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봉 대폭 삭감도 불사한 이용규의 진심과 다짐

입력 2017-11-07 15: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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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용규. 스포츠동아DB

한화 이용규(32)가 데뷔 후 두 번째 프리에이전트(FA) 권리 행사를 최소 1년 뒤로 미뤘다. “올 시즌에는 내 모습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스스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며 백의종군을 선언한 것이다.

FA 권리 행사를 미룬 것뿐만이 아니다. 복수의 야구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용규는 2018시즌 연봉의 대폭 삭감도 감수하기로 한 것으로 스포츠동아 취재결과 확인됐다. FA 계약기간이 끝난 이용규는 2018시즌 연봉 계약을 새로 해야 하는데, 기존의 9억원에서 대폭 삭감한 금액에 사인할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구단의 통보가 아닌, 이용규 본인이 고심 끝에 결정한 사안을 구단에 전달한 것이다. 여기에는 FA 계약 후 부상에 발목 잡혀 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데 따른 미안함과 반드시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있다.

이용규는 7일, “사실 올 시즌에 보여준 게 없다. FA 권리 행사를 미룬 것도 찜찜한 상태로 신청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나는 두 번째가 아니라 마지막 FA라고 생각한다. 팀에 도움이 됐을 때 한결 편안하게 신청하고 싶다”며 “지금까진 워낙 보탬이 된 게 없는 만큼 권리를 행사할 명분이 없었다. 후반기부터 ‘내가 욕심부릴 상황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용규는 2013시즌이 끝나고 4년 총액 67억원에 한화와 FA 계약을 했다. 올해까지 4시즌 동안 타율 0.322(1482타수 477안타), 7홈런, 115타점, 출루율 0.409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지만, 팀이 치른 560경기 가운데 398게임밖에 출장하지 못한 것이 다소 아쉬웠다. 이용규 는 “계약 기간 중에 1년 반 동안 제대로 뛰지 못했다. 첫해에 어깨 수술을 받아 수비를 하지 못했고, 올해도 손목을 다쳤다. 내가 몸 관리를 못 한 탓이다. 무엇보다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최고다. 올 시즌은 무척 힘들었지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많은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한용덕 감독 체제로 새롭게 출발하는 한화는 리빌딩을 통한 중장기적인 강팀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기 위해선 기존 베테랑의 역할도 중요하다. 국가대표 경험을 갖춘 데다 남다른 근성을 보유한 이용규는 여전히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다.

이용규는 “나이가 들어서 몸이 안 좋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더 오기가 생긴다”며 “내년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더 내려앉는 것 아닌가. 두려움도 있지만,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도전하겠다. FA 자격을 얻은 선배들은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더 동기부여가 커졌다. 어떻게든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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