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타자 이승엽의 23년’을 말한다…<8·끝>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입력 2017-09-2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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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시즌 종료 후 나란히 은퇴를 하는 삼성 이승엽(왼쪽)과 NC 이호준이 2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나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국민타자’ 이승엽(41)이 마침내 은퇴한다. 1995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뒤로 23년이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숱한 불멸의 대기록과 영광의 기억이 함께했다. 한 시절을 주름잡던 대스타들을 보며 그가 성공을 꿈 꾼 것처럼, 지금은 ‘미래의 이승엽’을 머릿속에 그리는 선수들이 넘쳐난다. 40년을 바라보는 KBO리그, 100년을 훌쩍 넘긴 한국야구에서 그 누구보다 위대한 타자였기 때문이다. 스포츠동아는 21세기 한국야구의 최고 스타로 기억될 이승엽의 발걸음을 매주 주말판을 통해 되돌아보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8·끝>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이제 끝이다. 10월 3일이면 이승엽의 영광스러운 23년도 막을 내린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릴 넥센-삼성전이 그의 마지막 경기다. KBO리그 최초의 은퇴투어를 통해 팬들과 성대한 작별의식을 치러온 그가 홈 관중 앞에서 마지막 인사를 고한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이건만, 한동안은 꽤 긴 여운이 아쉬움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울 듯하다.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그의 앞날에 행운이 가득하기를 기원할 뿐이다.

17일 오후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 경기에 앞서 삼성 이승엽이 에버랜드 아기사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삼성을 떠난 이승엽의 미래는?

작별을 아쉬워하는 많은 팬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한 가지는 이제 이승엽을 어디에서 볼 수 있느냐다. 그러나 여전히 그 자신도 진로를 놓고 고민 중이다. 이승엽은 “아직도 머릿속이 복잡하다. 고민스럽다”고 밝혔다.

은퇴 후 전혀 다른 길로 들어선 야구선수들도 더러 있다. 이승엽 역시 지난 23년간 각계 스타들과 친분을 나누며 인맥을 넓혀왔다. 또 골프를 무척 즐긴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처럼 프로골퍼로 변신을 시도해도 흥미로울 듯하다.

이승엽은 앞으로 자신이 몸담을 영역에 대해서만큼은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분명한 것은 야구 외의 일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야구인이고, 야구를 통해 얻은 것이 많으니 갚아야 한다는 마음이다. 야구가 싫어서 은퇴하는 것도 아니니 더욱 그렇다”고 얘기했다. 애정과 열정이 식지 않은, ‘영원한 야구인’ 이승엽의 모습을 계속 지켜볼 수 있을 듯하다.

삼성 팬들은 은퇴 후에도 삼성 유니폼을 입고 있는 이승엽을 간절하게 원한다. 삼성에서 지도자로 새롭게 출발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그 같은 모습은 적어도 당분간은 보기 힘들 듯하다. 이승엽은 분명한 어조로 “삼성 구단에도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괜히 나 때문에 자리를 마련한다는 것 같은 부담을 주기 싫다”고 말했다.

여러 주변상황을 고려하면 ‘해설가 이승엽’이 가장 근접한 미래일지 모른다. 실제로 그는 2년 전 11월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 당시 특별 해설위원으로 중계석에 앉아 간결하면서도 인상 깊은 코멘트로 호평을 받았다.

이승엽은 해설가로의 변신에 대해서도 즉답을 내놓진 않았다.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심사숙고해서 결정하겠다. 다만 어떤 일을 하든지 부담감과 불안감은 따를 수밖에 없다. 새로운 일이니까”라며 거듭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이상훈을 상대로 극적인 스리런 홈런을 친 이승엽.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 이승엽 없는 삼성의 미래는?

삼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9위로 시즌을 마치게 됐다. 떠나는 이승엽의 발걸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는 성적이다. 후배들과 한 번 더 가을의 전설을 만든 뒤 은퇴했더라면 마음이 조금은 더 홀가분했을 법도 하다. ‘삼성이 부진한 가운데 은퇴하니 마음이 편치만은 않을 듯하다’는 말에 그는 “(팀과 팬들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내가 있다고 해서 팀이 더 좋아지진 않는다”며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아쉽고 허무하다”고 털어놓았다.

푸른 피의 사나이’로 살아온 15년간 이승엽이 삼성과 함께 일군 영광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2002년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이 가장 대표적이다. 8년간의 일본생활을 청산하고 복귀한 첫 해인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동안에도 삼성의 한국시리즈 연속 우승에 기여했다. 개인적으로는 2012년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의 영예 또한 누렸다.

그러나 삼성의 최근 모습은 처참할 정도다. 구단 역사상 최악의 암흑기로 표현할 수 있다. 이승엽은 은퇴를 미루고 더 뛰어도 무방할 만큼 녹슬지 않은 기량을 발휘했지만, 삼성은 무기력하기 그지없었다. 삼성이 이승엽의 빈자리를 메우고 명성에 걸맞은 자리로 돌아갈 날이 언제쯤일지 막막하기만 하다. 또 ‘이승엽 없는 삼성’을 이끌어가야 할 후배들의 어깨도 무겁기만 하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이승엽이 은퇴를 번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남은 후배들이 힘과 의지를 모아 새로운 활로를 뚫어야 한다. 이승엽은 “프로니까 정말 미친 듯이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야구장 안에서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프로의 책무임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유명인이니까 모든 사람들이 주목한다. 특히 어린이들이 지켜본다. 그러니 야구장 안에서든 밖에서든 책임감을 갖고 뛰어야 한다. 늘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래는 그 누구도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스스로 힘껏 미래를 열어가다 보면 아쉽게 헤어진 이들도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 그 날 밝게 웃으며 굳은 악수를 나누는 삼성과 이승엽을 기대해본다.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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