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때 쓰고 아낄 때 아끼는 전북…‘최강 클럽’ 도약의 힘

입력 2017-11-0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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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전북 시대를 이룬 배경은 역시 투자다. 대규모 클럽하우스 건설부터 수준급 선수영입까지. 어느 하나 신경을 기울이지 않은 곳이 없다. 물론 허투루 돈을 쓰지 않는다는 원칙만큼은 굳게 지켰다. 지난달 29일 클래식 우승 직후 환호하고 있는 전북 선수단. 전주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모기업 현대차, 경영 악화에도 통 큰 지원
전력 보강에 심혈…실패 두려워하지 않아
선수 이적 땐 최대한 제 값…효율적 경영


전북현대는 2000년대 들어 2차례 아시아 정상(2006·2016)에 올랐고, 5차례(2009·2011·2014·2015·2017) K리그를 평정했다. 명실상부한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최강 클럽이다. 세상 어떤 일이 그렇듯 과정이 없는 결실은 없다.남들이 정체하거나 쇠퇴할 때 전북은 부지런히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모두가 투자 없이‘어떻게든 되겠지’라며 안일하게 생각할 때 유일하게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며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숱한 견제와 시기, 질투에 굴하지 않고 전북은 흔들림 없이 그들만의 마스터플랜을 밑바탕 삼아 도전했고 또 성취했다. 바야흐로 지금은 전북의 전성시대다. 3회에 걸쳐 전북 왕조를 해부했다.

전북현대에는 특별한 힘이 있다. 바로 지속적인 투자다. 프로스포츠에서 자본의 힘은 막대하다. 최근 K리그는 경기침체의 여파로 신음하고 있지만 전북은 변함이 없다. 효율적인 경영은 강조하지만 대책 없이 허리띠만 졸라매지는 않았다. 초록 그라운드에서 발휘되는 ‘닥공(닥치고 공격)’의 기조는 구단의 공격적인 행정과 선수보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전북 클럽하우스. 사진제공|전북현대



● 변함없는 지원

최근 모기업 현대자동차의 경영사정이 마냥 좋지는 않다. 그래도 ‘꼭 필요하다면 돈을 쓸 수 있다’는 기본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 현대자동차 정의선 부회장은 “팀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자금을 아끼지 말라. 선수도 영입하고, 인프라 확충에도 게을리 하지 말라”는 뜻을 밝혀왔다.

전북 완주군에 클럽하우스를 건립할 때도 정 부회장은 “기왕 진행하는 것이면 돈을 쓰는 걸 두려워하지 말자. 최고의 시설, 최신식 모델로 구축하라”고 지시했다. 전북은 클럽하우스 설계 당시, 유럽 명문 클럽들을 수차례 방문하고 벤치마킹했다. 산출된 비용이 당초 책정된 예산을 크게 웃돌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현대자동차는 주저함이 없었다. 아시아권은 물론,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족하지 않는 전북의 클럽하우스는 지구촌의 주요 축구인들이 즐겨 찾는 K리그 대표 명소가 됐다.

구단주부터 나선 통 큰 지원은 전북의 성장에 엄청난 힘이 됐다. 당연히 전력 보강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선수단이 필요로 하는 자원들과는 최대한 접촉한다. 물론 무조건 데려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실패 확률이 있다고 해서 접촉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이 과정에서 최강희 감독도 깊은 신뢰를 전달한다. 돈은 자신이 보장할 수 없지만 “우리가 간절히 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믿음을 심어준다. 지난해 공격수 김신욱이 그랬고, 올 초에는 국가대표 왼쪽 풀백 김진수가 독일 분데스리가(호펜하임)를 떠나 녹색 유니폼을 입고 우승 공신이 됐다.

솔직히 영입이 실패할 때도, 또 어렵게 데려온 선수가 적응하지 못해 기대이하에 그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렇지만 실패가 두려워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경우는 없다. 전북이 강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2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KEB하나은행 2017 K리그 클래식’ 36라운드 전북현대와 제주UTD의 경기가 열렸다. 후반 전북현대 이재성의 선취골이 터진 후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전주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효율경영으로 답한 리딩 클럽

전북은 외부의 시기를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전북 주도의 이적시장을 놓고 “혼자 살려는 것이냐. 욕심을 버려라. K리그가 살아야 전북도 살아 남는다”는 주장을 펼친다. 전형적인 하향평준화 논리다.

남들이 돈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몸을 움츠릴 필요는 없다.

유럽과 남미, 지구상 어디에서나 독보적인 클럽은 있다. 그나마 올해는 반갑게 동반자가 나왔다. 제주 유나이티드가 여러해 걸친 꾸준한 노력으로 전북과 대등하게 싸웠다. 강원FC도 도민구단의 한계를 딛고 국가대표급 자원들을 모아 사상 처음으로 스플릿 라운드 상위리그(1∼6위)에 진입했다.

최강희 감독은 “제주와 강원이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 그래야 전북도 꾸준히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했다. 제주라는 경쟁자가 있었기에 전북의 우승 레이스는 힘들었지만 더 돋보일 수 있었다.

전북은 무작정 돈을 쓰지 않는다. 다만 가장 가치 있는 사용을 고민한다. 장기계약을 하지 않았다면 최대한 제 값을 받고 이적시킨다. 최대한 몸집을 탄탄히 하고픈 선수단 입장에서는 분명 서운한 일이지만 재정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높은 이적료를 받아야 한다. 스폰서 및 티켓판매 등 수익구조가 자주 요동치는 상황에서 특정 선수를 팔고 얻는 자금은 효율적인 경영을 위한 최소한의 작업이다.

전북은 모기업 홍보에도 열을 올린다. 2018 러시아월드컵 휴식기를 이용해 인도네시아∼베트남 등을 방문해 현대자동차의 현지 프로모션에 동참할 계획이다. 거창한 프리시즌 투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동남아시아가 매력적인 시장임은 틀림없다. 전북 관계자는 “비수도권 클럽의 태생적인 한계를 딛고 점차 성장해나가고 있다. 여기저기 파트너십을 추진하는 팀들도 많다. 우리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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