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87’을 관람한 문재인 대통령(가운데). 사진제공|청와대
대통령들의 영화 선택에는 나름의 이유, 숨은 메시지가 있기 마련.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송강호가 주연한 5·18 광주민주화운동 소재의 영화 ‘택시운전사’를 봤다. 이번 ‘1987’ 또한 1987년 고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에서 시작해 6월 항쟁이 일어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 이야기다. 지금 ‘우리’를 있게 한 민주화운동을 담아낸 영화들에 특히 시선을 두고 있다.
역대 대통령의 선택한 영화에서는 그들의 ‘지향’이 엿보이기도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주로 어려운 고비를 극복한 역사 기반의 영화들을 택했다. 이순신 장군의 극적인 활약을 담은 ‘명량’부터 ‘국제시장’과 ‘인천상륙작전’ 등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애국주의를 강요한다는 비판적인 시선을 받기도 한 영화들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이야기 같은 성공 신화에 관심을 뒀다. 당선인 시절 아테네 올림픽 여자핸드볼 대표팀 실화를 다룬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관람했고, 재임 때는 다큐멘터리 ‘워낭소리’를 본 뒤 주인공 할아버지가 농사를 지어 9명의 자녀를 공부시킨 사실을 언급하면서 나라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만큼이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영화를 즐겼다. 특정 성향을 보이지 않고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섭렵했다. 최고 권력자를 풍자하는 ‘왕의 남자’부터 ‘괴물’, ‘밀양’, ‘화려한 휴가’까지 다양하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