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는 도박” 정부 전면전 선언 통할까

입력 2018-01-1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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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박상기 법무부 장관 “거래소 거래 금지 법안 준비”
11일 급락세…투자자 반발 청와대 청원까지
강공으로 ‘김치 프리미엄’ 잡힐지 미지수


좀처럼 과열 현상이 가라앉지 않는 가상화폐 거래에 대해 정부가 거래소의 거래를 금지하는 특별법 제정 등 강력한 규제안을 밝혔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11일 오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한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고, 거래소 폐쇄까지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조만간 정부 입법으로 특별법을 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를 불법화하겠다는 방침을 공표한 것이다. 가상화폐에 대해 이렇게 예상보다 훨씬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은 현재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가 도박과 비슷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범죄 악용 우려를 비롯해 투기성 자금이 몰리면서 건전한 산업발전에 장애가 된다고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상기 장관이 “가상통화가 국가산업 발전에 긍정적 측면보다 개인의 심대한 금전적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굉장히 위험한 거래 형태”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가상화폐 거래자가 약 3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이런 정부의 대책이 재산권 침해라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11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암호화폐 투자자는 문재인 대통령을 만든 핵심지지층인 국민들입니다’라는 청원에 참여자가 속속 늘고 있다. 청원자는 “암호화폐 투자자가 투기꾼으로 매도당하고 있다”며 “300만 투자 인구 대부분은 대통령을 지지하는 젊은층이며 투기꾼이 아니라 국민”이라고 주장했다. 가상화폐 규제를 담당하는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을 해임하라는 청원도 확산되고 있다.

거래소 폐쇄까지 공언한 정부의 규제 발표 이후 국내 가상화폐 시장은 요동쳤다. 박상기 장관의 발언이 알려진 11일 오전 이후 비트코인을 비롯해 국내에서 거래되는 이더리움, 퀀컴, 리플, 에이다 등 주요 가상화폐는 급락세가 이어졌다. 가상화폐를 팔고자 하는 거래자들의 접속 폭주로 거래소가 마비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강력한 규제가 ‘김치 프리미엄’이라 불릴 정도로 뜨거운 국내 시장을 진정시키는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12월 28일 가상화폐 거래실명제를 골자로 한 강력 대책을 내놓았지만 오히려 투자자가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거래를 금지하는 특별법에 현실성 측면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다”며 “300만명 거래자들에게 소액이라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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