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토크②] 안성기 “늘 새로운 도전 기다리는 배우가 되겠다”

입력 2017-11-15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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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테랑 토크 ①에서 이어집니다.

1990년대에도 안성기의 전성기는 계속된다. 영화 ‘남부군’(1990),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1991), ‘하얀전쟁’(1992), ‘투캅스’(1993), ‘태백산맥’(1994), ‘헤어드레서’(1995),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며 여러 가지 얼굴로 관객들을 찾았다. 또한 2000년대에는 ‘실미도’(2003)로 한국의 첫 천만 관객 돌파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후에도 ‘라디오 스타’(2006), ‘화려한 휴가’(2007), ‘페어 러브’(2010), ‘부러진 화살’(2012), ‘신의 한수’ (2014), ‘화장’(2015), ‘사냥’(2016) 등에서 인상적인 역할로 관객들 앞에 나섰다. 60년간 영화인으로 그가 남긴 작품은 약 130편 가까이 된다. 한국영화사와 함께 숨쉬며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해 안성기는 “어렸을 적에는 배우가 별로 없어서 내가 역할을 많이 맡았을 뿐”이라며 “아마 내가 지금 이 시대에 배우로 데뷔를 하고 지금의 후배들과 경쟁을 했다면 이렇게 좋은 작품들을 많이 만나지는 못했을 것이다. 요즘 후배들이 참 잘한다”라고 겸손하게 표현했다.

“앞서 말했듯, 늘 좋은 시나리오를 찾으려고 많이 노력해요. 그리고 늘 새로움을 도전하려고 해요. 나이가 먹어도 액션을 하고 싶고 새로운 장르를 해보고 싶은 게 배우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도 필요해요. 운동을 해서 몸을 가볍게 만드는 것도 그 중에 하나죠. 나이는 들어도 체력은 나이가 들면 안 돼요. 점점 나이가 들지만 계속 새로워야 한다는 생각에 늘 준비된 자세로 일상을 보내요.”

안성기는 쌓은 필모그래피만큼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대종상 남우주연상 5회, 청룡영화상 5회, 백상예술대상 대상 및 남우주연상 8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남우주연상 4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 등이다. “유난히 상복이 많은 배우다”라고 하니 그는 “어렸을 때부터 상은 정말 많이 받았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는 “상을 받아도 들뜨진 않았다. 내가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아까도 말했듯 배우 수가 너무 적어서 내 입맛대로 좋은 작품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젊은 날에 좋은 감독을 만났고 훌륭한 작품을 만났기에 가능했다. 이에 시대에 어울리는 배우가 될 수 있었다. 또한 관객들이 좋아해주신 것만으로도 너무 기뻤기 때문에 막상 상을 받을 때는 덤덤하게 받았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 “15세가 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성숙해지는 20세 기대”

시간이 흐르며, 안성기는 배우의 모습뿐 아니라 영화인 후배 양성에 힘쓰는 사람이 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재단법인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장 등이다. 안성기는 그런 그의 행보가 참 행복하다고 말했다.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로 젊은 연출가들을 지원하고 신영균 문화재단을 통해 한 해를 빛낸 문화인들을 선정하는 일을 해나가는 것이 지금 내게 딱 알맞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참 행복하고 기뻐요. 배우로서 연기를 하고, 또 선배로서 후배들을 키운다는 것, 그 이상을 바라는 건 제겐 욕심을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늘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

특히, 인터뷰 당일에는 제15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7일 폐막식을 마지막으로 6일간의 일정을 성공리에 마무리한 제15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는 규모는 작지만 의미 있는 영화제다. 국내외 신인감독들에겐 자신의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영화인들에게는 새로운 인물을 발굴해내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 영화제는 해가 갈수록 출품되는 작품 개수도 많아지고 수준 높은 단편영화도 많아져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올해는 총 125개국 5245편이 출품돼 역대 최다 출품 기록을 내기도 했다.

청소년기를 한창 보내며 이제 성년을 맞이하는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를 오랫동안 지켜온 안성기는 감회가 남다르다. 그는 “10년이 지나니 영화제 같은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정착을 잘 한 것 같다. 이제 5년이 지나면 20년을 맞이하는데 그 때는 완전한 모습을 띄는 영화제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 예술사업을 지원해주는 메세나 기업으로 지원을 참 많이 해주셨어요. 영화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참 감사한 일이죠. 젊은 영화인들에게 큰 격려가 되는 영화제가 되고 있으니까요. 15년 전을 거슬러 올라가면 당시에 해외 작품과 국내 작품의 작품성의 격차가 너무 컸어요. 해외는 단편영화만 전문적으로 찍는 이들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늘 대상은 해외에서 차지했죠. 그런데 영화제의 중요성은 작품만 보고 상을 주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영화의 수준이 지금 어디인지, 우리가 어디로 가야하는지 방향을 잘 설정해야 줘야 하는 거예요. 우리는 흐름에 따라 잘 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고요.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는 그 흐름에 맞춰 기회를 제공해주려고 노력해요. 그러다 보니 젊은 영화인들이 이 영화제를 알고 점점 더 작품을 출품하게 되는 거죠. 출품작도 매년 늘어나니 고무적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집행위원장으로서 영화제를 이끌다 보니 좋은 영화제에 대해서도 늘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고. 그는 “지원은 하지만 간섭하지 않는 영화제가 좋은 영화제”라고 강조했다.

“손숙 이사장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아낌없이 지원만 해주는 게 참된 영화제인 것 같아요. 연출가가 상상한 것을 영상으로 풀어내고 실사화시킨 것을 관객들이 봐주고 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영화제의 참된 의미 아닐까요? 영화라는 것은 사람과 같이 호흡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죠.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고 그것을 관객들에게 맡기는 것, 그것이 성숙한 사회가 만드는 영화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안성기는 앞으로 5년 남은 제20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를 어떻게 맞이하고 싶을까. 그는 “관성에 익숙해지지 않은 영화제가 되길 소망한다”라고 말했다.

“그냥 20주년이 되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제 5년 밖에 남지 않았지만 계속 좋은 변화를 일으키고 발전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사람도 스무 살이 되면 조금씩 자기만의 세계를 이뤄가잖아요.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도 그런 영화제가 됐으면 좋겠어요.”

→베테랑 토크③으로 이어집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한국영상자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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