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더 얻어갑니다” 재능나눔에 빠진 스타들

입력 2017-12-1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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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대세’ 김지현이 유소년들과 함께 골프채를 잡았다. 11월 13일 천안 미죽초에서 열린 재능기부 행사에 참석해 자신의 노하우를 마음껏 전수했다. 김지현에게도, 꿈나무들에게도 뜻 깊은 하루였다(위쪽 사진). 자숙의 봉사에서 시작해 재능기부로 이어진 SK 김선형이 지난해 8월 연고지역 초중고 유망주를 대상으로 ‘모여라 No 5’행사를 진행했다. 참가 학생들과 김선형이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제공 | KLPGA·SK

1. 골프 김지현·농구 김선형

김지현, 유소년선수 레슨 재능기부 동참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모습에 내가 감동”

김선형, 봉사활동 계기 장애우들과 인연
선행의 선순환…꿈나무 농구 클리닉까지


‘재능기부’. 국어사전에도 올라와 있지 않은 이 단어는 언젠가부터 사회 전반에 걸쳐 통용돼 친숙하게 자리를 잡았다. 특정 분야에 능통한 전문가가 배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직접 노하우를 전수하는 재능기부가 더욱 뜻 깊은 이유는 함께하는 모두에게 값진 경험이 되기 때문이다. 배우는 사람은 ‘대가(大家)’로부터 쉽게 접하지 못했던 부분을 채울 수 있고, 가르치는 사람은 자신이 가진 능력을 남에게 전하면서 전에 느끼지 못한 보람을 얻고 스스로에게는 또 다른 공부가 되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재능기부가 활성화된 곳은 스포츠다. 특히 프로와 아마추어의 구분이 명확한 종목 특성상 많은 곳에서 훈훈한 재능기부가 이뤄지고 있다. 스포츠동아는 연말을 맞아 뜻 깊은 재능기부를 펼치고 있는 스포츠 스타들을 만나봤다. 2017년 한국여자골프(KLPGA)의 대세로 떠오른 김지현(26·한화)과 남자농구 국가대표를 이끄는 가드 김선형(29·서울 SK)이 그 주인공이다.

KLPGA ‘대세’ 김지현이 유소년들과 함께 골프채를 잡았다. 지난달 13일 천안 미죽초에서 열린 재능기부 행사에 참석해 자신의 노하우를 마음껏 전수했다. 김지현에게도, 꿈나무들에게도 뜻 깊은 하루였다. 사진제공 | KLPGA



● 김지현 “꿈나무 스포츠 정신에 감동했어요”

김지현은 지난달 13일 충남 천안 미죽초를 깜짝 방문해 꿈나무 선수들과 뜻 깊은 추억을 나눴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가 마련한 재능기부 프로그램 ‘KLPGA with You’에 동참한 것이다. 유소년골프 저변확대를 위해 프로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직접 유소년들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해주는 행사다. 이 같은 재능기부가 처음이라던 김지현은 당시 느낌을 솔직하게 회상했다. “사실 첫 만남은 당황스러웠다. 학생들이 ‘나를 보기 전까지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이제 막 골프를 시작하는 입장에서 프로선수를 직접 마주한다는 점에서 그렇게 느꼈을 듯하다”며 웃었다.

학생들의 입장이 된 김지현은 한 발 더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기초적인 골프 지식을 가르쳐주면서도 재미를 놓치지 않으려고 꿈나무들과 눈높이를 맞췄다. 동시에 운동선수 특유의 승부욕도 발동됐다. 김지현은 “수업 도중 사인볼이나 장갑 같은 상품을 걸어 참여를 유도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학생들 이 의욕적으로 덤벼들고 서로 경쟁했다. 처음엔 어려워하던 학생들이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레슨을 쫓아왔다. 이러한 장면에 오히려 내가 감동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날의 경험은 정상급 프로선수에게도 깊은 추억으로 남았다. 김지현은 “학생들만큼이나 나도 너무나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다. 또 다시 이러한 기회가 생긴다면 꼭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면 다음 재능기부에는 김지현만의 색다른 지도법을 만날 수 있을까. 김지현은 “솔직히 아직은 색다른 지도법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 거창하지는 않아도 재능기부에 참가한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최대한 쉽고, 재미있고, 다정하게 ‘맞춤 레슨’을 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그리고는 자신과 함께 한 꿈나무들에게 애정이 듬뿍 담긴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앞으로 꿈을 잃지 않고 희망을 품어 훌륭한 선수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김선형은 지난해 8월 서울 연고지역 초중고등학교 유망주를 대상으로 ‘모여라 NO.5‘ 이벤트를 열어 재능기부에 나섰다. 사진제공 | SK



● 김선형,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시작한 봉사활동이…

프로농구 서울 SK의 김선형은 농구계 ‘재능기부의 아이콘’이다. 그는 10월 17일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정규리그 모비스와의 원정경기 도중 오른쪽 발목 외측인대 파열 및 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당해 현재는 코트를 떠난 상태다. 부상 이전까지는 빠듯한 시즌 일정을 소화하는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 선행을 베푸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김선형의 재능기부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작됐다. 2015년 9월, 그는 대학시절 불법 스포츠도박을 한 사실이 드러나 농구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국민체육진흥법이 제정되기 전에 발생한 일이라, 검찰은 기소유예 판결을 내렸지만 KBL은 자숙의 의미에서 출전정지 20경기와 사회봉사활동 120시간의 징계를 내렸다. 김선형은 징계기간동안 경기 용인시 양지면에 위치한 장애인복지시설 ‘양지바른’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선수인생의 전환점이 된 순간이었다. 매 순간 진심을 다했다. 김선형은 “처음에는 내가 왜 봉사를 하러 왔는지 그곳 분들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형식적인 것처럼 생각하셨다고 하더라. 하지만 진심을 다해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보였는지 선생님들이나 장애우 친구들이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고 했다.

봉사활동시간을 채운 뒤에도 꾸준히 ‘양지바른’을 방문해 장애우들과 시간을 보내고 청소도 하는 등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양지바른의 식구들은 김선형과 SK의 열성팬이 됐다. 2016∼2017시즌 올스타전 최우수선수상(MVP) 수상으로 받은 상금으로 컴퓨터 8대를 구입해 양지바른에 기증했다. 매년 김장철에도 기꺼이 방문해 일손을 돕고 있다.

김선형의 선행은 선순환으로 이어져 SK 농구단 전원이 도배 봉사활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SK농구단 관계자는 “(김)선형이의 지속적인 봉사활동이 이뤄지면서 이제는 SK스포츠단에서 아예 양지바른과 연계된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눔의 기쁨을 안 김선형은 활동 폭을 넓혔다. 지난해 8월 연고지 서울의 남녀 초중고교 농구선수들 중 자신과 같은 등번호(5번)를 단 선수들을 초청하는 농구 클리닉 행사를 열었다. ‘모여라! No.5’행사였다.

김선형은 “일본의 한 축구선수가 연고지역 활성화를 위해 1년에 한 번씩 자신과 같은 등번호의 중고생들을 초청해 밥을 함께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무척 좋은 생각이더라. 구단에서 흔쾌히 도움을 줘서 행사를 열었다. 올해는 대표팀 일정으로 아쉽게 이 행사를 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15명의 선수들을 대상으로 농구 클리닉을 한 뒤 서울 삼성동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함께했다. 김선형은 “농구를 하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 내가 받은 것을 조금이나마 나누고 농구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요즘 재활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김선형은 다시 코트에 서는 대로 봉사와 재능기부를 이어갈 예정이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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