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수용 “뮤지컬 무대 서려고 ‘쫄쫄이’ 입고 발레까지 배웠죠”

입력 2017-10-02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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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드라마 ‘간난이’의 영구 역으로 국민아역의 원조가 됐던 김수용은 이제 국내 최고의 뮤지컬 배우로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친근하면서도 어딘지 이국적인 외모, 순수하고 순박한 미소에서 어릴 적 영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국민학교 입학 전 드라마 ‘세자매’ 데뷔
대부분 간난이 동생 영구로 기억하더라
대학교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공연 무대
타고난 성량? 노래방으로 다져진 실력

추석을 앞두고 뮤지컬을 사랑하는 두 남자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아역배우 출신 뮤지컬 배우 김수용(41)과 ‘자칭 공연계 비주얼 기자’ 양형모 기자의 만남이다. 여느 때와 같은 인터뷰였다면 둘이 얼굴을 마주보았을 테지만, 이날만큼은 ‘특별한’ 라이브인터뷰를 위해 사이좋게 모니터 안에 들어앉았다. 마치 1분30초처럼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1시간30분간의 대화 속에선 김수
용 배우의 폭넓은 음역대 만큼이나 다채로운 이야기가 오갔다. 광화문 스포츠동아 인터뷰실에서 진행된 김수용과의 ‘특별한 라이브 인터뷰’는 스포츠동아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1시간30분 동안 생중계 됐다.

1983년 드라마 ‘간난이’에서 영구역을 맡은 어린 시절 김수용(왼쪽).

양형모(이하 양): ‘김수용 배우의 연기 경력은 신구 선생님 급이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정확히 몇 년인가.


김수용(이하 김): 글쎄. 몇 년일까. 35년 정도? 내가 살아온 시간의 대부분이 연기를 하고 살아온 시간이다.


양: 1980년대 초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은 드라마 ‘간난이’에서 간난이(김수양 분) 동생 영구 역으로 정말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데뷔작은 따로 있지 않나.


김: 데뷔작이 ‘세자매’라는 KBS 드라마였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이었다. 그때는 시청률에 대한 개념도 몰랐고, TV에 내 얼굴이 나오는 게 그저 신기했다. 내가 살고 있는 세계와는 또 다른 세계에 적응하는 시기였다.


양: 그러다 중학교 때는 연기를 쉬었다고 하는데.


김: 중학교 때는 놀고 싶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보통 아이들과 너무 다른 시간을 보냈으니까. (친구 사귀기가 힘들어서) 매년 반이 바뀌는 게 무서웠을 정도였다. 그래서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정말 친구들과 놀고 싶었다. 시간을 흥청망청 쓴다는 게 아니라 친구들과 맛있는 거 사먹고, 축구도 하며 놀고 싶었던 거다. 덕분에 중학교는 정말 재미있게 보냈다. 그때 기억은 잊혀지지 않는다.


양: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다녔다. 드디어 TV를 벗어나 ‘무대’에 입문하는 건가.

김: 대학에 가기 전까지는 방송만 했지 않나. 드라마를 할 때는 시선처리가 중요하다. 대학에 들어가 연극 연습을 할 때도 습관적으로 시선처리를 하고 있으니 조교 형이 그러더라. “수용아, 다 좋은데, 무대 뒤에선 그게 안보여. 네가 몸을 써 줘야해”. 지금 생각하면 관객들도 ‘당연한거 아니야?’라고 생각하겠지만, 연극을 해본 적 없는 스무 살의 나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였다. 야단도 많이 맞았지만, 그게 너무 고마운 거다. 지금 돌이켜 보면 뮤지컬 하는 순간순간에도 그런 조언들이 감사했다.

