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물서 첩보액션물로…‘분단영화’의 진화

입력 2017-12-0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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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강철비’. 사진제공|NEW

■ 14일 개봉 ‘강철비’로 본 분단영화

2000년 이전 반공주의적 시선들 일색
한반도 정세 변화 속 휴머니즘 더해져
155억 들인 강철비, 액션+감동 스토리
“분단현실 재미·의미 함께 담는게 관건”


쿠데타가 발생한 북한에서 권력자가 남한으로 내려온 뒤 핵전쟁의 위기에 놓이는 한반도. 14일 개봉하는 영화 ‘강철비’(감독 양우석·제작 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의 이야기 얼개다. 북한의 핵개발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미국 등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잇단 제재 등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강철비’가 현실감 있는 스토리로 관객에게 다가설지 관심을 모은다.

같은 이름을 지닌 탈북 여성과 남한 여고생의 이야기를 그린 ‘련희와 연희’(감독 최종구, 손병조·제작 장풍E&M)도 같은 날 선보인다. 또 분단 상황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와 단편영화를 한 자리에서 소개한 ‘통일영화 제작지원 상영회’도 최근 열렸다. ‘공작’과 ‘PMC’ ‘413’ 등 내년 개봉을 목표로 현재 제작 중인 작품도 적지 않다.

상업적이든, 그렇지 않든 모두 분단 상황에서 출발하는 이전 숱한 작품들의 계보를 잇는다. 그만큼 분단현실은 오랜 시간 한국영화의 주된 소재와 배경으로 활용돼왔다.


● “분단의 아픈 현실, 액션+휴먼+감동의 스토리를 상상케 하다”

‘영화는 현실을 반영한다’는 ‘명제’를 충실히 담아내는 데 있어 분단 상황은 가장 뚜렷한 소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38선이 그어진 직후 제작된 1949년작 한형모 감독의 ‘성벽을 뚫고’부터 최근 ‘강철비’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화가 만들어진 것도 분단 상황이 현실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데서 그 요인을 찾을 수 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분단현실은 국민의 현실에 가장 직접적이고 지속적으로 작용해왔다”고 말했다. 흥행작 ‘공조’의 한 제작관계자도 “지금 현재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아픈 현실이 출발점이다”면서 “북한과 북한 사람들에 관한 정보가 제한된 상황도 영화적 상상력을 가능하게 한다”고 밝혔다.

상상력은 현실의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하는 요소. 이 관계자는 “분단으로 인해 또렷하게 대비되는 남과 북의 인물들과 이들이 벌이는 현실을 바탕으로 한, 상상 가능한 이야기가 관객의 보편적 감성을 이끌어낸다”고 설명했다. 전찬일 평론가는 “대체로 액션과 휴먼 그리고 감동이 버무려지는 스토리가 많은데, 이 같은 코드는 상업영화의 틀에도 멋지게 부응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의형제’ ‘용의자’ 등 분단 소재의 많은 영화가 흥행했고, 그 ‘타율’ 역시 아직은 높은 편에 속한다. 155억원을 들인 ‘강철비’ 등 그 제작비 규모가 작지 않음에도 영화계가 분단 소재 영화에 공을 들이는 또 하나의 이유도 거기에 있다.

※ ‘인천상륙작전’(705만여명), ‘웰컴 투 동막골’(643만6000여명) 등 한국전쟁을 주요 소재로 삼거나 배경으로 한 작품을 제외한 전쟁 이후 분단 상황 배경 영화. 자료|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 “이제는 미래지향으로”

‘공동경비구역 JSA’가 흥행에 성공한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대체로 분단 소재 영화는 반공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을 거쳐 여전히 북한이라는 ‘현실적 위협’이 존재하는 상황 탓이었다. 반공이데올로기를 권력 장악과 유지를 위한 도구로 삼았던 정치적 현실도 분단현실을 영화화하는 데 일정한 제약이 되었다.

하지만 한반도 정세가 바뀌고 권력의 성격 등이 변화하면서 영화도 획일적인 반공주의적 시각과는 또 다른 시선으로 분단현실을 그려낼 수 있게 됐다. 강경한 기득권 세력의 권력논리와 야욕 등이 빚은 위기 속에서 사건을 해결해가는 주인공들의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휴머니즘의 시각으로 담아내는 영화가 대세를 이루기도 한다.

전찬일 평론가는 “분단현실이라는 소재를 어떻게 설득력 있고 효과적으로 그려 재미와 함께 의미를 담아내느냐 문제도 관건”이라면서 “이제는 정치적 논리를 넘어 통일에 기여하거나 통일 이후의 상황에 대비하는 미래지향적 텍스트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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