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성종목 궁합이 중요한데”…한국사격 새판짜기 골머리

입력 2017-09-2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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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실업·아마추어 대부분 남녀팀 구분

한국사격이 ‘새판 짜기’에 골몰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6월 집행위원회에서 2020도쿄올림픽 사격의 세부종목을 변경하면서다. IOC는 사격황제 진종오가 2008베이징대회부터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까지 올림픽 3연패에 성공한 50m 권총을 비롯해 50m 소총복사, 더블트랩 등 남자 3개 종목을 폐지했다. 대신 10m 공기권총, 10m 공기소총, 트랩 등 혼성종목 3개를 신설됐다. 여성 선수들의 참가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설명만 했을 뿐, IOC는 왜 해당 종목이 사라져야 하는지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한국사격에게는 달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진종오의 올림픽 4연패가 무산된 50m 권총도 아쉽지만 한국은 최근 소총복사에서도 상승세였다. 리우올림픽에서 김종현이 은메달을 땄지만 이제는 새로운 준비가 필요해졌다. 진종오 외에도 김장미 등 세계적인 명사수를 꾸준히 배출한 만큼 우리 사격이 충분히 경쟁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는 한다.

그런데 말처럼 쉽지는 않다. 혼성사격은 남녀선수가 번갈아 방아쇠를 당기는 터라 실력 외적인 요소가 경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자신의 실수가 동료에게 나쁜 흐름을 안겨줄 수 있다는 부담이 몹시 크다. 사격에서 늘 좋은 성적을 거둔 중국도 혼성종목에서는 유독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다.

혼성종목의 핵심은 분명하다. 궁합이다. 남녀 사수들이 꾸준히 호흡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혼성은 같은 팀에 속한 남녀 선수들이 있을 때 가능한데, 국내에서는 실업도 아마추어도 대부분 남녀 팀을 따로 운영한다. 대한사격연맹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대표팀이 강화훈련을 하지 않는 한 선수들은 각자 따로 연습해야 한다. 그래서 주요 국내대회에 혼성경기에 대비한 이벤트 프로그램을 도입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타 팀 선수들과 묶여 호흡을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혼성이 아닌, 동성 선수들로라도 새 시스템에 적응해 경기 감각을 확실히 익히자는 방안이다. 연간 세부 스케줄을 이미 소화하는 2017년은 불가능하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최될 아시안게임이 열릴 내년부터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정작 대회 조직위원회가 세부종목과 스케줄을 확정하지 않고 있다. 대한체육회도 아직 받지 못했다. 다만 사격 세부종목은 예전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황당하게도 숙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카르타 인근도시 팔렘방에서 아시안게임 사격종목을 소화하는데, 마련한 선수촌이 넉넉지 않아 불가피하게 출전 인원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베트남이 포기한 대회 유치권을 인도네시아에서 가져간 터라 미적지근한 개최준비 상황에 불만은 많지만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도 강력한 압박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격연맹 관계자는 “도쿄올림픽을 위한 1차 준비가 아시안게임인데, 여러 모로 걸림돌이 많다. 맞춤형 준비도 필요하고, 경기방식에 적응할 필요도 있다. 물론 모든 부분의 출발은 아시안게임 세부종목 확정”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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