이 인터뷰는 한가위스페셜 라이브(Live) 인터뷰로 진행됐다. 1시간 30여 분간의 인터뷰 장면은 스포츠동아 페이스북을 통해 실시간 중계돼 독자와 팬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양형모 기자가 김수용 배우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양: 모두들 김수용 배우의 노래를 많이 칭찬하더라. 그런데 데뷔 전 정식으로 노래를 공부하거나, 레슨을 받은 적이 없다는 말이 있다.


김: 없었다. 대신 노래방을 엄청 많이 갔다. 일요일에 미사가 끝나면 아는 애들끼리 모여서 햄버거 하나 먹고 무조건 노래방에 가서 2시간씩 놀았다. 또 중·고등학교 때 성가대를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포지션이 베이스였다. 오디션을 봐서 테너로 뽑혔는데 테너에 형들이 너무 많았다. 나이가 어려 베이스로 갔는데 지금 생각하면 잘 한 것 같다. 음 폭을 늘릴 수 있었으니까.


양: 김수용은 몸도 잘 쓰는 배우인가.

김: 못쓸 뻔 했는데(웃음) 어머니께서 잘 쓸 수 있게 도와주셨다. 어머니께서는 못하시는 무용이 없다. 한번은 어머니께서 “무대에 서려면 몸이 자유로워야 한다. 뻣뻣해선 안 된다. 무용을 배워라”라고 말씀 하셨다. 그런데 어렸을 적 내겐 무용이 창피한 것이었다. 발레도 레오타드(무용수나 체조선수가 착용하는 몸에 착 달라붙는 의복)를 입어야 하지 않나. 전공자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머니는 그런 내 팔목을 잡아끌어 데려가셨다. 처음에 배운 것이 모던 재즈였고 이어서 발레, 현대 무용을 배웠다.

나폴레옹…은밀하게 위대하게…
두 작품 동시에 출연은 처음
둘 다 악역이라 천만 다행이죠

목관리 비법은 공연 날 카페인 NO!
제가 최고의 엄살왕이라고요?
컨디션 안좋아도 관객들 위해 온힘

양: 요즘 작품 두 개에 동시 출연하고 있다고 하는데.

김: 맞다. 하나는 나폴레옹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이다. 인간적인 면을 부각해서 그의 생애를 살펴보는데 초점을 맞춘 휴먼드라마다. 나폴레옹의 색다른 면을 보고 싶다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나폴레옹에서는 정치인 탈레랑 역을 맡고 있다. 나폴레옹을 황제로 옹립 시키지만 훗날그가 쓸쓸히 야인으로 되돌아가는 단초를제공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은밀하게 위대하게’라는 작품이다. 웹툰, 영화로도 유명하다. 남북 분단 관계, 휴전 중인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을 적절하게 빗대어 만든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남파되는 소년 간첩들을 담금질 하는 김태원 대좌 역을 맡았다. 무서운 사람이다.

양: 두 개의 작품을 동시에 출연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넘버나 대사들이 헷갈리지는 않나.

김: 지금까지 두 공연을 동시에 해본 적이없었다. 그래서 공연 초반에 굉장히 힘들었다. 공연하는 중에도 무대 밖에 있을 때는 계속 대본을 보고 들어갔다. 대사 실수를 한 적은 없지만, 초반에는 대사가 (혀에서) 꼬이는 경우가 있었다. 다행스러운 건두 캐릭터가 성격은 다르지만 카테고리로분류하면 둘 다 악인이라는 점이다.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건 아니라서 그걸 믿고
갔다. ‘수용아 다행이야. 다행이야’ 이러면서(웃음).

양: 공연계에는 일명 ‘김수용 의혹’이라는게 떠돌고 있다. 예를 들어 ‘김수용의 성대는 티타늄으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무리 고음을 질러대도 목이 쉬지 않는다고 하는데.

