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서씨 해명에도 풀리지 않는 그날의 미스터리

입력 2017-09-2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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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김광석’(왼쪽부터 시계방향), 故김광석 추모 부조상,故 김광석 부인 서해순씨, 故 김광석. 사진제공|BM컬쳐스·씨네포트· 사진캡처jtbc

■ 김광석 자살인가 타살인가 ‘사건의 재구성’

“딸 사망신고? 해야하는지 몰랐다” “사건당일 진술? 기억안난다”
형 광복씨, 재수사 고소장…일각선 “여론 앞세운 마녀사냥” 우려


가수 김광석(1964∼1996)의 사후 21년. 그와 그 딸의 사인(死因)을 둘러싼 의혹이 뜨거운 이슈로 부상했다. 김광석의 타살 가능성이 제기되고, 그의 딸 서연 양이 이미 10년 전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수사기관이 이들의 죽음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김광석과 그의 딸의 죽음, 그리고 그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다시 되짚어 본다.

1996년 1월6일. 김광석이 서울 서교동 원음빌딩 4층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김광석이 평소 조울증 증세를 보여 왔다는 부인 서해순 씨의 진술과 1995년 말 가수생활 10년을 맞아 라이브 콘서트 1000회 기록을 세운 뒤 “음악세계에 한계를 느낀다”며 심한 허탈감을 호소했다는 동료들의 진술에 따라 자살한 것으로(동아일보 1996년 1월7일자) 여겼다. 유족과 친구들, 동료들은 자살할 이유가 없다고 항변했지만, 자살로 수사가 종결되면서 김광석의 죽음은 ‘그들만의 의혹’으로 서서히 잊혀져갔다.

다큐멘터리 영화 ‘김광석’이 8월30일 개봉되면서 그 의혹이 다시 제기됐다. 영화는 서해순 씨가 주장한 김광석의 자살이유가 모두 사실이 아니며, 반대로 자신의 불륜이 드러나 이혼당할 위기에 처하자 남편을 살해한 것 아니냐는 충격적인 질문을 던진다. 또 김광석의 저작권을 상속받은 외동딸 서연 양의 신변에 우려를 표하며 “서씨는 서연이가 미국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하지만, 10년간 서연 양을 본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9월20일. 서연 양이 2007년 12월23일 이미 사망했고, 서씨가 이를 10년간 숨겨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여론이 소용돌이쳤다. 특히 서연 양이 상속받은 저작인접권을 서씨가 누려온 정황이 나오면서 서연 양 죽음에 의구심이 생겨났다. 김광석의 죽음도 다시 보게 됐다. 이내 서씨에 대한 여러 제보들이 쏟아졌고, 의혹도 점점 커졌다.

김광석의 죽음은 정말 자살일까. 서연 양은 어쩌다 사망했을까. 의혹의 소용돌이 속에 서해순 씨가 직접 jtbc ‘뉴스룸’,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등에 출연해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그의 해명에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나오면서 의구심은 더 커지고 있다. 그동안 제기된 시중의 의혹과 서해순 씨가 방송을 통해 내놓은 해명을 종합해 질의응답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 딸의 사망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당시 진행중이던 저작인접권 소송에서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 아닌가.

“장애를 가진 딸의 죽음을 주변에 알리고 싶지 않았고, 겁도 났다. 장애우 키우는 엄마들은 장애우가 잘못되면 마음으로 묻는 거다. 빈소를 차려 조문 받고, 부조금 받고 그럴 경황이 없다. 그래서 친정에도, 시댁에도 알리지 않았다. 시댁에서는 평소 서연이를 찾지도 않았다. 사망 후 이틀이면 크리스마스이고 방학이었다. 그냥 조용히 보내기로 했다. 반드시 사망신고를 해야 하는 건지도 몰랐다. 담당 변호사에게도 안 알렸다. 어차피 서연이는 미성년자라 소송은 보호자인 내가 책임지고 나서야 하는 것이다.”


● 서연 양이 갑작스럽게 급성폐렴으로 사망에 이른 점이 석연치 않다는 이야기가 많다.

