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 전문기자의 스포츠에세이] 감독님, 건강도 성적만큼 알뜰히 챙기세요

입력 2017-10-13 05:30:00

故 조진호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부산 아이파크 조진호 감독이 심장마비로 유명을 달리한 뒤 황망한 마음에 친한 감독들에게 안부 전화를 했다. 축구인들 사이에서 신망이 두터웠던 고인이 젊은 나이에 저 세상으로 간 것을 두고 다들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10월 12일 조 감독의 발인식이 엄수된 가운데 축구인들은 이구동성으로 “너무 안타까운 일”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스트레스를 얼마나 많이 받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축구감독으로 산다는 게 얼마나 고독한 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지는 본인이 아니면 절대 모른다”는 비슷한 대답이 돌아왔다.

경기에 지고도 속으로 삭이며 선수들 앞에서 의연한 척해야 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고도 했다. 가족들도 함께 스트레스 받는 게 싫다고도 했다.

현재 K리그 클래식(1부) 꼴찌인 광주 김학범 감독은 하루에 담배 3갑을 피운다. 건강이 걱정돼 담배 끊는 게 어떻겠냐고 하면 “이게 스트레스 해소법”이라며 담배 연기를 내뿜는다.

광주 김학범 감독.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가장 힘든 건 아무래도 성적에 대한 중압감이다. 이게 스트레스 유발 요인 1순위다.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계약기간이 큰 의미 없는 직업이 바로 감독이다. 올해 클래식에서 대구 손현준 감독, 강원 최윤겸 감독, 광주 남기일 감독이 스스로 옷을 벗은 이유도 모두 성적 탓이다. ‘파리 목숨’이라는 비유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감독은 구단과 팬이 기대하는 성적을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성적을 올려야 자리를 지킬 수 있다. 그래서 매 경기 죽기 살기로 달라붙는다. 그라운드에서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심판 판정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거나 선수들을 향해 고함을 치는 것 역시 모두 성적을 올리기 위한 아우성이다.

비단 성적 뿐 아니다. 감독들의 수명을 갉아먹는 요소는 셀 수 없이 많다.

한국스포츠개발연구원 김영숙· 박상혁· 김정수 박사는 ‘스포츠지도자, 스포츠심리상담, 요구’(2016)를 통해 엘리트 스포츠지도자들의 스트레스 유발 요인을 분석했다. 스포츠지도자들이 스포츠심리상담을 요구하는 요인에는 성적을 내야한다는 압박감은 물론이고 선수관리의 부담, 경기력 향상에 대한 부담, 부정적인 대인관계, 코칭 스트레스 등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요소를 찾아냈다.

매일 전쟁 같은 생활을 하다보면 건강은 악화되고, 수명은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 1999년 부산을 이끌던 신윤기 감독대행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묵념을 하는 부산 선수들. 사진|MBC 캡쳐


2011년에 발표된 원광대학교 보건복지학부 김종인 교수팀의 ‘직업별 평균 수명 조사’에 따르면, 체육인은 작가, 언론인과 함께 67세로 가장 수명이 긴 80세의 종교인과 무려 13년이나 차이가 났다. 종교인은 장수했고, 체육인 등은 단명한 것이다. 이는 스트레스와 무관치 않다는 게 연구자들의 결론이었다.

감독이 스트레스를 받는 건 숙명이라고 치자. 중요한 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소하느냐다. 바로 스트레스 관리다. 특히 경기에 졌을 때 울분을 푸는 법을 가장 먼저 익혀야한다. 지방 소재의 한 감독은 스트레스 관리가 가능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마음을 고쳐먹었더니 그나마 숨통을 틔울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내 몸이 이겨낼 만큼만 (스트레스를) 받아들여야한다. 모두 받아들이면 곧바로 쓰러진다. 구단 눈치도 너무 많이 볼 필요가 없다. 가끔은 될 대로 되라는 식이 필요하다. 사람의 힘으로 안 되는 일들이 많다는 걸 깨닫고 그걸 인정하는 마음을 가져야한다”며 나름의 비법을 전했다.

축구 경기가 없을 때는 자신만의 취미생활이나 종교생활, 가족여행 등을 하면서 승부의 세계를 벗어나 정신적인 해방감을 느껴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성적도, 우승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감독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팀도 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감독님들, 아무쪼록 성적만큼 건강도 알뜰하게 챙기십시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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