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 전성시대…브랜드 지명도? 만들면 되지!

입력 2017-11-2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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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체들이 PB상품 품질 향상과 상품력 강화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롯데마트의 ‘온리프라이스’, 이마트 식품 브랜드 ‘피코크’ 상품군, 세븐일레븐의 전국 팔도 유명 먹거리를 활용한 ‘맛8 도시락’, 이베이코리아와 금동이한복이 함께 내놓은 ‘엄지한복’(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사진제공|롯데마트·이마트·세븐일레븐·이베이코리아

좋은 품질에 저렴한 상품 소비자 입맛 딱
가격 경쟁력에 마진율 높아 전략적 육성

피코크 vs 온리프라이스, 대형마트 맞장
백화점·온라인쇼핑몰까지 PB경쟁 합류


유통업계는 PB콘텐츠의 전쟁터다. 내수침체가 지속되고 정부 규제와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성이 둔화된 유통업체에게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높은 마진율을 보이는 PB상품은 매력 그 자체다. 좋은 품질의 상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수요와 수익성을 향상시키려는 유통업체들의 전략이 맞물리면서 PB상품의 역할은 더욱 부각될 전망. 더 나아가 PB상품 품질 향상과 상품력 강화를 통해 경쟁에서 살아남은 업체들을 중심으로 유통시장이 재편될 가능성마저 감지된다.


● 대형마트 PB, 품질 경쟁 중

PB의 산실로 불리는 대형마트는 품질 경쟁 시대에 돌입했다. 과거에는 PB상품 수로 우열을 가리는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단순한 PB상품 확대는 의미가 없다. 고객 기억 속에 오래 남을 수 있는 품질 좋은 상품 개발이 중요하다는 게 업계의 한 목소리다.

리딩주자는 이마트의 ‘피코크’와 ‘노브랜드’. 식품 브랜드 피코크의 맛을 높이기 위해 조선호텔, 신세계푸드 등 계열사 협력업체와 손잡고 전국 맛집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선보였으며 그 결과 초마짬뽕, 순희네 빈대떡 등 히트상품을 양산하며 대세로 떠올랐다. 노브랜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강조한 것이 특징으로 상품 상표와 제품 포장비용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해 일반 브랜드 상품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롯데마트는 ‘통큰’ 시리즈로 맞섰다. ‘통큰 치킨’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아예 ‘통큰’ 이라는 이름을 브랜드화 하기로 하고 ‘통큰 포기김치’ 등을 내놨다. 최근에는 최적가를 앞세운 ‘온리프라이스’로 승부수를 내걸었다. 단순히 싼 가격을 넘어 상품에 맞는 가격을 책정하는 게 핵심 전략이다.

GS리테일의 유어스 PB상품.


● PB상품 비중 높은 편의점, 통합 브랜드로 승부

편의점은 국내 유통업 내 PB상품 비중이 가장 높은 업태인 만큼 통합 브랜드로 승부를 걸었다. CU는 PB 통합브랜드 ‘헤이루’를 론칭, 전체 상품 중 PB상품 비중이 27%를 차지한다. GS25도 ‘YOU(고객), US(고객+GS리테일)’를 뜻하는 PB통합브랜드 ‘유어스’를 출시, PB 상품 비중이 37%에 달하는 등 편의점 업체 가운데 가장 높다. 히트상품으로 ‘카페25’가 꼽히는데, 누적 판매량 7000만 잔을 돌파했다. 세븐일레븐도 ‘세븐셀렉트’라는 PB 통합브랜드를 운영 중으로, 전국 팔도의 유명 먹거리를 활용한 ‘맛8 도시락’이 눈길을 끈다.

편의점의 경우 점포 수 증가에 따른 외형성장이 둔화되면서 PB상품의 카테고리 확장과 가성비 전략을 통해 차별화와 수익성을 도모하고 있는 모습이다. 편의점 관계자는 “편의점은 단순히 상품을 유통하는 것을 뛰어 넘어 모든 생활의 오프라인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돼 PB상품 또한 다양해질 것”이라며, “최근 주목받는 PB상품을 보면 이색적이면서도 대중적인 콘셉트의 상품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했다.


● 백화점, 브랜드 제작부터 생산까지 직접 맡아


백화점 업계도 브랜드 제작부터 생산까지 직접 맡으며 적극 행보를 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잠실점과 부산본점에 새 통합 패션 PB ‘엘리든’을 선보였다. 단순한 편집매장이 아닌 ‘오직 롯데백화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높여 고객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신개념 소비공간으로 거듭났다.

신세계백화점은 프리미엄 PB 브랜드를 확대하고 있다. 캐시미어 브랜드 ‘델라라나’, 다이아몬드 브랜드 ‘아디르’에 이어, 최근 세번째 PB 란제리 브랜드 ‘언컷’을 선보였다. 편안한 란제리를 선호하는 트렌드에 맞춰 착용감을 극대화하고 감각적인 디자인까지 갖춘 것이 특징이다. 백화점 업계가 PB상품 개발에 적극적인 것은 백화점 자체의 위기에서 파생됐다. 백화점 관계자는 “PB사업은 신규 고객을 창출하고 수익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라며 “복합쇼핑몰, 아울렛 등 유통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통업의 본질인 상품 차별화를 위함”이라고 했다.

인터파크의 아이모니터 문 4K.


● 온라인쇼핑몰, 다양한 제품군과 협업 ‘눈에 띄네’

온라인쇼핑몰도 PB상품 강화에 나섰다. 다양한 제품군을 주요 기업과 협업을 통해 창출하고 있는 게 특징. 이베이코리아가 지오다노와 함께 ‘퍼펙트 스트레치 데님 팬츠’를, 한복제조업체 금동이한복과 손잡고 ‘엄지한복’을 선보인 게 그 예다. 11번가도 패션 PB 브랜드 ‘레어하이’를 통해 캐시미어 니트, 구두, 명함지갑 등 상품군을 확대 중이다. 또 인터파크는 32인치 모니터 ‘아이모니터 문 4K’를 출시했다.

온라인쇼핑몰이 PB제품 발굴에 힘 쏟는 것은 온라인쇼핑몰도 시장 전체의 성장 둔화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임에 기인한다. PB상품을 통해 집객효과를 높임으로써 전반적인 매출 상승 효과를 얻을 수 있고, 매출 규모가 커지면 외부 투자 유치에 있어 긍정적 역할을 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 온라인쇼핑몰 관계자는 “PB상품은 가성비 트렌드에 제격이고 충성 고객을 모으고 브랜드 홍보효과까지 가져올 수 있다”며 “자사만의 차별점을 내세워 다양한 제품을 발굴해야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 PB상품(Private Brand·자체브랜드)이란?

매장 특성과 고객 성향에 맞춰 독자 개발한 브랜드 상품이다. 해당점포에서만 판매한다는 점에서 전국 어디에서나 살 수 있는 제조업체 브랜드(NB: National Brand)와 구별된다. 개발 방법에 따라 크게 네가지로 나뉜다. 업체가 직접 제품을 기획·제조·판매 등 전 과정에 참여하는 생산개발형, 업체가 기획하고 협력업체가 생산해 주문자 상표를 부착하는 기획개발형, 해외브랜드와 독점수입 계약을 통해 해외 유명브랜드의 완제품을 직수입해 독점 판매하는 독점수입형, 해외 유명브랜드와 기술제휴를 통한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일정한 로열티를 지급하는 라이선스형이 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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