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인즈 패스→화이트 골…잘 나가는 SK, 찰떡궁합 외인의 힘

입력 2017-12-0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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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은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과 조합이 성적으로 직결되곤 한다. 올 시즌 외국인 선수가 이루는 궁합 효과를 가장 잘 누리는 팀은 헤인즈(왼쪽)∼화이트의 조화가 빛나는 SK다. 팀이 리그 선두권에 있는 이유다. 사진제공 | KBL

■ 프로농구 외국인선수 조합의 비밀

도움 1위 헤인즈, 화이트와 득점 양분
DB 외인 버튼·벤슨도 역할 분담 뚜렷
현대모비스는 서로 반대 스타일 골치
kt 윌리엄스·맥키네스는 교대로 부진
한 명은 조력자 역할…서열 정리 필수


프로농구에서 외국인 선수들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국내 선수들의 신체조건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수준미달의 외국인 선수로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 모든 감독들은 기량 좋은 선수를 뽑기를 원한다. 외국인 선수의 활약 여부에 따라 한 시즌 운명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2011∼2012시즌부터 2013∼2014시즌까지는 경기에 1명의 선수만 뛸 수 있었기 때문에 선수의 기량 자체가 중요했지만, 2014∼2015시즌부터는 1∼3쿼터 가운데 2개 쿼터에서는 2명 동시출전이 허용됐다. 이에 따라 2명이 함께 뛰는 동안의 조화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됐다. 아무리 실력이 좋은 2명이 함께 뛰어도 서로 욕심만 부려서는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없다.

사진제공|KBL



● 외국인 선수 효과 가장 잘 누리는 팀은?

1∼3쿼터 가운데 2개 쿼터에 한해서 2명의 선수를 동시에 출전시킬 수 있지만 모든 감독들이 2, 3쿼터에 2명을 출전시킨다. 경기 초반인 1쿼터에 2명을 투입했다가 경기력이 만족스럽지 못했을 경우 피해를 크게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2, 3쿼터 팀 득점 기록이 외국인선수의 경기력을 100% 나타내는 지표라고는 할 수 없지만,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2라운드까지 기록을 기준으로 할 때 2∼3쿼터에서 가장 득점이 많은 팀은 1위 서울 SK(44.6점)다. 고양 오리온(44.2)∼서울 삼성(42.9점)∼안양 KGC(42.8점) 등이 뒤를 따른다. 2∼3쿼터 득점이 가장 낮은 팀은 창원 LG(39.5점)와 전주 KCC(40.8점)다.

외국인 선수 2명의 스타일이 득점 기록에 그대로 반영된다.

SK는 팀의 1옵션으로 뛰는 애런 헤인즈(36)가 득점(평균 24.1점)은 물론이고 패스도 잘한다. 경기당 7.0어시스트를 기록 중인데 이는 리그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덕분에 동료들과 득점을 양분한다. 팀 동료 테리코 화이트(27)는 볼 소유 시간이 적은 대신 헤인즈의 패스를 받아 득점으로 연결한다. 두 사람의 역할분담이 확실하게 됐다.

반면 KCC는 안드레 에밋(35)의 볼 소유가 너무 많다보니 센터 찰스 로드(32)가 공격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때문에 2, 3쿼터 득점이 떨어지는 편이다.

울산 현대모비스도 외국인선수 조합이 고민이다. 마커스 블레이클리(29)는 평균 15.3점·8.6리바운드·3.9어시스트, 레이션 테리(33)는 평균 21.2점·7.3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개인기록은 좋지만 시너지 효과는 좀처럼 나오지 않아 팀 승리로 이어지지 않는다.

모비스가 9승10패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블레이클리는 빠른 농구에 강점이 있다. 반면 테리는 세트 오펜스에 강점이 있는 대신 스피드가 현저히 떨어진다. 스타일이 정반대다.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둘의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보니 우리가 원하는 경기력이 나오지 않아 걱정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모비스는 2쿼터 평균 득점이 18.8점밖에 되지 않는다.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삼성 커밍스-라틀리프(오른쪽). 사진제공|삼성 썬더스



● 반드시 필요한 외국인 선수의 팀내 서열 정리

각 구단에서 외국인 선수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국제업무 담당자들은 두 외국인 선수의 서열 정리도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한다. 삼성은 3시즌 째 뛰고 있는 리카르도 라틀리프(28)가 팀의 중심이다. 하늘아래 2개의 태양이 있을 수 없다. 다른 1명의 선수는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

지난 시즌에는 마이클 크레익(26) 때문에 코칭스태프가 어려움을 겪었다.

