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리딩클럽’의 지위는 지속 가능할까

입력 2017-10-1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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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현대캐피탈은 V리그의 ‘리딩(leading) 클럽’이다. 최태웅 감독 부임 첫해인 2015~2016시즌 정규시즌 1위에 올랐다. 이어 2016~2017시즌 V리그 왕좌에 올랐다. 마케팅에서도 강력한 티켓 파워를 발휘하고 있다. ‘스피드배구’의 이미지는 배구계 전체에 혁신의 메시지를 파급했다.

현대캐피탈의 전폭적 지원 속에서 재계약에 합의한 최 감독은 집권 2기를 출발한다. 단기간에 이룰 것을 다 이뤘음에도 최 감독의 실험정신은 멈추지 않는다. ‘승리 너머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현대캐피탈 배구는 불확실성 속에서 기회를 모색했다.



● ‘업-템포(up-tempo) 2.0+’의 실체는?

최 감독은 2017~2018시즌 현대캐피탈 배구의 브랜드를 ‘업-템포 2.0+’로 설정했다. 우승을 해냈던 ‘업-템포 2.0’ 배구에서 ‘3.0’이 아니라 ‘2.0+’로 명명한 것이 흥미롭다. 현대캐피탈 배구에 자신의 색깔이 입혀졌다는 전제 하에, 점진적 변화를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원래 현대캐피탈 새 버전 배구의 핵심은 ‘레프트 문성민’ 카드였다. V리그 최강의 토종 공격수인 라이트 문성민을 리시브 겸업 포지션인 레프트로 전환하는 기획이었다. 새 외국인선수로 바로티를 뽑아 라이트를 맡겨 좌우 공격의 밸런스와 블로킹 높이를 키운다는 구상이었다. 센터 최민호의 군 입대 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안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바로티가 9월 26일 일본 산토리와의 연습경기 도중 발목 인대를 다치는 치명적 부상을 당했다. 그동안 준비했던 시스템이 근본부터 흔들린 상황. 최 감독은 고심 끝에 원점으로 회귀했다.

KOVO컵에서 리베로 실험까지 시켰던 문성민을 원래 포지션인 라이트로 복귀시켰다. 문성민의 리시브 부담을 소멸시켜 공격에 집중할 환경을 제공했다. 현대캐피탈 프런트는 극비리에 대체 외국인선수를 물색했다. 외국으로 출국해 그리스 출신 레프트 프라코스 영입을 10월 6일 성사시켰다. 트라이아웃 때부터 최 감독이 눈여겨본 선수였다. 당시 적극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낙점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터키에서 뛰던 프라코스는 한국행 제의에 적극성을 보여줬다. 실제 실력과 인성 양 쪽에서 현대캐피탈을 일단 안심시켰다. 최 감독은 “현대캐피탈만의 정형화되지 않는, 유기적 팀플레이를 통한 색깔이 녹아있는 배구를 만들어가겠다. 모든 선수들이 하나가 되어 함께 하는 과정에서 고유한 색깔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 윈-나우(win-now)와 리빌딩(re-building)의 동반 추구

현대캐피탈은 신예센터 김재휘가 최민호의 공백을 얼마나 메워주느냐가 관건이다. 김재휘가 혼자 할 수 없는 부분을 조직력으로 어떻게 커버할 수 있느냐가 포인트다. 고질적 허리통증을 안고 있는 세터 노재욱을 이승원이 얼마나 도울 수 있을지도 변수다.

이 와중에 최 감독은 지속적인 트레이드를 통해 백업 멤버를 타 팀으로 보내고,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을 거듭 받았다. 그렇게 신인 드래프트에서 총 4명의 선수를 1~2라운드에서 뽑을 수 있었다. 긴 호흡으로 센터(홍민기, 박준혁)와 레프트(김지한), 리베로(함형진) 포지션의 미래 자원을 영입했다. 최근 신인드래프트에서 선택한 김재휘(센터), 이시우, 허수봉(이상 레프트) 등과 더불어 현대캐피탈 리빌딩은 이미 씨앗이 뿌려진 셈이다. 향후 센터 자원이 희소해질 것을 대비한 선제적 포석도 담겨 있다.

스포츠동아DB



● 배구특별시 천안의 열기는 ‘진행형’

현대캐피탈은 홈 코트 천안 유관순체육관의 2017~2018시즌 지정석 시즌티켓 300장을 10분 만에 ‘완판’시켰다. 2017~2018시즌을 앞두곤 유니폼과 배구단 앰블럼도 교체했다.

10월 14일 대한항공과의 V리그 공식 개막전에 맞춰 대대적인 인프라 업그레이드를 병행했다. 배구장 외부에는 지난시즌부터 운영하고 있는 스카워커스 에어돔(배구체험)과 함께 팬들이 다양한 배구 게임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이벤트 게임존 ‘플러스-존(plus-zone)’를 마련했다.

배구장 내부에는 프로배구 최초로 누워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이마트 패밀리 존(Emart Family Zone)’과 함께 특별석(Friend zone)을 새롭게 만들었다. 이밖에 응원을 유도하는 ‘익사이팅 존(Exciting Zone)’을 신설해 운영한다.

현대캐피탈의 새로운 앰블럼과 유니폼. 사진제공|현대캐피탈


현대캐피탈은 사회공헌활동을 통한 연고지역 천안시와의 연계도 강화한다. 14일 시즌 개막전에 앞서 천안 지역 초·중·고교 배구부 활성화를 위한 배구발전기금 전달식을 연다. 이 외에도 시즌 중에는 천안시 동호인 9인제 배구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현대캐피탈은 최 감독이 팀을 맡은 이래, ‘원팀’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이제 그 메시지는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프런트의 경계를 넘어서 팬에게로까지 전파되고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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