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수 윤하 “마음이 아픈 신호였는데…‘번아웃’ 그땐 몰랐죠”

입력 2018-01-17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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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윤하가 5년5개월의 공백 끝에 5집 ‘레스큐’로 돌아왔다. 그는 “3년 전부터 지난해까지 지독한 암흑기였지만, 이번 앨범을 작업하며 음악하는 기쁨을 새삼 느꼈다”고 웃는다. 사진제공|C9엔터테인먼트

■ 암흑기 끝…5년5개월 만에 컴백한 윤하

시련은 겹쳐서 오나봐요
내 욕심이 과해서…5번이나 앨범 엎어져
10대부터 정신없이 일만, 피로감 쌓였나봐요
그루비룸과 음악작업하며 치유가 됐죠

이젠 내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요
팝록 스타일 벗고 힙합·R&B도 도전
손흥민은 ‘별밤’ 진행때 알게된 좋은친구
나 자신이 안정되면 좋은 짝도 만나겠죠?


“왜?”라는 물음이 끊이질 않는다는 건 그 사람에 대한 궁금함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다. 가수 윤하(30)가 5년5개월이라는 긴 침묵을 깨고 가요계로 돌아오자 “왜?”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히트곡 많고 이름값 높은 젊은 가수의 공백치고 65개월은 너무 길었기 때문이다. 이에 윤하는 “이런 관심은 오랜만”이라고 웃음을 보이면서도 이내 “생각해보니까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뒷말을 잇지 못했다.

15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윤하의 인터뷰는 새 앨범을 발표하기 직전에 이루어지는 여느 가수들의 인터뷰 방식과 달랐다. 앨범을 선보인지 2주의 시간이 지났다. “어렵고 힘들게 만든 기회라 꼭 나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서”다.

2012년 발표한 4집 ‘슈퍼소닉’이후 오랜만에 내놓은 5집 ‘레스큐’는 프로듀서팀 그루비룸이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고, 그동안 윤하가 주로 했던 팝록 스타일에서 벗어나 힙합과 R&B도 시도했다.

앨범 재킷 사진 속 단아한 모습과 달리 긴 금발의 소녀와 같은 모습으로 인터뷰에 나선 그는 담담하게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풀어냈다. 다부진 표정과 똑 부러지는 말투는 그대로였다.

“욕심이 과했다.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한 생활패턴도 있었고. 여러 가지 힘든 일이 한꺼번에 겹쳐서 왔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걸 하고 싶은지, 무언가 끊임없이 찾으려고 했던 것 같다. 지금까지 5번이나 앨범이 엎어질 정도로 시행착오가 많았다. 3년 전부터 지난해까지 지독한 암흑기였다. 음악이 너무 재미없었고 당시 건강상태도 나빠져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윤하 앨범 재킷 이미지. 사진제공|C9엔터테인먼트


의외다. 열일곱 살에 데뷔해 20년 넘게 음악 밖에 몰랐던 그가 “음악이 꼴도 보기 싫었다”고 했다. 돌이켜보면 그 암울했던 시간은 ‘번아웃’이다. ‘번아웃 증후군’은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피로감을 느껴 아무것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10대부터 정신없이 달려온 그에게 여유를 가지라는, 마음이 보낸 신호였다.

“지쳐 있었나보다. 직업 특성상 이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왔는데 어떤 게 진심인지, 겉핥기식 관계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눈치도 많이 보게 되고. 그런 게 쌓였던 것 같다.”

귀에 들어오지도 않던 음악이지만 다시 용기를 얻고 기운도 되찾게 해준 건 그래도 음악이었다.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그루비룸과 작업하며 그는 “음악 하는 기쁨”을 다시 느끼며 슬럼프에서도 헤어 나왔다.

“뭐랄까. 치유가 됐다고 할까. 그루비룸과 끊임없이 대화하다보니 작업하는 과정조차 즐거웠다. 음악스타일도 자연스럽게 바뀌게 됐다. 윤하도 다른 색깔을 낼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잘 맞아떨어졌다.”

앨범에 10곡을 담은 것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감출 수 없어서다. 주위에서는 디지털 음원으로 바뀐 가요시장에 정규앨범은 시대와 맞지 않는다고 말리기도 했다.

“정규 앨범에 대한 압박이 심했다. 미니앨범이나 싱글이 아니라 무조건 정규앨범을 해야 하는 줄 알았다. 음악 하는 사람이라면 정규앨범에 가치를 둘 수밖에 없다. 이제는 무거운 걸 조금 내려놓게 됐는데, 앞으로는 싱글도 가볍게 발표할 생각이다. 물론 쉬지 않고!”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진지하고 길게 이어진 탓일까. “너무 음악 이야기만 한 게 아니냐?”고 되레 묻는다.

가수 윤하. 사진제공|C9엔터테인먼트


자연스럽게 화제는 윤하 개인 신상에 관한 것으로 전환됐다. 윤하는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를 뜨겁게 달구었던 축구선수 손흥민과의 관계나 어느 덧 서른이 된 자신의 연애관도 막힘없이 풀어냈다.

“하하! (손)흥민이 이야기를 더 했다가는 앨범의 홍보 수단으로 쓰려는 줄 알겠다. 정말 좋은 친구다. 라디오 ‘별밤’을 진행할 때 만났다. 바쁜 와중에도 한국에 오면 꼬박꼬박 연락해서 밥을 먹는다. 멋진 친구가 있어 내가 자랑스럽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우리 나이로 서른한 살이 됐고, “평소에도 연애에 지대한 관심이 있어 꼭 좋은 짝을 만나는 것”이 올해 목표다.

“연애라는 게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나. 순리에 맡기려고 한다. 나 자신부터 건사하고 안정이 되어야 좋은 짝을 빨리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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