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VO 심판 불신시대, 전자장비가 대안될까

입력 2018-01-0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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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2017-2018 도드람 V리그‘ 수원 한국전력과 의정부 KB손해보험의 경기가 열렸다. KB손해보험 권순찬 감독이 경기 종료 후 심판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수원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한국배구연맹(KOVO) 최재효 심판은 2017년 12월 20일부터 2018년 1월 1일까지 열린 ‘도드람 2017~2018 V리그’ 남자부 13경기 중 11경기에 주심(7경기) 혹은 부심(4경기)으로 출장했다. 12월 19일 한국전력-KB손해보험전 ‘오심사태’로 당일 주·부심 2명에게 무기한 출장정지 중징계가 내려진 뒤, 전임심판은 7명으로 줄었다. 그만큼 최 심판을 비롯한 남은 이들의 ‘혹사지수’가 심각해졌다. 여자배구도 사정이 다르지 않아서 강주희, 전영아 심판이 거의 쉬지 못하는 실정이다.

상황이 엄혹한지라 그럼에도 어디다 하소연하기 힘든 ‘연좌제’를 겪고 있는 셈이다. A심판은 “체력적, 심적으로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업무 강도를 못 버티고, 또 치명적 오심이 터져 징계가 발생하면 리그 자체가 못 버틸 위험에 노출돼 있다.

KOVO는 사람이 부족한 현실을 전자장비로 보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리는 흥국생명-GS칼텍스전에 태블릿 PC를 주·부심석에 배치할 예정이다. 부심에게 맡기던 포지션 폴트 등을 기계로 잡아내 심판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방책이다. 장충체육관과 계양체육관에 시범운영한 뒤, 효율을 판단해 정식 도입을 결정한다.

관건은 시스템을 운영하는데 따르는 인건비 등 돈 문제다.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낫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비용 대비 효율이 합당한가? KOVO가 추가 예산을 감당할 수 있는가?”라는 우려의 시선도 내재돼 있다. KOVO 관계자는 2일 “투자 없이 선진화를 기대할 수 없다. 시스템이 안정화되면 운영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심을 없애기 위해 KOVO는 중장기적으로 ‘호크아이’ 같은 판독 시스템 도입도 생각 중이다. 중국, 일본 리그처럼 자체 시스템 개발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어느 것이든 비용부담이 증대된다. 도입이 안착되면, 향후 심판 혹은 기록원 인력이 줄어드는 ‘기계화의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 한 배구인은 “기계로 오심을 막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 큰 논란이 불거졌던 판정 논란은 결국 소통과 인적 시스템의 문제”라고 말했다. KOVO의 ‘선의’는 바른 결과까지 다다를 수 있을까.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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