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익 아닌 방향성으로 파악한 KBO 2차 드래프트 결산

입력 2017-11-2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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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드래프트로 팀을 옮긴 손주인-고효준-이병규-오현택(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KBO의 대이동이 벌어졌다. 22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7 KBO 2차 드래프트’ 결과 총 26명의 선수들이 팀을 옮겼다. 2차 드래프트는 1라운드 3억원, 2라운드 2억원, 3라운드 1억원의 보상금만 원 소속팀에 내주면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기회다. 올해 2차 드래프트의 가장 큰 특징은 군 보류선수를 지명할 수 있었던 점이다. 또 특정구단이 뺏길 수 있는 선수 최대숫자를 5명에서 4명으로 줄였다. 2차 드래프트의 속성상, 승자와 패자를 가리기 어렵다. 10개 구단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구했다고 봐야 한다.

LG에 입단하는 이진석. 사진제공|SK 와이번스



● LG와 롯데의 상반된 방향성

모 구단 관계자는 “2차 드래프트는 LG의 의도대로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명도는 있어도 더 이상의 성장이 어렵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한 선수들(손주인 백창수 유원상 이병규)을 최대한(4명) 넘겼고, 그 대신 유망주(이진석 장시윤 신민재)를 받아왔다. 이진석은 경찰청에 입대 중임에도 1라운드에서 뽑았다. 반면 롯데는 즉시전력감 위주로 접근했다. 고효준, 이병규, 오현택을 뽑았다. 롯데는 “이명우 외에 왼손 불펜이 거의 없다. 김유영도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고 좌완 고효준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배장호 외에 사이드암 자원이 빈약한 환경도 오현택 지명을 불러왔다. 좌타자 외야수 이병규도 한 때 수준급 실력을 자랑했던 선수라 외야 자원 강화 차원에서 뽑았다. 롯데는 대신 조현우(kt), 문동욱(한화) 등 영건투수를 1라운드에서 뺏겼다.

kt에 입단하는 금민철-김용주(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한화 이글스



● kt, 좌완투수만 뽑았다

kt는 목표를 확실히 잡고 임했다. 전체 1순위 픽으로 좌완 조현우를 선택했다. 이어 금민철과 김용주까지 3명 모두 좌완투수였다. 조현우는 원래 kt 지명을 받고 KBO에 들어온 투수였다. 2015년 박세웅(롯데)과 장성우(kt)가 포함된 kt와 롯데의 ‘빅딜’ 당시, 조현우도 이적했다. 롯데는 조현우를 바로 경찰청으로 보냈다. 2018년 2월 군 제대를 앞둔 시점에서 kt가 재영입을 한 것이다. kt는 “심재민, 정성곤, 박세진 외에 왼손선발이 딱히 없다. 불펜진에도 홍성용 정도다”라고 좌완 수집 이유를 말했다. 특히 조현우에 대해 “트레이드 당시 우리가 정말 넘겨주기 싫은 선수였다”고 덧붙였다. kt 내부 평가가 높았음을 알 수 있다.

SK에 입단하는 강지광.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 SK, 외야수 강지광이 아니라 투수 강지광을 선택

SK는 1라운드에서 넥센 외야수 강지광을 호명했다. 그러나 SK는 “강지광을 투수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넥센 감독 출신인 SK 염경엽 단장과 손혁 투수코치가 불펜투수로서 강지광의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다. 2차 드래프트에서 포수로서 유일하게 허도환이 SK의 지명을 받았다. 이홍구가 상무에 입단한다면, SK 포수는 이재원과 이성우만 남는다. 제3의 포수로서 허도환의 쓰임새를 본 것이다.



● 2차 드래프트의 난해함

군 보류선수가 드래프트 대상에 포함되자 40인 보호선수를 짜기가 훨씬 힘들어졌다. 상당수 구단들이 군필 선수나 제대를 앞두고 있는 선수에 가중치를 뒀다. 왜냐하면 2차 드래프트는 2년마다 열린다. 갓 입대한 선수 혹은 미필 선수를 뽑아봤자 즉시전력이 될 확률이 떨어진다. 2년 후에 열릴 2차 드래프트에서 변변히 써보지도 못하고 뺏길 수 있다. 미리 군대만 보내놓고 뺏기면 남 좋은 일만 해주기 딱 좋다. 챙겨야 할 변수가 많아져 구단들은 “이번 2차 드래프트는 유난히 어려웠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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