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포트] 칫솔 사는데도 돈 한뭉치…‘숨’ 세다 숨 넘어갈판

입력 2017-09-0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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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한 식당에서 종업원이 지폐뭉치를 계수기에 넣고 있다. 타슈켄트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우즈벡선 5000숨짜리 지폐가 최고액권
달러 가치 높아 환전방법따라 최대 2배차
신용카드 사용땐 사실상 2배이상 손해

“칫솔과 치약 사는 데도 돈이 한 뭉치 필요하니까요.”

9월 5일(한국시간) 열릴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마지막 원정경기에 나선 축구대표팀과 동행한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의 이야기다. 구소련에서 독립한 우즈베키스탄은 굉장히 폐쇄적인 국가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용하다는 여권을 가진 한국인들도 이곳을 방문하려면 상당히 깐깐한 절차를 받아야 한다. 비자발급이 쉽지 않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혀를 내두르는 일은 현지에서 벌어진다. 환전을 하면서 또 한 번 깜짝 놀란다. 엄청난 인플레이션으로 화폐가치가 크게 하락해 우즈베키스탄 통화 ‘숨(SUM)’은 세다보면 숨이 넘어갈 정도다.

이곳에서 환전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다. 일반 환전소나 공항, 은행에서 돈을 바꾸는 것과 암시장 등지를 찾아 현지 통화를 사는 방법이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재미있는 사실은 저마다 책정 금액이 다르다는 점이다. 공식 환율은 1달러에 4200숨이지만, 다른 루트를 이용하면 최대 8000숨까지도 받아낼 수 있다. 그만큼 달러 현금보유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같은 액수가 환전 방법에 따라 2배 차이가 나는 사례는 드물다.

이뿐 아니다. 우즈베키스탄은 5000숨짜리 지폐가 사실상 최고액권이라 따로 돈을 담아두는 작은 가방을 들고 다녀야 한다. 식당이나 생필품을 구입하는 쇼핑센터에서는 일부 카드를 받지만 이는 큰 손해다. 숨으로 결재될 경우, 2배의 돈을 더 지불하기 때문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 6만숨짜리 메밀국수를 먹은 뒤 돈을 한 뭉치 내밀고, 식당 종업원이 계수기를 이용해 돈을 세는 모습은 지극히 평범한 장면이다.

대표팀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런저런 원정비용의 처리다. 신용카드를 쓰는 것도 불편하고, 그렇다고 공식 환전소를 이용하는 것도 아쉽다. 오늘과 내일의 가치가 달라 귀국 뒤 날아올 카드내역이 엄청나게 차이를 보일 수 있다. 빤히 손해가 보이는 데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노릇이다.

대표팀 스태프는 “선수단에 상당히 많은 인원들이 있는 만큼 비용도 많이 든다. 돈을 얼마나 바꿔야 할지, 또 어디서 교환할지조차 쉽게 결정할 부분이 아니다”며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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