김: 절대 아니다. 첫 번째로는 체질에 맞지않아서 술, 담배를 못하는 것이 큰 도움이됐을 거라 생각한다. 두 번째는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 사실 기관지가 약하다. 잠을많이 자는 것부터 시작해서 공연 날에는 탄산, 카페인, 초콜릿, 유제품을 절대 안 먹는다. 목에 막이 낀다거나 카페인이 들어가서성대를 마르게 하면 안 되니까. 아무것도 마시지 않고 따뜻한 물만 많이 마신다.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면서 비우고 채우는 걸 수없이 반복한다. 집에 가서는 자기 전에 꿀물같이 목에 좋은 걸 항상 마시고 잔다.

양: ‘김수용은 뮤지컬계 최고의 엄살왕’이라는 의혹도 있다. 1년 365일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서도, 막상 무대에만 올라가면펄펄 날아다녀 걱정해주던 동료들을 분노하게 만든다는 소문이다.


김: 공연을 보러 오시는 분들은 그날이 생애 첫 관람일 수도 있다. 내 컨디션이 좋지않더라도 무대 위에선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서 티를 안 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무대 뒤에서 내가 쓰러져서 사경을 헤맬지언정 무대에서는 티를 내면 안 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정말 거짓을 말하지는 않는다.(컨디션이) 좋은데 안 좋다고 거짓말 할 사람은 못된다(웃음).

양: 어떤 배우로 살고 싶나.


김: 예전에는 ‘이 공연을, 작품을, 배역을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할 수 있겠지’하면서 공연을 했다. 그런데 요즘은 ‘과연 내가지금 하는 공연과 캐릭터를 언제쯤 다시 할수 있을까. 과연 할 수는 있을까’라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한다. 그만큼 연기하는 것을 더 사랑하고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더 배워야 하고, 더 발전해야하지만 공연하는 시간만큼은 내가 할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공연을 할 테니 많이들 찾아주시고, 사랑해주시면 좋겠다. ‘너라는 사람을 오롯이 좋아할 수 있는 그런연기를 해야 한다’고들 주변에서 말씀해 주신다. 정말 그렇게 될 수 있게, 더 열심히하겠다.

뮤지컬 ‘나폴레옹’에서 탈레랑으로 분한 김수용.사진제공|쇼미디어그룹

‘뱃보이’ 신인상 ‘햄릿’ 남우주연상…상복도 많네, 많아!

1976년 서울 태생. 포털사이트 인물정보를 검색해 보면 제일 앞에 ‘영화배우’라고 나와 있으나 영화보다는 뮤지컬과 TV를 통해 주로 활동했다.

방송국 PD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1982년 드라마 ‘세자매’로 아역 데뷔했으며 이듬해 ‘간난이’가 전국적인 대히트를 치면서 영구 역으로 ‘국민아역’에 등극했다. 지금도 나이 지긋한 중년들은 김수용하면 영구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MBC 연기대상 특별아역상(1983), 백상예술대상 특별아역상(1984)을 받았다.

이후 10대 시절에 ‘사모곡(1987)’, ‘열정시대(1993)’, ‘공룡선생(1993)’ 등 드라마에 출연했으나, 동국대에 진학해 연기를 전공한 것을 계기로 무대 배우로 변신했다. 영화로도 유명한 ‘풋루스(2002)’가 뮤지컬 데뷔작이다. ‘렌트(2004)’, ‘뱃보이(2005)’, ‘헤드윅(2006)’, ‘햄릿(2007)’, ‘노트르담 드 파리(2009)’, ‘남한산성(200 9)’, ‘엘리자벳(2012)’, ‘모차르트!(2014)’ 등의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뱃보이’로 제11회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신인상(2005), ‘햄릿’으로 제15회 한국최고인기연예대상 뮤지컬부문 남우주연상, ‘뮤직박스’로는 제7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딤프어워드 남우주연상(2013)을 받는 등 상복도 많았다.

2015년 11세 연하의 사진작가와 만나 결혼해 살고 있다. 나이 들어 백발이 성성할 때쯤 사람들에게 “김수용이는 진짜 배우야” 소리를 듣는 게 소망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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