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비효율 니퍼트 VS 공격형 소사…이닝당 투구수 극과 극

입력 2017-09-1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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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니퍼트-LG 소사(오른쪽). 스포츠동아DB

타자가 타석당 투구수를 얼마나 유도하느냐에 따라 타자 유형이 드러나듯, 투수 역시 이닝당 투구수를 살펴보면 구위, 제구, 투구 스타일 등을 복합적으로 읽을 수 있다. 이닝당 투구수를 토대로 투수의 성향과 유형을 살펴봤다.



● 공격적 투구를 선호하는 투수들

이닝당 투구수가 적다면 효율적 투구를 한다고 볼 수 있다. 같은 공으로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까지 규정이닝에 진입한 투수 중 이닝당 투구수가 가장 적은 투수는 LG 헨리 소사다. 2531개의 공으로 165.1이닝을 소화해 이닝당 15.3개를 기록 중이다.

소사는 이닝당 투구수가 많았던 때도 있었다. KIA 시절이던 2013년엔 이닝당 투구수가 17.9개로 넥센 강윤구(현 NC·18.5개)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그랬던 소사가 이제는 이닝당 투구수가 가장 적은 투수로 변모했다. 그만큼 투수로서 발전을 했다는 의미다. 구위도 구위지만 볼넷 자체가 줄어들면서 효율적 투구를 펼치고 있다. 실제로 2013년 9이닝당 볼넷은 3.72개로 많은 축에 속했지만, 올해는 9이닝당 볼넷이 불과 1.69개다. kt 고영표(1.02)에 이어 최소 2위로 장족의 발전을 한 셈이다.

그러자 이젠 타자들도 소사를 만나면 빠른 승부를 하고 있다. 시속 150㎞대 강속구로 무장한 소사를 상대하면서 볼카운트가 2S로 몰리면 승산이 희박하기에 공격적으로 타격하고, 그러면서 소사는 투구수를 더 절감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소사에 이어 kt 라이언 피어밴드(15.31개)와 NC 에릭 해커(15.33개) 등 많은 외국인투수들이 속전속결 승부를 선호하고 있다. 여기에 kt 고영표(15.43개)와 넥센 최원태 두 영건도 투구수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투수로 꼽힌다. KIA 양현종(15.75개)과 롯데 브룩스 레일리(15.79개)가 이들의 뒤를 잇는다.

kt 피어밴드-NC 해커-kt 고영표-넥센 최원태(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 이닝당 투구수가 많은 투수들

물론 이닝당 투구수가 많아도 타자를 잘 제압하고 승리를 많이 한다면 큰 문제는 없다. 다만 같은 투구수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기 힘들어 효율성 면에서는 바람직하지는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 올 시즌 두산 더스틴 니퍼트가 이닝당 투구수가 가장 많은 투수여서 주목된다. 162.2이닝을 소화하면서 무려 2872개를 던졌다. 이닝당 17.66개나 된다. 니퍼트는 지난해 22승(3패)으로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는 등 2011년 KBO리그 데뷔 후 정상급 투수로 활약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13승(7패)을 거두긴 했지만 구위가 예년만 못하다. 특히 최근 3경기 대량실점으로 시즌 방어율조차 KBO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4점대(4.26)까지 떨어졌다. 각종 지표에서 하락세인데, 이닝당 투구수도 그 중 하나다. 니퍼트는 원래 이닝당 투구수가 적은 투수는 아니지만, 리그 최다 수준까지 올라간 것은 처음이다.

LG 류제국-SK 문승원-박종훈(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이어 LG 류제국이 17.47개로 최다 2위다. 류제국 역시 이닝당 투구수가 많은 편에 속하는 유형이지만, 올해는 지난해(17.0개)보다 더 올라갔다. 이어 SK 문승원(17.27개)과 박종훈(17.16개)도 이닝당 17개 이상의 투구수가 필요한 투수로 집계됐다. 한편 두산 함덕주는 규정이닝에 살짝 부족해 물밑에 있지만 이닝당 투구수가 18.7개나 돼 규정이닝에 진입한다면 니퍼트를 넘어 이 부문 1위가 될 전망이다.

이재국 전문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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