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공소남닷컴] 영화의 실사판…“흥시스터즈가 납시었다”

입력 2017-12-1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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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엄함을 벗어던진 수녀들이 들로리스(앞줄 맨 왼쪽)와 함께 두 팔을 들고 신나게 합창을 하고 있다. 김소향(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은 로버트 수녀 역을 맡았다.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 뮤지컬 ‘시스터 액트’

우피 골드버그 대표작 ‘시스터 액트’
월드투어팀 실력 입이 쩍+어깨 들썩

우피 골드버그하면 떠오르는 영화. 역시 ‘시스터 액트’죠. 1992년 영화이니 어느덧 25년이 흘렀습니다. 수녀들이 합창을 하다 느닷없이 돌변하는 ‘I will follow him(그분을 따르리)’은 잊기 힘든 명장면이었습니다.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시스터 액트’는 영화의 실사판입니다. 이 작품을 애정해 마지않는 우피 골드버그가 뮤지컬 ‘시스터 액트’의 프로듀서입니다. 올해 5월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필리핀, 중국, 일본에서 공연한 투어팀이 드디어 한국을 찾았습니다. 벌써부터 ‘쎈 언니들’, ‘흥부자’와 같은 수식어들이 붙었습니다. 신나고, 흥겹고, 유쾌한 뮤지컬입니다. 한국 관객들의 취향에 쩍쩍 들러붙습니다.

끝나고 공연장 계단을 올라가는데 관객들의 얼굴이 발갛게 흥분되어 있더군요. “정말 재밌지 않니?”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 왔습니다.

뮤지컬 ‘시스터 액트’의 한 장면.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흑인배우들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진 것은 역시 넘사벽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툭툭 쉽게 부르는 것 같아도 극장 안이 쩌렁쩌렁 울리는 성량, 끈끈한 리듬감, 그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몸의 사용법. 그동안 ‘오리지널’로 과대포장된 월드투어팀의 내한공연을 이래저래 봐 왔지만 이번 팀의 실력만큼은 인정해줄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기포 하나 없는 액정필름을 붙여놓은 듯 매끈한 데다 시원시원하게 나아가더군요. “어어 좋네”하다보면 인터미션입니다.

1막 끝의 ‘Raise your Voice(목소리를 높여요)’와 ‘Take me to heaven(나를 천국으로 데려다주세요)’의 에너지는 영화 못지않아요. 우피 골드버그가 무대 위를 어슬렁거리며 “예스! 바로 그거야!”하고 소리치는 것만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움도 조금 있었습니다. 주인공 들로리스 역을 맡은 배우의 노래가 개인적으로 잘 맞지 않더군요. ‘글로리아’를 부른 1980년대 팝가수 로라 브래니건을 연상하게 만드는 톤인데, 힘이 좀 과하게 들어갔다고 해야 할지. 소금이 덜 들어간, 벽돌처럼 단단한 버터 덩어리 같은 소리를 좀처럼 소화시키기 힘들었습니다. 이 역을 맡은 배우는 데네 힐인데요. 뮤지컬 배우이면서 오페라 가수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가진 소리의 파워만큼은 확실히 대단했습니다.

뮤지컬 ‘시스터 액트’ 투어팀의 유일한 아시아 배우 ‘김소향’.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이번 투어팀에는 유일한 아시아 배우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의 김소향 배우죠. 로버트 견습수녀 역을 맡았습니다. 김소향 배우를 아담한 배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외국배우들 사이에 세워놓으니 정말 ‘애기애기’하더군요, 하하! 김소향 배우를 보며 “귀엽잖아?”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체구가 그래 보였을 뿐 김소향 배우는 힘 좋은 외국배우들에게 조금도 밀리지 않고 멋진 노래와 연기를 보여 주었습니다.

이 흥미로운 뮤지컬을 두 배 더 재밌게 즐기고 싶다면 영화를 한 번 더 보고 가세요. 아참, ‘I will follow him’은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말 멋진 넘버들이 잔뜩 나오니 서운해 할 필요는 없을 듯.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고해성사’의 시간입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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