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광주에서 열린 한국시리즈(KS) 1차전. 3루 측에 자리 잡은 KIA 홈팬들이 열성적으로 응원을 보내고 있다. 인고의 세월을 견뎌 맞이한 광주의 가을야구는 그야말로 축제 그 자체다. 광주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기묘하게도 해태의 영광은 1997년이 끝이었다. 1997년 12월 김대중 대통령이 탄생된 이후 해태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9차례의 한국시리즈(KS) 우승으로 소명을 다했다는 듯이. 해태를 인수한 팀은 KIA였다. 2001년 8월 1일부터였다. 2009년에야 KS 우승을 이뤘다. 10번째 우승이었다. ‘KS 불패’ 신화도 지켜냈다. 2014년 새 야구장으로 옮겼다. 환경은 좋아졌는데 정작 강자의 위상은 희미해져갔다. 어설픈 공화국보다 찬란했던 왕국이 쇠락할 때 더욱 서글픈 법이다. 이런 KIA에 2017년은 부흥의 시즌이었다.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정규시즌 1위를 해냈다. 광주 팬들은 100만 관중으로 응답했다. 이제 정치와 무관하게 야구 그 자체를 즐기는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광주 인구는 150만 명이다. 서울, 부산, 인천의 100만 관중과 밀도 자체가 다르다. 산술적으로 광주 시민 셋 중 두 명이 야구장을 찾았다는 얘기다. 25일 KS 1차전을 앞두고 티켓대란이 벌어졌다. 어느 KIA 프런트는 “가족에게 (온라인 예매 시작에 맞춰) 컴퓨터 앞에 대기하고 있으라고 시켰는데도 안 됐다. 5분도 안 돼 다 팔린 것 같다”고 허탈하게 웃었다. 암표 가격도 몇 배로 치솟았다는 풍문이다. 광주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새벽 4시30분에 근무 시작이다. 원래 저녁 8시면 자는데 오늘은 야구를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2017년 야구가 다시 광주를 결속시키고 있다. 다만 1997년의 그것처럼 절박하지는 않다. 그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또 있다. 부산 출신 문재인 대통령이 시구를 하러 전격 방문했다. ‘광주에서 시구를 하겠다’던 약속을 지킨 셈이다. 호남이 지난 대선에서 전폭적 지지를 보낸 후보였다. 그렇게 야구는 세대와 지역을 통합할 실마리를 제공한다. 프로야구의 순기능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