삼성 관계자는 “시즌 초반까지는 크레익이 라틀리프를 잘 따랐다. 라틀리프도 크레익에게 경기 뿐 아니라 한국생활에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크레익이 팬과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태도가 달라졌다. 자기가 팀의 포인트가드를 맡겠다면서 메인 역할을 원했다. 그러면서 라틀리프와도 대화가 줄었다”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여름 크레익을 퇴출시키고 마키스 커밍스(27)를 영입했다.

커밍스는 합류 했을 때부터 라틀리프를 1인자로 인정하고 자신은 수비와 궂은일에 집중하고 있다. 덕분에 라틀리프와도 사이가 원만하다.

KCC 에밋. 사진제공|KBL


KCC의 에밋은 워낙 볼 소유가 많아 함께 뛰는 동료 입장에서는 불만이 생길 수 있다. 지난시즌 에밋과 호흡을 맞췄던 리오 라이온스(30)는 종종 이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KCC에 합류한 찰스 로드(32)는 지난시즌까지 자신이 유니폼을 입은 팀마다 메인역할을 했던 선수다.

그래서 에밋과 로드의 만남에 우려의 시선을 드러낸 이도 적지 않았다. 우려와 달리 불협화음은 없다. 로드가 에밋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에밋은 공격에 특화가 된 선수다. 나는 가는 팀마다 공격·수비를 다했는데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에밋이 공격을 잘하니까 나는 수비와 리바운드에 힘을 쏟아 부으면 된다”고 로드는 말했다.

DB는 외국인선수 선발을 가장 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디온테 버튼(23)이 주 공격 옵션을 맡고 베테랑 로드 벤슨(33)이 궂은일을 맡는다. 2∼3쿼터 득점은 평균 41.5점으로 평범하지만 둘의 역할 분담이 확실해 조화가 잘 맞는다. 버튼은 한국이 첫 프로생활이다. 그에게 한국에서 8시즌을 뛴 벤슨은 든든한 지원자다. DB의 노장 김주성은 “팀 훈련 때 벤슨이 상대 팀이나 매치업 상대의 특성을 버튼에게 설명을 다 해준다. 마치 선생님 같다”며 웃었다. DB 이상범(49) 감독은 “벤슨이 뛰는 모습은 어설퍼 보이고 멋있게 농구를 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코트 안팎에서 할 건 다한다. 팀의 주요 득점원이 버튼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잘 돕는다. 좋은 선수다”고 칭찬했다.

버튼 역시 벤슨을 선배이자 조력자로서 인정하고 잘 따른다.

kt 윌리엄스-맥키네스(오른쪽). 사진제공|KBL



● 삐걱거리던 kt 윌리엄스-맥키네스 “우린 점점 나아질거야”

kt는 리온 윌리엄스(31), 웬델 맥키네스(29)의 조화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아 조동현(40) 감독의 고민이 깊었다. 윌리엄스와 맥키네스는 KBL에서 기량이 검증된 선수이기 때문에 kt가 외국인 선수 효과로 안정적인 전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그러나 좀처럼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았다.

윌리엄스가 잘하면 맥키네스가 부진하고, 맥키네스가 잘하면 윌리엄스가 슬럼프에 빠지는 일이 반복됐다. 조 감독은 “외국인 선수 2명이 경기당 40∼45점은 합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35점도 넣기 힘든 상황이 되다보니 국내선수들에게 득점 부담이 너무 크다”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활동 공간이 겹치는 데다 두 선수 모두 패스를 즐기는 편이 아니어서 서로에게 지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kt는 6일 현대모비스와의 경기에서 윌리엄스와 맥키네스가 무려 57점을 합작했다. 윌리엄스는 32점·21리바운드, 맥키네스는 25점·5리바운드·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kt는 연장 접전 끝에 93-90으로 승리하면서 5연패에서 탈출했다.

윌리엄스는 경기 후 눈물을 흘렸다. “내가 너무 부진했다. 진작 좋은 경기력이 나왔어야 했는데 나와 웬델(맥키네스)이 동시에 잘한 경기가 너무 늦게 나와서 팀에 미안한 마음이다. 내가 30점·20리바운드를 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과 같은 조화가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더 집중을 하고 서로 더 믿어야 할 것 같다. 팀에 새로 합류한 허훈, 김기윤, 김민욱과의 팀 워크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 나와 웬델도 점점 나아질 것이다”면서 윌리엄스는 선전을 다짐했다.

코트 안의 선수 5명이 하나처럼 움직이는 팀 스포츠 농구는 혼자 잘해서 되는 경기가 아니다. 서로의 마음이 맞아야 팀 플레이가 좋아진다. 세상이치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이 서로를 존중하고 상대를 편하게 해주면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이 것이 바로 결혼 때 어른들이 강조하는 궁합(宮合)이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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