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복잡 미묘했던 우즈베키스탄의 분위기

입력 2017-09-05 15: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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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은 9월 5일(한국시간) 밤 12시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마지막 경기에서 치열한 승부를 펼친다. 물러설 곳 없는 외나무다리에서 혈투를 앞둔 두 나라 축구대표팀을 관통한 공통의 키워드는 불신과 실망, 그리고 희망이었다.

통산 10회,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을 노린 한국도, 역대 월드컵에 한 번도 출전하지 못한 우즈베키스탄도 최근 대표팀의 경기력이 신통치 않았다. 특히 우리의 이번 최종예선 여정은 실망의 연속이었다. 2015호주아시안컵~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거치며 최고의 명장으로 칭송받던 울리 슈틸리케(63·독일) 감독은 졸전에 졸전을 거듭하다 결국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8월 31일 이란(홈)~9월 5일 우즈베키스탄(원정)으로 이어진 최종예선 2연전을 이끌게 된 것은 신태용(47) 감독이었다. 그러나 사령탑이 바뀐 대표팀은 이란전에서도 딱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서 불안감을 안겼다.

K리그의 협조로 야심 차게 진행한 조기소집의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우즈베키스탄은 우리보다 더 심각했다. 현지 명문클럽 파크타코르를 이끌다 2015년 6월부터 자국 대표팀을 맡은 삼벨 바바얀(46) 감독은 번번이 치고 올라갈 기회를 놓쳐 비난의 도마에 올랐다. 물론 우리 입장에서는 다행이지만 한국이 흔들릴 때, 함께 흔들리며 도약의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한국-이란전이 진행된 8월 31일 우한에서 열린 중국 원정경기는 특히 최악이었다. 0-1 패배의 타격은 컸다. 카타르를 3-1로 격파한 시리아에게 3위 자리마저 빼앗겼다. 공교롭게도 우즈베키스탄 대표팀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귀국한 9월 1일은 독립기념일이라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높았다.

경기를 하루 앞둔 9월 4일 분요드코르 스타디움 인터뷰 룸에서 열린 공식기자회견에 나선 바바얀 감독은 자국 기자들과 30분 넘게 설전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감독의 역할 ▲선수 활용 ▲전술적 패착 ▲끊임없는 판단미스 등 주제도 다양했다. 거북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바바얀 감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마음을 가라앉히려 했으나 대부분은 강한 반발이었다.

이처럼 상대국 취재진이 모인 자리에서 자국 대표팀에 끊임없이 비난을 가하는 건 지극히 이례적이라 이번 경기를 진행한 아시아축구연맹(AFC) 관계자들조차 깜짝 놀란 분위기였다. 현장의 누군가가 “슈틸리케 감독의 말년을 보는 듯 하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분위기는 싸늘했다.

물론 “자중지란처럼 비쳐진 2014브라질월드컵 당시의 알제리처럼 우즈베키스탄 역시 ‘배수의 진’을 쳤다”는 분석도 있었다.

그래도 희망으로 버텼다. 서로 정도의 차이만 있었을 뿐이다. 누구도 월드컵 진출을 향한 열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월드컵 자동진출 마지노선인 조 2위를 수성하려는 한국과 실낱같은 역전의 가능성을 높이려던 우즈베키스탄 모두 “반드시 우리가 이긴다”는 말과 함께 사력을 다했다.
복잡 미묘한 그림이 그려졌던 2017년 9월의 타슈켄트 풍경이다.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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