“자다가 갑자기 물 달라고 하더니 쓰러져 병원에 데려갔다. 사망진단에 너무 놀라고 황당했다. 사인은 경찰이 이미 다 수사를 했다. 의무기록, 병원기록 다 있다. 부검까지 했다. 당시 서연이는 감기기운이 계속 있었다. 며칠 약을 먹고 열이 있어서 누웠다가, 밖에 다니기도 했다. 방학되면 괜찮을 것 같아 병원에서 처방받아 약만 먹였다. 서연이가 없으면 제가 (소송에서)불리하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런 사람이 서연이를 잘못되게 했을까.”


● 김광석은 정말 자살했나. 서씨는 당시 ‘전깃줄에 세 바퀴 목에 감겨있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목에 흔적은 1줄이고, 목 뒷부분엔 흔적도 없다고 한다.


“자살이 아니면 누가 죽였다는 말인가. 경찰이 부검하고 재수사도 했다. 당시 내가 ‘술 먹고 장난하다 그렇게 됐다’고 한 말은, 20년 전이라 기억은 잘 안 나는데, 마치 연극처럼 이렇게 된 것 같다고 한 걸 기자들이 그렇게 쓴 것 같다. 당시 남편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은 상태인데, 카메라 들이대며 심경이 어떠냐는 질문을 받으니 횡설수설한 것 같다. 그(사망한)날 함께 맥주를 마시다 나는 잠자러 방으로 갔고, 새벽에 일어나 보니 남편이 계단에 비스듬히 누워있었다. 취해서 잠든 줄 알고 흔들었는데, 좀 이상한 것 같아서 우황청심환을 먹이고, 그래도 안돼 119를 불렀다. 목에 빨갛게 줄이 가 있었다. 전깃줄이 세 바퀴 둘러있었다고 말한 적은 없다. 기억도 안 난다.”


● 김광석은 정말 우울증이 있었나. 형 광복 씨는 없었다고 한다.

“형이 어떻게 동생의 모든 것을 알고 있나. 음악인들은 감정의 업다운이 있지 않나. 그는 다혈질이라 화가 나면 때려 부수곤 한다. 차도 한 대 부순 적 있다고 한다. 그 분 속마음 모르겠지만, 글이나 노래에 외로움을 표현하고 했다. 공연을 많이 하다보니 ‘또 공연하냐’는 말도 많이 듣고, 건물 지어 잘나간다고 하니까 공연 뒤풀이에 아무도 안 오고, 음악을 계속할 수 있을까 걱정도 하고, 5집 준비하는데 누가 곡도 안주고, 방송 그만두고 딸과 캐나다로 갈까, 부부 사이도 좋게 하고 싶다며 (음악을)그만두겠다고 방송에서 말하기도 했다.”


● 영화 ‘김광석’ 연출자 이상호 씨는 사망 당시 현장에 전과 10범 이상 강력범죄가 있는 친오빠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오빠는 강화도에 거주하는데 서울에 올 때면 원음빌딩 1층 주차장 쪽에 머물다 가기도 했다. 그날 오빠는 나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의 사이렌을 듣고 놀래서 잠옷차림으로 방으로 올라온 것이다. 오빠도 이번 일로 화가 많이 나 있다. 아버지가 군인이시고 훈장도 받으셔서 상당히 좋은 집안인데.”

김광복 씨는 21일 서연 양 죽음을 재수사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장을 제출했다. 서울광역수사대가 현재 이 사건을 수사중이다. 광복 씨, 이상호 씨가 조사를 받았고 조만간 서해순 씨도 소환될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제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아직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나지 않은 서해순 씨의 유죄를 섣불리 판단해 비난을 가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지나치게 한 쪽으로 여론을 몰아가는 ‘마녀사냥’이라는 우려다. 더욱이 영화 ‘김광석’ 제작진이 SNS를 통해 계속해서 이슈몰이에 나서면서 사람들에게 ‘일방적인 시각’을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강민구 변호사는 27일 한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모든 상황을 몰아서 한 사람을 살인자로 마녀 사냥하는 건 부당한 것 같다. (김광석 딸) 국과수 부검 결과 타살이 아니라고 판정이 난 상황”이라며 의혹제기에는 분명하고도 객관적인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 ‘소수의견’의 원작자인 손아람 소설가도 SNS를 통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죄 추정의 감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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