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하랬더니 여왕놀이 하는 스타들…고현정 사태로 보는 ‘스타 갑질’

입력 2018-02-0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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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리턴’에서 하차한 배우 고현정. 제작진과 미리 드라마 내용과 캐릭터에 대한 논의 및 협의를 마치고 촬영을 시작했지만, 자신의 비중 등에 불만을 표출하며 연출자에 폭언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제공|스토리웍스

캐릭터·분량 불만, 촬영장 지각 등으로 표출
“고현정, PD에 험한 폭언 일삼고 발길질까지”
스타 위주 시스템…제작진도 눈치 보기 급급


스타들의 ‘갑질’이 도를 넘었다. 시장 규모가 커지고 제작 시스템도 선진화되고 있지만 촬영 현장에서 일부 톱스타의 상식 밖 행동은 여전하다. 수억 원의 몸값을 받고 영향력을 가진 위치에 있지만 정작 의식은 후진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배우 고현정이 SBS 수목드라마 ‘리턴’에서 주동민 PD와 갈등을 빚으면서 하차했다.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잡음이나 갈등이 불거지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이번 고현정의 하차 사태처럼 노골적인 갑질은 그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고현정은 ‘리턴’ 촬영 시작 전 이미 8회까지 완성된 대본을 확인, 드라마 초반 내용과 자신의 분량을 충분히 숙지했다. 심지어 집필자인 최경미 작가가 신인이라는 점을 들어 고현정은 따로 미팅 자리를 요청, 작품의 방향과 캐릭터 진행에 대한 세밀한 설명까지 듣고 동의한 상태에서 촬영에 나섰다. 그런데도 고현정은 초반부터 촬영장에 지각하거나 무단이탈하는 등의 행동 끝에 촬영을 거부하는 일까지 빚어졌다. 문제는 ‘리턴’에 참여한 배우와 제작진 누구도 고현정이 그러는 이유를 좀처럼 이해하지 못한 채 ‘눈치’만 봤다는 사실이다.

‘리턴’ 제작 관계자는 8일 “수십 명의 스태프가 보는데도 고현정은 PD에게 험한 폭언을 일삼았고 막판에는 발길질까지 해댔다”고 밝혔다.


고현정의 갑질은 처음이 아니다. 2010년 SBS 드라마 ‘대물’ 출연 땐 연출자와 갈등을 빚어 오종록 PD가 중도 하차했고, 2012년 SBS 토크쇼 ‘고쇼’ 진행 때도 담당 PD와 불화설 끝에 결국 연출자가 바뀌었다. 영화 ‘미쓰고’ 때도 촬영 도중 감독이 교체됐다.


● 스타 중심 드라마 제작 환경 ‘고질적 한계’


비단 고현정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내 드라마 제작이 톱스타 중심으로 움직이다보니 촬영 현장에서 이들의 목소리나 위치는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스타가 출연을 확정해야 방송사는 편성을 내주고, 그렇게 제작에 돌입한 뒤에도 비용 충당을 위한 PPL에서 스타는 또 한 번 영향력을 행사한다. 제작진이 스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국이나 영국처럼 철저한 ‘기획’ 중심의 제작 환경이 정착되지 못한 탓에 국내서 스타는 사실상 드라마 제작 전체를 좌우하는 막강한 힘을 가진다. 이번 ‘리턴’ 사태 역시 스타에 의존한 드라마 제작 환경의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그동안 연출자를 바꾸면서 스타의 편을 들었던 방송사가 이번엔 ‘고현정 하차’를 결정한 것뿐이다.

배우 한예슬. 스포츠동아DB


스타의 갑질로 드라마가 파행을 겪은 사례는 더 있다. 2011년 한예슬은 KBS 2TV ‘스파이 명월’ 촬영 도중 제작진과 갈등을 빚자 예정된 일정을 무시한 채 돌연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 과정에서 드라마는 결방 사태를 빚었다.

촬영장 지각은 비일비재하다. 현장에서 자신의 지위를 가장 유치한 방법으로 드러내는 식이다. 또한 고현정처럼 뒷북치듯 뒤늦게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2014년 배우 김수로와 김정은은 SBS 드라마 ‘내 마음 반짝반짝’ 촬영을 며칠 앞두고 돌연 하차를 선언했다. 겉으론 ‘건강상 이유’를 댔지만 사실 캐릭터에 불만을 표출, 제작진이 받아들이지 않자 일방적으로 약속을 깼다.

스타 중심의 제작 환경에서 현장 지휘자인 PD는 사실상 ‘을’의 위치다. 잊을 만하면 일어나는 배우들의 PD 폭행 사건은 그 단면이다. 배우 최민수는 2015년 KBS 2TV 예능프로그램 ‘나를 돌아봐’ 촬영 도중 PD의 얼굴을 폭행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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