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선이 해금여신으로 불리는 이유, ‘사제지간’

입력 2017-11-13 16: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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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조는 서양 클래식의 독주곡과 유사한 우리 음악이다. 독주악기 하나, 반주악기 하나만으로 완성하는 텅 빈 듯 꽉 찬 예술장르.

그런데 사실은 산조와 클래식 독주곡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작곡가가 악보만을 남기는 클래식 독주곡과 달리 산조는 연주자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작곡한 곡이 스승에서 제자로 전승되어 이어진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제자가 스승의 곡을 연주한다는 것은 단순히 악보와 기법의 재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산조는 스승의 인생을 통째로, 고스란히 전수하는 것이다. 스승의 음악적 삶과 호흡을 제자가 닮아가는 것이다.

산조는 사람이다.

활을 밀고 당기는 우아한 모습, 품격있는 연주해석으로 ‘해금여신’이라 불리는 해금연주자 남미선이 열세 번째 독주회를 연다. 스승 김영재류의 해금산조를 또 한번 선보이는 자리이다.

스승과의 끈끈한 인연은 남미선이 15세에 처음 해금을 잡으면서 시작됐다. 스승의 산조를 연주하는 것은 22년째 해금연주에만 천착해 온 남미선이 전통을 계승하는 방법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커다란 창문을 내는 작업이었다.

남미선의 이번 열세 번째 독주회는 ‘사제지간(師弟之間)’이라는 타이틀을 걸었다. 11월 26일 오후 5시,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 열린다. 전통문화지역인 창덕궁 일대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설립된 국악전문 공연장이다.


남미선은 2007년 이후 스승 김영재(제16회 신쾌동류 거문고산조 보유자)의 제자이자 연주자로서 김영재류 해금산조 연주회를 지속적으로 열어오고 있다. 스승이 걸은 길을 따라 걷고, 전통예술 해금연주자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이다.

광주예술고등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 예술원 예술사와 전문사를 졸업했고, 21세에 동아콩쿠르 일반부 은상, 제1회 대한민국 국악제 금상을 받으며 국악계의 차세대 전통을 잇는 해금연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김영재류 해금산조는 우리음악의 아름다운 선율이 자아내는 아날로그 감성과 영감이 풍부한 작품이다. 스승의 음악을 들고 전통의 자존심과 아름다움을 지키고자 하는 제자의 노력이 사람들의 마음을 뜨겁게 움직인다. 그녀가 ‘해금여신’으로 불리는 진정한 이유는, 실은 여기에 있는지 모른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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