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공소남닷컴] 유재욱 원장 “치료에 도움될까 시작한 첼로, 이젠 독주회 욕심”

입력 2017-09-1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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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들을 고치기 위해 직접 연주의 세계에 뛰어든 유재욱 원장이 병원 진료실에서 자신의 첼로를 안고 포즈를 취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첼로 연주하는 의사 유 재 욱

연주자 치료하는 ‘아티스트 클리닉’ 의사
바이올리니스트 누나 팔 치료 위해 시작
치료한 연주자들 공연에 갈 때 가장 보람


공소남닷컴의 공소남은 ‘공연 소개팅 시켜주는 남자’의 줄임말로 공연을 사랑하는 독자들이 직접 지어 준 이름이다. 무대와 객석을 발로 누비며 매주 핫한 작품들을 소개팅 상대로 추천해 드리겠다.

9월23∼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콘서트 소식 하나가 귀를 잡아끈다. 이날 콘서트의 주인공은 서울국제생활예술오케스트라(SICO)라는 이름의 연주단체다. ‘생활체육’은 들어 봤어도 ‘생활예술’은 처음이다. 서울문화재단이 주관하고 서울시가 후원하는 제4회 서울국제생활예술오케스트라축제(SICOF)의 일환으로 열리는 콘서트로 SICO는 이 축제의 시그니처 오케스트라다. 전 세계 29개국에서 63명의 아마추어 연주가들을 유튜브 오디션을 거쳐 선발했다. 연주가 생업이 아니다 뿐이지 실력은 프로급을 자랑하는 사람들이다. 실제로 전직 오케스트라 단원도 있다. 학생, 교수, 사업가, 사진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생활예술인’들이 모였다.

재활의학과 유재욱(47) 원장도 63명 중 하나다. 유원장은 엘가의 첼로협주곡을 연주해 유튜브 오디션을 거뜬히 통과했다. 유원장을 자신이 운영하는 강남구 양재동 재활의학과 병원에서 만났다. 병실 침대 위에 놓인 흰색 첼로 케이스가 눈에 들어왔다.


-여기가 연습실인가.

“원래 병실인데 환자가 없을 때는 연습실로 쓰고 있다.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 여기서 연습한다.”


-SICO에는 어떻게 지원하게 됐나.

“나는 아티스트를 고치는 의사다. 첼로를 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팔, 손가락, 허리 등에 부상을 입고 찾아오는 연주자들을 진료하다 보니 내가 바이올린, 첼로 연주의 메커니즘을 알아야겠더라. 여러 악기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오케스트라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빠를 것 같았다. 그래서 2007년부터 첼로를 시작했다.”

유재욱 원장.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늦은 나이에 악기를 배운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1985년부터 2005년까지 클래식 기타를 쳤다. 의사가 된 뒤에도 동호회 활동을 했고. 실은 음악집안이기도 하다. 큰 누나가 바이올리니스트(유시연)이고 작은 누나는 클라리넷을 배웠다. 어머니는 성악을 하셨고. 어려서부터 음악이 생활의 일부였다고나 할까.”


-프로야구·농구선수들의 부상을 치료하는 스포츠클리닉 의사로 유명하지만 ‘국내 유일의 아티스트 클리닉’ 의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

“미국, 유럽은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는 내가 처음으로 아티스트 클리닉을 시작했다. 지금도 나밖에 없다.”


-어떻게 해서 아티스트 클리닉을 하게 되었나.

“바이올리니스트인 큰 누나가 팔이 아파서 연주를 못 하게 되는 위기가 있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연주를 그만 두라고 했고, 심지어는 악기를 다른 종목으로 바꾸라는 사람도 있었던 모양이다. 그 얘기를 듣고 그럴 바엔 차라리 내가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포츠 클리닉과 아티스트 클리닉은 어떻게 다른가.

“다치는 부위부터가 다르다. 스포츠는 대부분 무릎, 허리 등 하체다. 이에 비해 연주자들은 팔, 손가락 부상이 잦다. 스포츠 선수들은 부딪치거나 해서 부상이 발생하지만 연주자들은 ‘오버유스(Overuse)’, 너무 많이 사용해서 무리가 오는 경우가 많다.”


-악기에 따라서도 부상 부위가 다를까.

“그렇다. 아무래도 많이 쓰는 부위의 부상이 많다. 바이올린은 왼손, 피아노는 오른손이다. 환자 비율로 보면 1등이 피아노, 2등이 플루트다. 플루트는 손가락뿐 아니라 목, 혀, 어깨 등에 문제가 생겨 찾아오는 환자가 많다.”

유재욱 원장.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첼로는 어떤가.

“악기가 클수록 부상이 잦다. 바이올린보다는 비올라, 비올라보다는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들이 많이 다친다. 그런데 의외로 첼로는 많지 않다. 편하게 앉아서 연주해서 그런가?(웃음)”


-첼로 연주하는 의사로서의 바람이 있다면.

“연주자, 배우, 댄서 등 지금까지 병원을 방문한 아티스트가 3000명이 넘는다. 이들 중 치료가 잘 돼서 재기 연주회를 할 때 정말 큰 보람을 느낀다. 예전엔 연주회도 많이 다녔는데 이젠 너무 많아져서…. 이 분들 연주회를 365일 가는 게 내 꿈이다(웃음). 그리고 내 이름을 건 독주회란 거,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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