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염력’ 류승룡 “할리우드 진출? 아이 캔 낫 스피크 잉글리시!”

입력 2018-02-06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류승룡은 현란한 몸짓에 매끈한 몸을 가진 ‘서양 영웅’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아재 영웅’의 모습으로 ‘염력’에 출연했다. 사진제공|프레인글로벌

■ 영화 ‘염력’ 류승룡

“한국형 ‘아재 히어로’ 위해 12kg 증량
와이어액션은 워낙 많이 해 수월했죠”

한국영화에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영웅이 등장하고 그 역할을 자신이 맡게 되리라곤 배우 류승룡(48)은 상상하지 못했다. 의미를 둘 만한 행운이다.

류승룡은 ‘염력’(제작 레드피터)의 기획을 접하고 고민 없이 기회를 잡았다. 시나리오가 완성되기도 전이었다. 현란한 몸짓에 매끈한 몸을 가진 ‘서양영웅’과 비교하면 그는 지극히 평범한 ‘아재 영웅’.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속 히어로와 전혀 다른 비주얼은 제작진의 설계였고, 20∼30대 스타 대신 40대인 류승룡이 선택받은 이유이기도 했다.

일련의 상황을 설명하던 류승룡은 갑자기 고개를 숙인 뒤 “물론 죄송한 마음도 있다”며 웃었다.

“연상호 감독과는 애니메이션 ‘서울역’ 내레이션으로 처음 만났다. ‘부산행’ 개봉 전 ‘염력’의 이야기를 듣고 하겠다고 했다. 감독은 기발한 이야기꾼이고 비상하다. 촌철살인도 있다. 그를 향한 신뢰가 크다.”

영화 ‘염력’에서의 류승룡. 사진제공|NEW

류승룡은 몸무게를 12kg 늘리고 촬영에 나섰다. 몸에 와이어를 매달고 서울 고층 빌딩 사이를 날아다니는 장면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다이어트가 아닌 체중 증량은 뜻밖이다. 약수를 마시다 초능력을 갖게 된 ‘한국형 히어로’를 완성하는 과정이었다.

“마침 다른 영화 촬영을 위해 6kg 정도 뺀 상태였다. 더 늘려달라는 주문을 받고 찌웠다. 뭐, 어렵지 않다. 와이어 액션은 ‘최종병기 활’ 때 실컷 해봐서 수월했다.”

덤덤하게 말을 잇던 류승룡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다 하게 돼있다”며 웃었다. 진지할 땐 한없는 무게감이 느껴지지만 느닷없이 꺼내는 유머감각은 그가 지닌 또 다른 매력. ‘염력’이 동영상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 나라에 소개될 예정이고, 그에 따라 혹시 해외진출의 기회를 맞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을 때도 그랬다. 가타부타 설명 없이 류승룡은 “아이 캔 낫 스피크 잉글리시!”라고 답했다.

영화를 찍지 않을 땐 뭘 하면서 지내느냐 물었더니 그는 “자연을 좋아한다. 둘레길을 걷거나 섬 여행을 한다”고 했다. 골프나 테니스처럼 비슷한 연배들이 즐기는 운동은 하지 않는다. “조용하게 둘레길 걷는 게 더 좋다”고 했다. 중학생인 큰 아들, 초등학생인 둘째 아들과도 함께한다.

영화 ‘염력’의 주인공 류승룡. 사진제공|프레인글로벌


그런 류승룡은 영화계에서도 잘 알려진 ‘다독가’이기도 하다. 워낙 책을 많이 읽고, 그 중 소설을 즐긴다. 최근에 관심을 두는 책은 주로 종교에 관련한 내용이라고 했다.

“배우의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 많은 고민을 통해 숱한 경우의 수 앞에 놓이는 직업이다. 그 안에서 최적의 수를 찾아야 하고, 스펙트럼을 넓히면서 관객과 주파수를 맞춰야 하니 어려울 수밖에 없다.”

‘7번방의 선물’부터 ‘광해, 왕이 된 남자’, ‘명량’까지 연이어 10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류승룡은 잇달아 흥행을 맛보면서도 “조급한 마음이 컸다”고 했다. “다음 영화가 정해져 있어야 불안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아마도 넌버벌퍼포먼스 ‘난타’로 데뷔하고 30대 중반의 나이에 영화 조연으로 시작한 영향 때문인 것 같았다. 그는 차츰 달라지고 있다. “이젠 조급함 보다 신중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