문화 콘텐츠를 ‘사전검열’한 공연윤리위원회(공륜)로부터 수정 요구당한 것이었다. ‘정직한 사람들의 시대는 갔어/모두를 뒤집어 새로운 세상이 오기를 바라네.…’ 같은 내용이 ‘문제’였다. 심의 요청서와 첨부된 노랫말에는 빨간 줄이 죽죽 그어져 있었다. 10월7일 컴백 이튿날 서울 홍은동 스위스그랜드호텔(현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서태지는 “공륜의 나이든 유식한 어른들에 의해 노랫말이 불가 판정을 받은 것은 유감이다”고 말했다.

“우린 그날 목소리를 잃어 버렸다”는 자막이 다시 흘렀다. 이듬해 6월7일 음반 사전심의 폐지에 따라 노랫말로 온전해진 ‘시대유감’을 서태지와 ‘소녀들’은 2일 함께 불렀다. 서태지는 바로 그 4집을 “여러분과 함께 가장 활발하고 화려하게 활동”했던 시기로 꼽았다.

“회춘한 것 같다”면서 “순수했던 시절로 음악을 통해 되돌아간다”는 서태지의 인사에 ‘소녀들’은 크게 공감했다. “감히 한 번도 여러분 앞에서 부르지 못했던 노래” ‘굿바이(Good bye)’에 이르러 ‘소녀들’은 비로소 ‘타임 트래블’(시간여행)의 감회에 젖어 들었다. 1996년 은퇴를 예비하며 만든 노래로 ‘소녀들’은 1995년 1월 이후 단 한 번의 콘서트도 없이 곁을 떠났던 서태지를 위로하는 듯했다.

뒤이은 ‘테이크원’부터 “최신곡”이라고 소개한 ‘크리스말로윈’까지, 서태지의 ‘솔로시대’는 앞선 몇 차례 콘서트를 통해 익숙했다. 하지만 정작 25년 전 ‘태지보이스(Taiji Boys)의 시대’는 이날에 이르러서야 복원됐다. 무대 앞 스탠딩석을 가득 메운 ‘소녀들’은 30대에서 40대가 되었다. 대학 시절을 ‘태지보이스’와 함께 한 ‘소녀’ 출신 영화관계자 이모(44)씨는 “댄스가 포함된 그 시절 많은 음악을 라이브로 다시 펼쳐낸 것 자체가 가슴을 설레게 했다”고 말했다.

그들 사이에 20대들도 적지 않았다. 서태지의 ‘솔로시대’에 대한 관심이다. 그래서 이날 방탄소년단과 함께한 무대는 또 다시 새로운 ‘태지보이스(Taiji Voice)’의 시대를 약속하는 것이었다.

잠실|윤여수 전문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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