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 동대문운동장의 전철 밟지 말아야

입력 2017-09-2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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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선수촌 개촌식 당시 모습. 사진제공|대한체육회

■ 태릉의 운명은 어떻게

체육회, 8개 건축물 문화재 등록 재심 청구
개발에 밀려 사라진 동대문운동장의 교훈


진천선수촌이 공식개촌 하면서 그간 한국체육을 든든히 지켰던 태릉선수촌은 영욕의 시대를 마감했다. 1966년 완공 이후 반세기 넘도록 2만여 태극전사가 오직 승리를 위해 피와 땀, 눈물을 흘렸던 태릉선수촌.

명실상부 ‘한국체육의 산파’는 과연 어떠한 운명을 맞이하게 될까.


● 문화유산 보호 위해 철거되는 태릉선수촌

태릉선수촌은 2009년 유네스코가 주변 조선왕릉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유네스코는 국가대표 훈련장이 태릉과 강릉 사이에 들어서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문화재 보호를 위해 선수촌을 철거하라는 통보를 내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문화유산 보호라는 명목 아래 선수촌을 철거해야하면서도 한국체육사가 고스란히 담긴 곳을 하루아침에 뭉개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대한체육회는 2015년 7월 태릉선수촌 건축물 8개(승리관·월계관·개선관·챔피언하우스·올림픽의 집·영광의 집·행정동·운동장)를 문화재로 등록하기로 결정했고, 이를 문화재청에 신청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2016년 3월 등록심사 보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2017년 7월 보완자료를 제출해 재심사를 청구했다.

쳘거된 동대문운동장. 사진제공|서울시 체육시설 관리사업소



● 한국체육 숨결 사라진 동대문운동장

체육계의 목소리는 하나로 모아진다. 근대문화유산인 태릉선수촌 전체를 지키진 못하더라도 일부는 기필코 보존해야한다는 것이다. 체육계로선 몇 해 전 아픈 기억을 안고 있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금은 아련한 추억이 된 동대문운동장(옛 서울운동장) 때문이다.

1925년 준공 이후 각종 대회를 개최하며 한국체육의 메카를 자처했던 동대문운동장은 개발의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2007년 철거결정이 내려졌다. 당시 재개발 문제를 놓고 야구계를 비롯해 체육계 전체가 반대했지만, 결국 이듬해 완전 철거된 뒤 현재는 조명탑 두 개만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동대문운동장을 상징했던 고교야구의 함성과 실업축구의 열기는 더 이상 느낄 수 없다. 10년 전 손을 써보지도 못하고 역사의 일부를 빼앗겼던 체육계는 이번만큼은 태릉선수촌을 쉽게 보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10월 중순부터 태릉에서 진천으로 시설 이전작업이 시작되기 때문에 정확한 철거 일정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다만 태릉선수촌엔 역사적인 장소는 물론 최근에 새로 지은 시설이 수두룩하다. 대한체육회로서도 한국체육사를 지키기 위해 보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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