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18.44m] FA등급제가 FA 미아를 해결한다고?

입력 2017-12-13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FA 미계약자 채태인-최준석-이우민-정근우(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뉴욕의 범죄가 줄었다. 그 원인을 두고 해석이 분분했다. ‘범죄와의 전쟁’ 성과, 빈부격차의 완화, 인구구성의 변화 등의 가설이 제시됐다. 그 어느 것도 명쾌하게 범죄율 감소를 설명하지 못했다. ‘괴짜경제학’의 저자 스티븐 레빗 교수는 의외의 지점에서 답을 구한다. 낙태 합법화가 불러온 나비효과라는 해석이었다. 1970년대 낙태 합법화 덕분에 ‘잠재적 범죄자’가 감소해 1990년대 도시 범죄 발생이 줄었다는 얘기다. 선뜻 받아들여질 수 없어도, 세상은 ‘보고 싶은 현실’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 답이 있을 수 있다.


#
2017년이 저물어 가는데 시장에 아직 프리에이전트(FA)가 적잖이 남아있다. FA미아 확률이 올라가자 ‘FA등급제가 있었더라면…’이라는 동정의 시선이 생기고 있다. 그러나 원소속구단에서 “보상선수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음에도 채태인(전 넥센), 최준석, 이우민(이상 전 롯데) 등은 둥지를 못 찾고 있다. 또 어떤 기준을 들이대도 등급제에서 최상급을 피할 수 없는 정근우(전 한화) 같은 베테랑 FA도 팔리지 않고 있다. 아주 냉정하게 말하면 등급제가 있든 없든, 서로 사려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아예 관심을 못 받는 선수가 있는 것이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등급제 같은 제도를 뛰어넘는 ‘합리성’으로 움직인다. 그 합리성의 핵심은 돈, 즉 구단재정이다.


#베테랑 FA와 베테랑 방출선수 거의 대부분이 새 팀을 찾지 못하고 시장을 배회한다. 이들의 야구실력이 갑자기 감퇴됐을 리가 없는데도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는 핵심 이유는 간단하다. 구단들이 돈이 없어서다. 더 정확히 짚자면 FA 몸값 양극화로 구단들의 재정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100억원 안팎의 고액 FA를 구입한 구단은 팀 페이롤에 부담이 발생한다. 자금투입이 특정선수에 편중되다보니, 나머지선수 영입이 깐깐해질 수밖에 없다. 기존선수들의 일자리도 위협받았다. 한 야구 관계자는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 어느 해보다 이번에 방출선수 숫자가 많았다. 그리고 그 중 상당수는 상대적으로 몸값이 비싸고, 육성 기조에 맞지 않는 베테랑이었다”고 지적했다. 일부 구단에서 3군을 축소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수몸값 폭등이 육성마저도 지장을 주고 있는 셈이다. FA 대박은 소수의 잔치다. 구단이 그룹에서 돈을 타오는 것도 한계는 있다. 결국 프로야구는 어쩔 수 없는 제로섬 게임이다. 소수에 돈이 쏠리면, 다수는 나눠가질 몫이 줄어든다. FA 등급제를 어떤 식으로든 도입해도 S급 FA에 돈이 쏠리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근본적 변화는 난망하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