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원 지구촌 돈잔치…“손흥민, 네가 주인공이 돼라!”

입력 2018-01-01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축구대표팀 손흥민.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2018러시아월드컵의 모든 것

러-FIFA 뒷거래 파문…준비 과정서 잡음
아이슬란드 첫 본선…이탈리아 탈락 굴욕
러시아-사우디 개막전…7월 15일 결승전
한국, 독일·멕시코·스웨덴과 혼돈의 F조


2018년 6월 14일.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선 전 세계 축구팬들이 손꼽아 기다린 이벤트가 막을 올린다. 바로 2018러시아월드컵이다. 지구촌 그라운드를 빛낸 32개국 축구스타들은 이날부터 한 달간 양보 없는 전쟁을 펼친다. 연속 9회, 통산 10회 본선진출을 이뤄낸 한국 역시 F조에 나란히 포함된 독일∼멕시코∼스웨덴과 함께 자웅을 겨룬다. 어느덧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러시아월드컵. 30억 축구팬들에게 환희와 감동을 선사할 한여름 축제의 모든 것을 살펴봤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러시아 최초의 월드컵 열리기까지

러시아는 이번 대회를 통해 월드컵을 개최하는 역대 16번째 나라가 된다. 그간 유럽 대륙의 다크호스로서 여러 대회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월드컵 개최와는 인연이 없었다. 한때 미국과 냉전체제를 구축하며 세계정세를 양분했던 왕년의 초강대국이 월드컵이라는 무대를 열기까지는 흥미로운 스토리가 있었다.

러시아가 월드컵에 처음으로 관심을 나타낸 때는 200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동계올림픽에 이어 월드컵에도 관심을 나타내면서 본격적인 유치전이 시작됐다. ‘러시아 절대권력’ 주도의 스포츠대회 유치 드라이브는 급물살을 탔다. 푸틴 대통령이 직접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대세가 러시아 쪽으로 기울어졌다.

결국 2007년 소치가 2014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고, 2010년 러시아가 2018월드컵 개최국으로 최종 선택됐다.

물론 잡음도 있었다. 가장 큰 논란은 2015년 불거진 러시아와 국제축구연맹(FIFA)의 뒷거래 파문이었다. 유치 과정에서 푸틴 대통령이 당시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에게 뒷돈을 전달했다는 의혹이었다. 이는 곧 세계 축구계를 뒤흔든 핵폭탄이 됐고, 미국연방수사국(FBI)마저 해당 수사에 착수하게 된다.

개최국 러시아는 월드컵 스폰서도 제대로 구하지 못할 만큼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에도 결과는 흔들리지 않았다. 개최까지 3년밖에 남지 않은 터라 결정을 뒤집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2016년 2월 블래터 회장이 물러나면서 들끓은 여론은 서서히 조용해졌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역대 21번째 월드컵이 탄생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32개 참가국 가려지기까지

2014브라질월드컵이 막을 내린 뒤 이듬해인 2015년 3월. 러시아행을 향한 전 세계 축구전쟁이 다시 막을 올렸다. 개최국 러시아를 제외하고 주어진 티켓은 31장. 유럽이 최다 13장을 가져간 가운데 아프리카가 5장, 아시아와 남미가 각각 4.5장, 북중미가 3.5장, 오세아니아가 0.5장을 챙겼다.

6개 대륙은 3월 12일 아시아 1차 예선 첫 6경기를 시작으로 북중미와 오세아니아, 유럽, 남미, 아프리카 예선을 차례로 전개해나갔다.

언제나 그렇듯 지역예선은 혼돈의 연속이었다. 대표적인 예는 공교롭게도 한국이었다. 최종예선 도중 사령탑이 교체되는 잡음 속에 러시아행 티켓을 가까스로 거머쥐었다. 이변도 많았다. 축구 변방으로 불리는 아이슬란드와 파나마는 치열한 지역예선을 뚫고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 무대를 밟는 감격을 누렸다. 파나마는 월드컵 본선진출이 확정되자 대통령이 다음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그만큼 본선진출은 경사할 일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이집트와 모로코 역시 각각 28년과 20년 만에 본선에 올랐다.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이 좌절된 미국.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반면 대회마다 우승후보로 꼽히는 이탈리아와 네덜란드는 본선조차 오르지 못하는 굴욕을 맛봤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초청장을 받지 못해 모두가 아쉬워하는 나라는 따로 있다. 비로 미국이다. 지난해 10월 11일 북중미지역예선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3위를 달리던 미국은 약체 트리니다드토바고와의 경기를 앞둬 본선진출을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축구의 신은 장난을 쳤다. 미국은 2-1 로 지면서 골득실차에 밀려 5위로 떨어졌다. 파나마는 코스타리카를 2-1로 누르고 조 3위로 올라섰다.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대반전에 가장 손해를 본 곳은 4800억원을 주고 러시아월드컵 중계권을 산 미국의 폭스스포츠였다. 미국 대표팀이 당연히 출전할 줄 알고 350시간 이상 중계한다는 편성도 미리 밝혔고 붉은광장에 2층짜리 중계센터도 미리 지었던 폭스스포츠의 입장도 난처하지만 FIFA도 아쉬운 표정이 역력하다.

아직 개척하지 못한 가장 큰 축구시장으로 여기는 미국에서의 축구열기가 한창 뜨거워지려던 순간에 미국 팀이 월드컵 잔치에 나오지 못하게 되면서 경재대국 미국의 많은 스폰서기업의 관심도 떨어질 수밖에 없어 낭패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단 하나의 우승팀 탄생하기까지

이렇게 다양한 사연을 안고 정해진 32개국은 이제 단 하나의 우승컵을 놓고 치열한 경쟁에 나선다. 대진은 일찌감치 확정됐다. 지난달 1일 조추첨을 통해 A∼H조까지 총 8개 그룹으로 나눠졌다.

다만 이들 앞에 놓인 일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러시아의 영토 면적은 약 1709만8242km². 지구상에서 가장 큰 나라답게 선수들은 넓디넓은 대륙 전역을 돌며 강행군을 펼쳐야한다. 조별리그를 비롯한 본선 총 64경기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카잔 등 11개 도시에서 나눠 열린다.

운명의 첫 판은 6월 14일 모스크바 루즈니크스타디움에서 예정된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개막전이다. 역대월드컵 개막전 가운데 가장 FIFA 랭킹이 낮은 팀들의 대결이다. 개최국이 자동으로 개막전에 포함되는 방식은 2006독일월드컵부터 적용됐다. 당시 독일이 코스타리카를 4-2로 꺾었고, 2010남아공월드컵에선 남아공과 멕시코가 1-1로 비겼다.

가장 최근에 열린 2014브라질월드컵에선 브라질이 크로아티아를 3-1로 눌렀다. 3차례 개막전에서 개최국이 2승1무를 거둔 셈이다. 물론 이번 대회 개막전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개막전 다음날부터는 본격적인 본선 일정이 시작된다. 6월 28일 G조와 H조 최종전을 끝으로 16강행 주인공이 모두 가려지고, 6월 30일부터 7월 3일까지 16강 8경기가 열린다. 이어 3∼4일 간격으로 8강과 4강이 전개된 뒤 7월 15일 대망의 결승전이 막을 올린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