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준비’로 잠 못 이루는 ‘참 나쁜 사람’ 노태강 차관

입력 2017-09-0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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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2018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준비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평창올림픽의 성공과 효율적인 대회시설 활용 등을 다짐한 그는 요즘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 할 정도로 올림픽 준비에 여념이 없다. 사진제공|문화체욱관광부

2013년 4월 승마대회에서 판정시비가 일었다. 당시만 해도 큰 주목을 받는 사건은 아니었다. 그러나 청와대가 갑자기 개입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거듭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 최순실-정윤회의 딸 정유라가 출전한 대회, 특히 정유라가 편파판정의 피해를 당했다고 문제를 제기한 상황이었다. 노태강 당시 문체부 체육국장은 승마계의 파벌싸움 중심에 최순실이 있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대통령은 장관에게 노 국장을 “참 나쁜 사람”이라고 말했다. 노 국장은 부처를 위해 징계를 자처했다.

대통령이 원하는 것과 정 반대의 내용이 담겨있는 진실 그대로의 보고서를 직접 쓴 신념과 소신은 모두에게 귀감이 되어야 했지만 ‘참 나쁜 사람’은 결국 좌천됐다. 지난해 대통령은 중앙부처에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물러난 노 전 국장을 향해 “이 사람 아직도 있어요?”라고 말했고 결국 그는 공직을 떠났다. 국정농단 사건의 진상이 드러났고 진실을 밝혀 30년 공직생활을 마감했던 노 전 국장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문체부 제2차관(체육담당)으로 돌아왔다.

최순실이 온갖 이권에 개입하려 했던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준비가 문재인 대통령이 노 차관에게 맡긴 중요한 임무다. 체육계 전반의 비정상의 정상화도 노 차관의 중요한 숙제다.

노 차관은 5일 체육기자들과 만났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그리고 효율적인 대회시설의 활용 등을 다짐했다. 노 차관은 “어제도 자다가 올림픽 생각에 새벽 2시에 벌떡 깼다. 올림픽까지 시간이 많지 않다. 개막식, 대회성적, 흥행, 자원봉사자, 시설의 사후 활용 등 모든 부분에서 성공적 개최를 이룰 수 있게 실무진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창올림픽은 대회 뿐 아니라 경기장의 사후 활용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노 차관은 “2022년에 베이징에서 동계 올림픽이 열린다. 평창과 강릉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위한 최적의 전지훈련지가 될 수 있다.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후 존치와 철거, 그리고 스포츠에만 국한되지 않은 문화, 예술 분야까지 시야를 넓혀 시설물 활용 계획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1982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한 노 차관은 1988서울올림픽, 2002한일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실무자로 경험했다. 관록과 빼어난 실무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그 누구에게도 진실과 신념을 지킬 수 있는 용기가 있어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진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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