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여관에서 소록도를 생각하다

입력 2017-11-21 14: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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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류산방과 성균건축도시설계원(SKA)이 소록도 마을 기록과 보존 작업을 소개하는 전시를 열었다. 건축가 조성룡과 성균건축도시설계원이 5년 간 진행해 온 작업이다.

소록도를 중심으로 근대 건축물과 건축의 소멸을 주제로 5년간 발견하고 배운 것들, 앞으로 필요한 것들을 함께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자리이다. 전시의 타이틀은 ‘건축의 소멸-[보안여관]에서 [소록도]를 생각한다’로 정했다.

이번 전시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소록도를 생각하는 모임’을 빼놓을 수 없다. 일명 ‘소생모임’으로 불리는 이 모임은 수류산방 박상일 방장의 주도로 만들어진 자발적인 시민모임이다. 소록도의 미래를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다.

소록도를 생각하는 모임은 201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이코모스) 등 세계 여러 나라 전문가들과 함께 근대화 과정에서 파생된 소록도와 유사한 식민지 시설들을 연구하고 논의하는 국제행사를 기획 중이다.

이번 전시의 의의는 단지 소록도를 소개하는 것에만 있지 않다. 근대 문화재의 보존과 활용, 식민지 근대화의 과정, 지역의 역사 유적 관광개발 시의 갈등 등 흔히 마주치지만 쉽게 풀리지 않는 난제들을 이야기하고 보편적인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소록도는 일제에 의해 1916년 한센 전문병원인 자혜의원이 설립된 이후 전국의 한센인을 강제로 이주시켜 격리수용하는 장소로 사용됐다. 현재 섬 안의 9개 마을 가운데 7개 마을에 500여 명의 한센인이 살고 있다.


건축가 조성룡과 성균건축도시설계원은 소록도 9개 마을 중 사람이 살지 않는 서생리 복원작업을 진행했다. 조성룡은 “소록도는 마을이다”라고 말한다. 100년 동안 사람이 살았던 마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자연환경은 어땠는지에 대한 조사를 하고 본래의 형태를 어떤 방법으로든 되살리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소록도의 현재를 냉정하게 보여주고 미래를 묻는 심포지엄도 열린다. ‘소록도의 보존과 재활용’을 주제로 한 1차 심포지엄은 11월 11일에 개최됐다. 2차 심포지엄은 ‘소록도에서 보안여관까지’라는 주제로 11월 25일에 열린다.

윤인석(성균관대 건축학), 김원식(건축역사비평), 최성우(일맥문화재단이사장), 조성룡 등이 발표자로 나서 ‘근대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 ‘최대한의 고려, 최소의 개입’, ‘그곳과 이곳, 작고 아름다운 역사’, ‘소록도의 미래와 비전’에 대해 발표한다.

전시는 11월 28일까지 경복궁 영추문 옆의 오래된 집인 보안여관에서 열린다. 김재경, 진효숙, 이지응, 이명섭(이하 사진), 조병준(글/사진), 이진경(그림), 권순현(영상), 박승진(조경) 등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주최는 소록도를 생각하는 모임. 수류산방과 성균건축도시설계원, 통의동 보안여관이 기획과 진행을 맡았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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