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MVP 개봉박두, 누가 역사를 쓸까

입력 2017-11-0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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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양현종-헥터-SK 최정(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2017년을 장식한 최고의 선수는 누구일까. 6일 오후 2시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하모니볼룸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시상식’이 펼쳐지는 가운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누가 차지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MVP 투표는 정규시즌 종료 후인 10월 6일부터 9일까지 4일간 올 시즌 KBO리그를 취재한 기자들을 대상으로 이미 투표를 실시했다. 총 107명의 투표인단이 참여했다. 따라서 포스트시즌 활약상은 표심에 전혀 반영될 수 없었다. 사실상 순수하게 정규시즌 활약만 놓고 투표가 진행됐다. 이제 한 달 전 봉인해 둔 투표결과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유력한 후보들을 놓고 누가 어떤 역사를 쓰게 될지 점검해본다.


● 양현종일까?

KIA 투수 양현종은 31경기에 선발등판해 20승6패, 방어율 3.44를 기록했다. 1999년 현대 정민태 이후 18년 만에 탄생한 국내 투수 20승이다. 따라서 양현종은 국내 투수로는 21세기 들어 처음 20승 고지를 밟는 이정표를 세웠다. 여기에 1995년 LG 이상훈 이후 무려 22년 만에 기록된 토종투수 선발 20승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 그동안 투수는 총 11명이 13차례(선동열이 3차례) MVP를 수상했다.

양현종이 올해 MVP를 받는다면 역대 12번째 투수이자 14번째 투수 수상으로 기록된다. 그 중 국내투수로 한정하면 2011년 KIA 윤석민 이후 6년 만에 탄생하는 MVP다. 좌완 MVP는 구대성(1996년), 류현진(2006년), 김광현(2008년)에 이어 역대 4번째가 된다. 이미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한 양현종은 사상 최초로 같은 해 정규시즌-한국시리즈 MVP를 동시에 석권하는 새 역사를 쓰게 된다.

KIA 양현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헥터일까?

KIA 투수 헥터 노에시는 올 시즌 30경기에 선발로 나서 20승5패, 방어율 3.48의 성적을 올렸다. 양현종보다 패수가 하나 적고, 그래서 승률왕까지 2관왕을 차지했다는 사실은 어필 요소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 유일한 200이닝을 돌파(201.2이닝)한 투수라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외국인이라 비슷한 성적일 경우 국내 선수보다는 표심에서 다소 불리할 수 있다. 20승을 올리고도 MVP를 받지 못한 외국인투수는 2014년 넥센 앤디 밴헤켄이 유일했다. 당시 사상 최초로 200안타 고지에 오른 팀동료 서건창이 MVP를 수상하면서 밀렸다.

만약 헥터가 MVP를 받는다면 역대 외국인선수로는 5번째 수상이다. 종전까지는 1998년 OB 타이론 우즈, 2007년 두산 다니엘 리오스, 2015년 에릭 테임즈, 2016년 두산 더스틴 니퍼트가 수상한 바 있다. 헥터가 수상한다면 3년 연속 외국인선수가 MVP를 받아가는 셈이다.

KIA 헥터.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최정일까?

SK 주전 3루수 최정은 올 시즌 46홈런을 때리며 홈런왕에 올랐다. 홈런은 ‘야구의 꽃’이라 불릴 정도로 기록 이상의 힘을 지니고 있다. 역대 홈런왕이 무려 17차례나 MVP를 차지할 정도였다. 최정이 MVP에 오른다면 홈런왕이 18번째 MVP를 차지하게 된다. 그동안 15명의 타자가 22번 MVP에 올랐다. 이승엽이 5회(1997년, 1999년, 2001~2003년), 김성한(1985·1988년) 장종훈(1991·1992년) 박병호(2012·2013년)가 2회씩 중복수상한 결과다.

만약 최정이 MVP를 받는다면 인천팀 타자로는 최초의 역사를 쓰게 된다. 여기에 MVP 시즌에 활약한 주포지션만 놓고 보면 2009년 KIA 김상현 이후 역대 2번째 3루수 MVP가 된다. 한 시즌에 46홈런 이상 뽑아낸 홈런왕이 MVP가 되지 못한 것은 박병호가 2014년(52홈런)과 2015년(53홈런) 2차례 있었다. 2014년엔 사상 최초 200안타를 달성한 넥센 서건창이, 2015년엔 0.381의 고타율에 사상 최초 40홈런-40도루를 달성한 에릭 테임즈가 받았다.

최정은 홈런왕이라는 무기가 있고, OPS가 1.111로 1위라는 점이 어필 요소지만, 타고투저 시대에 타율이 0.316으로 17위에 그쳤다는 점과 타점(113)도 5위로 밀려나 있다는 점이 감점 요인으로 꼽힌다.

SK 최정.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그밖의 후보들

투수 중에서는 양현종과 헥터를 상대할 만한 후보가 사실상 없는 분위기다. 타자 쪽에서는 KIA 최형우와 김선빈, 두산의 김재환과 박건우, 롯데 이대호와 손아섭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이들의 활약상에 대해 높은 평가가 나오고는 있지만,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MVP까지 가기엔 다소 임팩트가 부족해 보인다.

이재국 전문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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